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MC의 미국 애리조나 공장.(사진=TSMC)
사막 지형으로 이뤄진 애리조나는 최근 글로벌 첨단 기업의 주목을 받으며 ‘실리콘 데저트’(Silicon Desert)로 불리고 있다. 실리콘 데저트는 반도체 주재료인 ‘실리콘’과 사막을 의미하는 ‘데저트’를 합친 단어다.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가 ‘실리콘’과 ‘밸리’를 합쳐놓은 것처럼 지형 특성을 반영해 만들어진 수식어다.
TSMC는 애리조나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벌써 세 번째 공장을 짓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착공에 돌입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미국 내 첫 원통형 배터리 전용 공장을 내년 말 양산을 목표로 짓고 있다. 이 밖에 인텔, 구글 자회사 웨이모 등이 애리조나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새로운 ‘반도체 메카’를 꿈꾸며 주정부도 적극적으로 정책 지원에 나서고 있다. 애리조나주는 반도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첨단 패키징팀과 최근 올해 첫 회의를 진행했다. 국가반도체기술진흥센터(Natcast·냇캐스트), 애리조나대, 노던 애리조나대, 마리코파 커뮤니티 칼리지 등이 회의에 참석해 인재 양성과 첨단 기술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TSMC의 본사가 있는 대만 신주시와 양해각서까지 체결했다. 산드라 왓슨 애리조나 상무국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세계적인 수준의 국제 기술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며 “클러스터 및 인프라 개발, 공급망 통합, 공동 연구, 인재 양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애리조나를 중심으로 미국과 대만의 관계가 끈끈해지면서 한국 반도체의 고민은 더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을 상대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투자 압박은 이어지고 있는데, TSMC처럼 초대형 투자에 나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거의 다 지어놓았는데, 수주 여건 등을 보면서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은 AI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에 놓여 있다”며 “국내 반도체가 다시 반도체 주도권을 쥐기 위해 기업들뿐만 아니라 정부와 국회의 정책적 지원 등 다각적인 민관 협력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