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점포·매출 등 양적 경쟁에 매달려왔던 편의점 업계의 전략도 올해부턴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초저가·외부 협업 기획 등 자체 상품 경쟁력 강화는 물론 점포 전략 변화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GS리테일(007070)도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22.3% 감소한 386억원을 기록했다. GS리테일은 편의점(GS25), 슈퍼(GS더프레시), 홈쇼핑(GS샵), 개발 등의 사업을 영위 중인데, 이중 GS25의 1분기 영업이익은 172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3.4% 줄었다. 전 사업 부문에서 편의점의 수익률 감소가 가장 컸다.
이 같은 편의점 수익성 악화 조짐은 일찍이 감지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편의점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0.4% 감소했다. 편의점 분기 매출 역성장은 2013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월간으로는 지난 2월 4.6% 감소하며, 코로나19 펜데믹이 본격화했던 2020년 초 이후 약 5년 만에 역성장했다.
편의점 업계 한 관계자는 “편의점 산업은 처음 시작된 1990년대부터 줄곧 외형 성장을 이어왔던 분야”라면서 “하지만 현재 국내 편의점 점포 수만 5만 5000개에 육박하는 등 이미 시장은 포화상태였던 데다 최근 대외적 환경 변화에 따른 내수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편의점 4사(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의 총 점포 수는 5만 4852개다. 인구 수가 한국의 2배 이상인 일본(1억 2000만명)의 편의점 점포 수가 5만 7019개인 것을 고려할 때 국내 편의점 점포 수가 포화상태인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지난해 12·3 계엄사태로 불거진 내수 부진 장기화, 이상 기후, 제주항공 추락사고, 대형 산불 등 대외 변수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편의점 실적을 더 압박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매출액은 늘었다”면서도 “매출액 증가분을 늘어난 고정비가 충분히 상쇄시키지 못하면서 영업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초저가 990원대 제품군을 확대하는 CU. (사진=BGF리테일)
지난해 기준 총 1만 8458개 점포를 운영한 BGF리테일은 올해부터 실적이 잘 나오는 우량 점포 중심으로 신규 점포를 늘리는 동시에, 중대형 비중을 늘리는 점포 전략을 추진할 방침이다. 점포 전략을 내실 있게 바꾸면서도 고객 확대를 위한 차별화 상품 확대는 꾸준히 전개한다. 예컨대 ‘BTS 타이니탄 선크림’, ‘함소아 튼튼워터’, ‘단백질 쉐이크’ 등 건강, 뷰티(화장품) 등 차별화 상품을 늘리고 기존에 비교적 약했던 음료와 주류 카테고리도 강화하는 식이다. 또한 고물가 시대 속 ‘득템’, ‘990원’ 등 초저가 상품 시리즈도 적극 내세울 계획이다.
GS25도 올해 주요 전략 키워드를 ‘이익중심의 내실성장’으로 정했다. GS25 관계자는 “외형 성장보다는 개별점의 수익성 강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편의점 신규 출점시 검증된 기존 소매점의 전환, 스크랩앤빌드(기존점을 더 좋은 입지로 옮기는 활동)를 진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CU와 GS25의 이 같은 전략 변화는 국내 편의점 산업 전반에 의미하는 바가 크다. 최근까지 ‘시장 1위’를 위해 출점과 매출 경쟁에 열을 내왔던 양사가 내실 경영으로 전환한 만큼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타 업체들의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편의점 시장 자체가 포화 상태라는 점에선 업계 전반이 공통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며 “다만 2분기부터는 본격적인 계절적 성수기에 돌입하는데다 차별화 상품 구성도 늘어나 실적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에서 스무디를 파는 GS25. (사진=GS리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