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보 후순위채 차환도 ‘험로’…보험업계 전반 긴장 고조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금융당국의 제동으로 후순위채 조기 상환(콜옵션)이 막힌 롯데손해보험이 대응책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롯데손보는 금융당국의 승인 없이 후순위채 콜옵션을 행사하겠다고 ‘선언’했다가 결국 제동이 걸린 상태다. 금융감독원은 롯데손보가 후순위채를 상환하면 지급여력(K-ICS·킥스)비율이 150% 아래로 떨어진다며 불허했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후순위채 조기 상환이 막힌 뒤 후순위채 차환 발행을 포함한 대응책을 놓고 논의 중이다. 현실적으로 후순위채 차환 발행 외엔 롯데손보에 마땅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최대주주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지분77%) 특성상 유상증자 가능성은 작게 점쳐진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상환을 하지 않거나 차환을 발행하는 정도가 롯데손보가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며 “후순위채 차환을 발행하면 금리를 높게 줘야 하니 비용을 따질 것”이라고 했다.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도 “규정상 동등하거나 더 양질의 자본으로 대체해야 자본비율 하락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차환 발행도 녹록지 않다. 롯데손보가 조기 상환하려던 ‘롯데손해보험8(후)’는 신용등급 A-로 연 5% 금리를 제공했다. 하지만 최근의 신용도 하락 우려와 시장 신뢰 약화로 인해 새로 발행하는 채권의 금리는 이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 롯데손보는 현재 사모 방식의 후순위채 발행을 검토 중이나 수요 확보와 당국 승인이라는 두 개의 허들을 넘어야 한다. 후순위채는 만기는 10년이지만 이와 관계없이 5년 뒤 상환하는 게 채권시장의 불문율인데 콜옵션을 행사하지 못하면 그만큼 재무 상황이 좋지 않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롯데손보 후순위채 논란으로 보험업계 전반에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킥스 비율이 낮은 보험사의 자본성증권 발행 여건이 악화할 수 있단 우려에서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롯데손보 외에도 푸본현대생명(650억원)과 흥국생명(700억원) 등 보험사 5곳이 연내 자본성증권 콜옵션 일정을 앞두고 있다. 당장 푸본현대가 다음 달 15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를 앞뒀는데 이 회사의 킥스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57.3%로 규제 기준(150%)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계리적 가정 변경 등 제도 변화로 보험업계 전반의 자본 부담이 급격히 커졌다”며 “특히 중소형 보험사의 건전성이 취약해졌고 콜옵션 행사를 앞둔 곳들도 있어 경과조치 도입 등 당국 차원의 실질적인 대응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개인 투자자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롯데손보 후순위채 가운데 개인 보유분은 약 600억원에 달한다. 콜옵션 미이행 가능성이 드러난 이후 채권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손보뿐 아니라 푸본현대생명, KDB생명 등이 발행한 후순위채 유통금리는 민간채권평가사 평균금리(민평금리) 대비 70~90bp까지 벌어졌다. 일각에서는 일부 판매처에서 해당 후순위채를 ‘5년 만기’처럼 안내했을 가능성도 제기돼, 불완전판매 논란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