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비체결국보다 韓 더 때린 트럼프…'車·쌀 비관세장벽' 뭐길래

경제

뉴스1,

2025년 4월 03일, 오후 05:4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우리나라에도 '26%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FTA 비체결국인 일본(24%)보다도 높고, 미국이 맺은 20개 FTA 체결국과 비교해도 가장 높은 관세율이다.

미국은 한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근거로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쌀 수입 관세 등을 거론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비관세장벽이 세율 산출에 반영됐는지 명확히 설명하지 않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비관세장벽 때린 트럼프…韓 '26%' FTA 체결국 중 세율 가장 높아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한국 등 주요 대미 수출국에 10∼49%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의 상호관세율은 26%(기본관세 10% + 국가별 관세 16%)로, 베트남(46%), 중국(34%), 대만(32%)보다는 낮지만, 일본·말레이시아(24%), 유럽연합(EU·20%), 영국(10%)보다는 높다.

'26%'에 이르는 상호 관세율은 미국이 맺은 20개 FTA 체결국 중 앞서 부과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당사국과 함께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일본(24%)보다도 높다.

미국은 한국의 높은 비관세장벽을 고려하면 '50%'의 관세율 부과가 적정하지만, 25%의 할인된 관세율을 적용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기존 관세율과 환율 조작, 무역 장벽 등을 고려해 미국에 각국이 부과하는 관세율을 정하고 여기서 최대 50%를 깎아 이른바 '할인된 상호 관세율'을 매겼다는 것이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비관세장벽이 50% 세율 산출에 고려됐는지는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그나마 미국이 세율 산출에 내민 근거는 한국의 수입 자동차에 대한 엄격한 배출가스 규제로 인한 수입 통제와 최대 513%에 달하는 쌀 관세 문제다.

자동차는 트럼프 대통령이 인식하는 가장 높은 수준의 '불공정 무역'으로 줄곧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상호관세를 발표하며 "한국, 일본과 다른 매우 많은 나라가 부과하는 모든 비금전적 무역 제한이 어쩌면 최악"이라며 "이런 엄청난 무역장벽의 결과로 한국에서 팔리는 자동차의 81%는 한국에서 생산됐고, 일본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94%는 일본에서 생산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요타는 외국에서 만든 자동차 100만대를 미국에 파는데 제너럴모터스(GM)는 일본에서 거의 팔지 못하고 포드도 매우 조금만 판다"며 "여러 경우 무역에 관해서는 적보다 우방이 더 나쁘다"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는 한국을 교역 상대국 중 '최악 국가'로 분류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인식은 백악관의 발표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백악관은 상호 관세 '팩트시트'(Fact Sheet)를 통해서도 미국 자동차 제조사의 시장 진출을 방해하는 다양한 비관세장벽이 한국과 일본에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인정하는 특정 기준을 인정하지 않고, 인증을 중복해서 요구하며 투명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미국 자동차 제조사가 한국의 수입차 시장에서 더 많은 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고, 미국의 무역적자가 2019년에서 2024년까지 3배 이상으로 늘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무역대표부(USTR)도 지난달 31일 공개한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 "미국 자동차 제조사의 한국 자동차 시장 진출 확대는 여전히 미국의 주요 우선순위"라면서 한국의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른 자동차 배출 관련 부품 규제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미국 정부가 2일(현지시간) 한국산 수입품에 25%의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각국이 미국산 제품에 매기는 관세를 비롯해 각종 비관세장벽까지 감안한 '상호관세'를 통해 모든 무역 상대국에 최저 10%의 기본관세(baseline tariff)를 새로 부과하되, 국가별로 가중치를 둔 결과다. 10~49% 사이의 관세율이 발표된 가운데, 주요 국가별 관세율은 중국 34%, 유럽연합(EU) 20%, 일본 24%, 베트남 46%, 대만 32%, 인도 26% 등이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美 "韓, 쌀에는 최대 513% 관세 매겨"…韓 "관세할당 물량 적용…실질 관세는 5%"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쌀' 문제에 대해서도 불공정을 지적했다. 그는 "미국산 쌀의 경우 한국이 물량에 따라 50%에서 513%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한국은 미국산을 비롯한 모든 수입 쌀에 513%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쌀 개방' 문제는 한미 FTA 협상 때부터 핵심 사안이었고, 당시 기존 관세를 건드리지 않는 범위에서 양국이 합의한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저율관세할당(TRQ) 물량 연간 40만 8070톤에 대해서는 '5%' 관세를 적용하는데, 이중 미국에 할당된 TRQ 물량은 13만 2304톤에 이른다. 이는 우리 전체 수입쌀 물량의 32.4%를 차지한다. FTA 협정에서 합의한 대로 한국은 미국에 할당된 물량에 대해선 '5%' 관세를 적용 중이고, 미국에서도 할당 물량 수준에서 수출하고 있어 실제 513%의 관세 부과된 적은 없다.

그럼에도 백악관은 한국, 중국, 독일, 일본을 지목해 수출품의 경쟁력을 인위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자국민의 국내 소비력을 억제하는 정책을 펼쳐왔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그런 정책에는 역진세, 환경을 오염해도 처벌하지 않거나 약한 처벌을 하는 것, 생산성과 비교해 노동자의 임금을 억제하는 정책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의 상호관세는 국제사회에 큰 혼란을 불러올 것이며, 이는 '다 같이 망하자'는 얘기나 다름없다"며 "모든 중간재를 자국에서 생산해 최종재로 만들어지는 제품은 거의 없는데, 이런 원산지 문제 등에 행정력이 미치지 못할 수 있어 상호관세가 '협상용 카드'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자동차의 81%를 자국에서 생산한다는 등 계속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물밑 협상이 아닌 사실을 담은 공식 입장을 발표할 필요성이 있다"고도 강조했다.

또한 미국의 고율 상호관세와 관련해 우리나라가 미국이 1순위 타깃으로 삼는 중국의 우회 수출 통로가 되고 있다는 인식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에서는 우리나라가 대미 우회 수출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반도체 등 중국과 공급망이 얽힌 품목들이 이 같은 의심 품목으로 분류된다.

급증한 무역적자 또한 한국에 대한 고율 관세의 직접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의 우리나라에 대한 무역적자 규모는 트럼프 1기 2년 차였던 2018년 179억 달러(약 26조 원)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658억 달러로 3배 이상 늘었다.

미국의 한국산 제품 수입은 2018년 743억 달러에서 지난해 1315억달러로 2배 수준이 됐지만, 수출은 이 기간 563억 달러에서 657억 달러로 16%대 성장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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