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내연기관 로터스 '에미라'…배기음·울컥거림도 추억[시승기]

경제

뉴스1,

2025년 7월 01일, 오전 07:00

27일 경기 고양의 로터스자동차코리아 서비스센터에서 촬영한 미드십 스포츠카 에미라(Emira) 2.0 터보 외관(로터스차코리아 제공). 2025.06.27.

영국 로터스자동차의 2도어 스포츠카 '에미라'(Emira)는 '엘리스' '엑시지' 등 기존 로터스 경량 미드십 스포츠카의 계보를 잇는 모델이다. 지난 2022년 글로벌 시장에 데뷔해 이듬해 한국 시장에 처음 공개됐다.

1990년대 기아가 들여와 우리에게는 친숙한 '엘란'이 엘리스의 전신으로 에미라의 할아버지뻘 정도 된다. 한 시대를 풍미한 헤리티지를 지녔지만, 로터스가 2018년 전동화 전략인 '비전 80'을 발표한 이후 고성능 전기차 출시에 매진하면서 이제 에미라는 브랜드에 남은 유일한 내연기관 스포츠카가 됐다.

로터스자동차코리아는 현재 에미라와 함께 전기 세단 '에메야'와 전기 SUV '엘레트라' 등 3종을 판매하고 있다. 2028년까지 전기차로의 완전한 전환을 마친다는 게 글로벌 본사의 계획이지만, 여전히 에미라를 찾는 소비자들이 다른 2종 못지않게 많다는 게 로터스차코리아의 설명이다.

27일 경기 고양의 로터스자동차코리아 서비스센터에서 촬영한 미드십 스포츠카 에미라(Emira) 2.0 터보 외관. 2025.06.27/뉴스1 김성식 기자

지난 27일 서울 강남의 로터스차코리아 전시장에서 열린 미디어 대상 소규모 시승 행사를 통해 에미라를 처음 만났다. 이날 강남에서 경기 고양의 로터스차코리아 서비스센터까지 왕복 80㎞를 '에미라 2.0 터보' 트림을 타고 이동했다. 직접 도로 위를 달려보니 미드십 엔진으로 운전 재미를 살린 에미라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미드십이란 차 앞축과 뒤축 사이 중앙에 엔진을 배치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무거운 엔진의 무게를 안정적으로 분산할 수 있어 코너링 시 관성을 최소화해야 하는 고성능 스포츠카에서 주로 차용한다. 이날 주행한 에미라 2.0 터보 트림은 메르세데스-벤츠 AMG의 2.0L 가솔린 터보 엔진이 미드십 형태로 들어갔다.

또한 전장과 전고가 각각 4.4m 1.2m로 짧고 낮은 데다 공차 중량은 '경량화의 전설' 로터스답게 1.4톤(t)에 불과했다. 이 모든 게 아우러지면서 강변북로 곳곳에 도사린 커브 길과 경사로에서도 에미라는 도로를 꽉 문 채 운전자에게 '치고 나가는' 재미를 선사했다. 규정 속도를 준수하느라 측정해 보지는 못했지만, 시속 0㎞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제로백)은 4.4초에 불과하다.

미드십 엔진은 운전의 재미 외에도 내연기관의 향수를 계속해서 느끼게 해줬다. 엔진룸이 운전석 뒤쪽에 위치해 가속 페달을 밟을 때마다 나오는 경쾌한 배기음이 자동차 실내를 가득 채웠기 때문이다. 최고출력 364마력(PS)에 최대토크 43.9㎏·m의 달리기 성능 덕에 가속 시 머리가 헤드레스트와 가볍게 부딪히기 일쑤였는데, 그럴 때마다 머리 뒤편에서 배기음도 함께 울렸다.

27일 경기 고양의 로터스자동차코리아 서비스센터에서 촬영한 미드십 스포츠카 에미라(Emira) 2.0 터보 외관. 2025.06.27/뉴스1 김성식 기자


8단 DCT 미션이 들어가 저속 구간에서 가속하거나, 가속페달에서 갑작스럽게 발을 뗄 때 DCT 미션 특유의 울컥거림도 간혹 있었다. 그럼에도 브랜드의 마지막 내연기관이라는 상징성 탓인지 이러한 변속 충격조차 전동화 이후에는 느끼지 못할 낭만으로 다가왔다.

주행을 마친 뒤 계기판에 뜬 연비는 9.7㎞/L였다. 스포츠카임에도 작고 가볍기 때문에 가능한 연비다. 실내는 비상등과 공조장비, 음향장비 조절 기능이 모두 물리적 버튼과 다이얼로 구성돼 있어 운전하면서도 조작하기 편리했다. 12.3인치 디지털 콕핏과 10.25인치 중앙 디스플레이 모두 요즈음 신차와 비교하면 크다고 볼 수는 없지만,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무리 없이 사용하기 충분했다.

다만 승차감은 후륜구동 차량답지 않게 다소 아쉬웠다. 주행 성능과 경량화에 집중하다 보니 나타난 결과다. 과속방지턱이나 고가 연결 부위를 지날 때의 큰 충격은 서스펜션이 나름대로 잡아줬지만, 아스팔트나 콘크리트의 울퉁불퉁한 질감, 도로 곳곳의 요철은 잔진동의 형태로 차량에 끊임없이 올라왔다. 왕복 100㎞ 이상의 먼 거리를 주행하기에는 운전자와 탑승객의 피로가 클 것으로 보인다.

27일 경기 고양의 로터스자동차코리아 서비스센터에서 촬영한 미드십 스포츠카 에미라(Emira) 2.0 터보 내부. 2025.06.27/뉴스1 김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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