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은 1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고위급 무역 협상 첫날 약 10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담’을 하며 관세 인하 등을 협의했다. 구체적인 협의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큰 진전’을 이뤘다고 소개함에 따라 회의 마지막 날인 11일 모종의 합의 도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오늘 스위스에서 중국과 매우 좋은 회담이 있었다”며 “많은 것이 논의됐고, 많은 것에 동의가 이뤄졌다”고 적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우호적이지만 건설적인 형태로, 완전한 (미중 무역관계의) 리셋(재설정) 협상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우리는 중국과 미국의 이익을 위해 미국 업계에 중국이 (시장을) 개방하는 것을 보고 싶다”며 “큰 진전이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45%로 높였고, 중국은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1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며 양국은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인 진전 내용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긍정적 언급을 한 만큼, 미중 양측 협상팀이 관세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내리는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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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양국의 이번 협상이 양국의 첫 협상인 만큼 뚜렷한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은 약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양국이 고율 관세를 낮추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정도만 나와도 성공적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우리나라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미·중 두 국가 간 타협 없이는 우리나라가 개별 국가의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를 철폐하더라도 별다른 효과를 가질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이미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해외기관들의 눈높이는 빠른 속도로 낮아지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주요 투자은행(IB) 8곳이 제시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4월 말 평균 0.8%에 그쳤다. 지난 3월 말 평균 1.4%에서 불과 한 달 사이에 0.6%포인트(p)나 하향 조정된 것이다. 한은도 오는 29일 발표하는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출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기봉 국금센터 연구원은 “미중 관세협상이 장기화되면 미국의 관세에 중국의 과잉생산 심화 및 경쟁격화 등도 맞물리면서 우리나라의 타격이 크게 나타날 것”이라면서 “5월부터는 무역 수지가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경제 성장률 전망도 낮추게 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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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심화로 수출 통제와 금융제재 연계가 강화하면서 수출 중심 구조인 우리 경제가 제재 위험에 직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한국금융연구원의 ‘미·중 무역전쟁 심화로 인한 금융제재 리스크 증가와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미·중 간 무역전쟁 일환으로 수출통제 대상 품목이 확대되면서 기업과 금융사들은 의도하지 않게 제재 위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대외의존도가 높고 글로벌 가치사슬에 깊이 편입된 한국 경제는 이러한 제재 위험에 특히 취약하다는 평가다.
수출 기업이 제재 위험에 노출될 경우 금융회사들은 제재 위반에 따른 막대한 벌금과 평판 위험을 우려해 해당 기업에 금융 지원을 기피할 수 있다. 이는 기업의 자금조달에도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재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제재 정보공유 플랫폼과 공공-민간 협력 네트워크 및 제재 전문가 풀을 구축하고, 역내 국가와 금융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