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인상률보다 뛴 '최저임금'…영세할수록 감당 못해

경제

이데일리,

2025년 5월 11일, 오후 06:51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지난해 최저임금조차도 받지 못한 근로자 수가 23년 전보다 약 38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물가인상률 대비 최저임금 인상률이 훨씬 높아 사업체들이 지급할 여력이 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큰 기업보다 영세한 사업장에서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해 11일 발표한 ‘2024년 최저임금 미만율(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 비율)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법정 최저임금액인 시급 9860원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 수는 276만1000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 57만7000명에서 378.5%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최저임금 미만율은 2001년(4.3%)의 약 3배 수준인 12.5%로 8.2%포인트나 증가했다.

2014년 이후 최저임금액 미만 근로자 수 및 미만율(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 비율) 추이. (자료=경총·통계청)
그간 최저임금 고율 인상 누적으로 우리 최저임금 수준이 매우 높아져 노동시장 수용성이 저하되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2001년 대비 2024년 소비자물가지수와 명목임금이 각각 73.7%, 166.6% 인상되는 동안 최저임금은 428.7% 인상되며 물가의 5.8배, 명목임금의 2.6배 올랐다.

최근 10년간(2014년 대비 2024년) 최저임금의 누적 인상률은 89.3%로,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21.2%)의 4.2배, 명목임금(38.3%)의 2.3배 올랐다. 분석기간을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을 받은 2020년 이후(2019년 대비)로 한정하더라도, 최저임금 누적 인상률은 18.1%로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14.8%)과 명목임금 인상률(16.4%)에 비해 더 높았다.

2001년 대비 2024년 최저임금, 물가, 명목임금 인상률 (자료=경총·최저임금위원회·한국은행·고용노동부)
업종별 최저임금 미만율은 숙박·음식점업(33.9%)과 농림어업(32.8%) 등이 매우 높게 나타났으며, 이로 인해 주요 업종간 최저임금 미만율 격차는 최대 32.1%포인트(숙박·음식점업 33.9% 대 수도·하수·폐기업 1.8%)에 달했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 392만3000명 중 29.7%(116만4000명)가 최저임금액 미만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해당 규모 사업장에서는 현 최저임금 수준도 사실상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나타났다. 반면, 300인 이상 사업장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2.5%로 나타났다.

2024년 사업체 규모별 최저임금 미만율 (단위=천명, 자료=경총·통계청)
현 최저임금위원회의 공식 최저임금 미만율 산출 방식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법정 주휴수당’을 반영하여 분석하면, 2024년 최저임금액인 시급 9860원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 수는 467만9000명, 미만율은 21.1%에 달했다. 현 산정 방식은 주 15시간 이상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주휴수당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즉,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최저임금액 이상을 지급하는 것으로 판단하는 오류가 있다는 설명이다.

경총 하상우 본부장은 “우리 최저임금 미만율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지만, 더욱 큰 문제는 특정 업종의 수치가 너무 높다는 것”이라면서, “숙박·음식점업과 5인 미만 사업체는 30%가 넘는 미만율을 보일 정도로 일부 업종과 규모에서 현 수준의 최저임금 조차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저임금 수용성 제고를 위해서는 향후 상당기간 최저임금 안정이 중요하며, 업종에 따라 격차가 심한 지불능력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 구분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