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집난 사과·안 팔린 감귤의 변신…유통가 'ESG 경영' 활발

경제

뉴스1,

2025년 7월 01일, 오전 06:50

쿠팡 '사과일병 구하기'(쿠팡 제공)


기업이 지역에서 팔리지 않는 농수산물을 매입해 선보인 상품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등 '로코노미'(Local+Economy) 소비가 확대되고 있다. 지역은 안정적인 판매처를 확대하고 기업은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등 대표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성과라는 평가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쿠팡은 경북 영주·안동·봉화·예천 등에서 생산된 '못난이 사과' 약 200톤을 매입해 못난이 사과 2.5kg과 무가당 천연 땅콩버터 160g을 세트로 구성한 신규 소비 상품 '사과 일병 구하기'를 출시했다.

못난이 사과는 높은 당도를 지녔음에도 생채기나 흠집 등 외관상의 이유로 폐기되거나 주스용으로 헐값에 판매돼 농가의 부담이 됐다. 하지만 땅콩버터의 결합이라는 아이디어를 통해 농가는 상품 판매를 확대하고, 소비자는 건강식품 소비라는 새로운 가치가 탄생했다.

성공 사례는 또 있다. 롯데홈쇼핑은 경남 거창군 전체 사과 생산량의 30%를 차지하는 못난이 사과를 '못생겼지만 달콤함은 그대로'라는 콘셉트의 '아름아리' 브랜드로 상품화했다. 해당 상품은 올해 상반기(1월 1일~6월 24일)에만 350톤이 판매되며 롯데홈쇼핑 전체 과일 중 주문 건수 1위를 기록했다.

롯데홈쇼핑 '아름아리' 사과를 판매하는 모습(롯데홈쇼핑 제공).

이는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지역 농가는 대규모 직매입 루트를 확보해 이전보다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올해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거래를 지속해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갈 수 있다.

유통기업 입장에서도 단순한 금전적 지출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 농가와 협력을 통해 새로운 농산물 상품을 발굴함으로써 이전에 없던 수익 방안을 창출한 것이다. 이는 농가와 기업의 상생 구조가 이어지는 'ESG 경영'의 대표적 사례라는 평가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상생 제품을 만들어 낸 사례는 또 있다. 지난달 CU는 강원도 '두백 감자'로 만든 도시락·햄버거·샌드위치 등 간편식 5종을 출시했다. CU는 판매가 안 되는 제주 노지 감귤을 약 546톤 대량 매수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농가는 추가 소득을 얻고, CU는 '생감귤 하이볼'이라는 메가 히트 상품을 만들어냈다.

이마트24도 최근 경남 산청군 부추, 하동군 토마토 등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김밥·샐러드·샌드위치·도시락 등 간편식을 출시했다. 특히 지역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해당 상품 패키지에 지자체 앰블럼과 각 지역의 관광명소 영상을 볼 수 있는 QR코드를 넣기도 했다.

농심은 이 같은 지역 사회와 상생을 44년째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라면 '너구리' 생산에 사용하는 햇다시마 490톤을 전남 완도군에서 구매했다. 농심은 1982년 너구리 출시 이후 매년 400톤 안팎의 다시마를 구매하고 있다. 기업은 스테디셀러 상품을, 지역은 수십 년의 안정적 판로를 확보한 대표적인 상생 사례다.

산청 하동군 지역 특산물 활용한 편의점 상품(이마트24 제공)

지역 농산물을 상품으로 개발하지 않고, 자사의 플랫폼을 통해 판로를 제공하는 ESG 경영 사례도 있다. 소비자는 있는지도 몰랐던 질 좋은 농산물을 살 수 있고, 기업은 가치 소비를 이끌어 내 자사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 및 상품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G마켓은 지난달 11일 하루 동안 전라남도 무안군 양파 농가 지원을 위한 '소비촉진 특별전'을 진행했다. 중대 사이즈로 알이 굵어 품질은 좋았지만 농가 입장에선 양파 생산량의 증가와 소비 부진으로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G마켓은 특별전에서 해당 상품을 42% 할인해 소비 촉진에 나섰다.

롯데온은 경남 지역 소상공인의 우수한 상품을 자사 채널을 통해 소개하는 '경상남도 오감만족 페스타' 기획전을 3년째 운영하고 있다. 제주삼다수도 쿠팡과 함께 제주의 특산물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면 최대 30% 할인하는 기획전을 1일까지 진행한다.

6월 14일부터 16일까지 제주도에서 개최된 '전국 파크골프대회'(현대홈쇼핑 제공).

유통기업이 지역 관광 활성화를 이끌어 내 지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 사례도 있다. 현대홈쇼핑이 지난달 14일부터 16일까지 제주도에서 연 '전국 파크골프대회'가 대표적이다.

대회에는 경기 참가자 1200명을 비롯해 가족, 지인, 관람객 등 전국 각지에서 3500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경기장 부근 음식점·호텔·카페 등 매출이 평소보다 30% 이상 증가하면서 약 12억 원 규모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발생했다. 현대홈쇼핑 역시 주요 타깃인 5060 중장년층에 자사의 이미지를 각인했다.

이 밖에도 쿠팡 트래블은 최근 경북 안동을 여행 상품으로 소개하고, 안동의 고유 매력을 담은 콘텐츠를 모아 고객에게 전달하는 '안동테마관'을 열어 지역 관광의 매력을 알리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역 고유의 생산물과 가치를 확대하는 것이 결국 기업에도 도움이 돼 함께 성장하는 결과가 된 것"이라며 "단기적,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지역 활성화가 어떻게 기업에 이득으로 다가오는지 관점에서 생각해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them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