'26% 관세 폭격' 맞은 韓…관세율 협상·피해기업 지원 투트랙 대응

경제

뉴스1,

2025년 4월 03일, 오후 04:54

`
미국이 우리나라에 대해 예상보다 높은 '26%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밝힘에 따라 한국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가뜩이나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으로 경기침체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의존도가 높은 대미 수출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위기 타개를 위한 정부의 기민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정부는 미국이 고강도 관세 정책 뒤로 협상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경쟁국보다 관세율을 낮추기 위해 대(對)미 협상을 지속하는 한편, 우리 수출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 대책을 투트랙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르면 다음 주 중 대미 수출 주력 품목인 자동차, 철강·알루미늄, 반도체 등에 대한 시나리오별 대응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책의 기본 틀은 지난 2월 범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범부처 비상수출대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잇단 비상대책 회의…관세율 협상·피해기업 지원 투트랙 대응
정부는 3일 미국의 '상호 관세' 조치가 발표된 직후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연이은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먼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미국 상호관세가 발표된 직후인 이날 오전 서울에서 '긴급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상호관세 규제 내용을 점검하고 정부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한 대행은 미국발 관세전쟁의 심각성을 고려해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던 해당 회의를 권한대행 주재로 격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한국산 수입품에 '26%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이는 유럽연합 20%, 일본 24%보다 높고,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나라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통상당국 수장인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 대행이 주재한 오전 회의를 마친 뒤 곧장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로 이동해 '민관 합동 미 관세 조치 대책 회의'를 주재했다.

회의에는 정부 부처를 비롯해 박일준 대한상의 부회장, 이인호 무역협회 부회장,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 추문갑 중기중앙회 본부장 등 경제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또 자동차·반도체·비철금속·배터리·디스플레이·바이오·화학산업·건설기계산업 협회 관계자와 기업 관계자가 자리했다.

안 장관은 이 자리에서 "통상교섭본부장의 방미를 포함해 각급에서 긴밀한 대미 협의를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안 장관이 언급한 '긴밀한 대미 협의'는 여타 주요 경쟁국에 비해 보다 낮은 관세율 적용을 미 측에 요청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통상당국은 이번 상호 관세 부과 발표 전부터 사실상 관세 부과를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경쟁국 대비 낮은 관세율을 유도하는 선에서 미 정부 실무진과 협상 중이다.

안 장관은 지난달 21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이뤄진 두 번째 방미 일정에서도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에게 '향후 관세 조치 계획 시 우리에 대한 우호적인 대우를 재차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안 장관은 이번 상호관세 부과로 피해가 우려되는 수출기업에 대해선 "산업계와 긴밀히 협력해 미국의 관세 조치가 우리 경제 및 산업,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업종별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민관합동 미 관세조치 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4.3/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산업별 피해 지원책 곧 발표…기본 틀은 2월 발표 '범부처 비상수출대책'될 듯
정부가 미국발 관세전쟁에 대응해 조만간 내놓을 산업별 지원 대책은 지난 2월 발표한 '범부처 비상수출대책'의 기본 틀을 보완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관세 발생에 따른 민간기업의 부담 비용을 직접 지원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놓을 대책은 사실상 제한적이다.

당시 정부가 내놓은 산업별 지원안을 보면 먼저 대미 주력 수출 품목 중 1위인 자동차·부품 산업의 위기 타개를 위해 신시장 개척과 품목 다변화에 대책 초점을 맞췄다.

인도네시아에 구축된 전기차 기술협력센터를 필리핀에도 건립하는 등 아세안을 중심으로 전기차 산업 협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자동차 부품업계의 글로벌 파트너링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중형 목적기반차량(PBV)의 국내 출시 및 유럽으로의 수출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PBV(Purpose Built Vehicle)는 개별 수요자의 사용 목적에 맞춰 제작하는 고객 맞춤형 차량을 말한다.

또 미국 현지기업이나 일본, 독일, 멕시코 등 국가협회와의 소통채널을 구축·협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반도체 분야 대책은 미국과의 기술협력 강화, 수출시장 다변화에 중점을 뒀다.

정부는 미 샌프란시스코 산호세에 지난해 9월 설립한 '한·미 AI 반도체 혁신센터'를 통해 양국 간 반도체 기술협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한편으론 구글의 사우디 AI데이터센터 건설계획 등 빅테크 기업 투자계획에 발맞춰 글로벌 사우스로의 수출시장 다변화를 본격화한다.

이 외에 올 상반기 중 반도체 등에 대한 한국제품 구매조건부 자금대출 장기보증을 도입한다. 기존에는 개별 수출 건마다 보증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면, 이제 물품구매자금을 Term Loan(기간 대출)화함으로써 보증이 가능해진다.

또 반도체 수출 경쟁력 제고를 위해 보세공장과 연구부서 간 시제품 등 연구·시험용 물품의 반·출입 절차도 간소화한다.

철강의 경우 미국의 관세 조치 강화, 인도의 세이프가드 도입 검토 등 주요국의 수입규제 강화에 대응해 민-관 합동 대응체계를 구축·운영한다. 지난 1월에는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TF도 출범했다.

현재 시행 중인 미국의 '25% 철강 관세'조치와 관련해선, 재외공관 등 가용한 대미 소통 채널을 총력 가동하는 등 우리 업계 피해 최소화에 주력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주재한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에서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와 관련해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자동차 등 피해 예상 업종별 지원, 조선 RG 공급 확대 등 상호관세 대응을 위한 세부 지원방안을 순차적으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 관세정책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우리 경제에 미치는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대(對)미 협상에 범정부적 노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