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운드리 포럼 '비공개·외형도 축소'…몸 낮추고 내실 다지기

경제

뉴스1,

2025년 7월 01일, 오전 11:00

삼성파운드리포럼(SFF)·세이프(SAFE)포럼 한국 행사가 열린 1일 서울 서초동 삼성금융캠퍼스에서 파트너사 관계자들이 북적이고 있다. 2025.7.1/뉴스1 © News1 최동현 기자

"파운드리가 요즘 힘들어요. 조심스러운 분위기입니다."

삼성전자(005930)가 올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고객·협력사 포럼을 비공개로 돌리고 외형도 대폭 축소했다. 매년 공개적으로 포럼을 열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풍경이다. 파운드리 사업이 매 분기 적자를 거듭하면서 조용히 내실을 다지는 '로키'(low-key) 행보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금융캠퍼스에서 삼성파운드리포럼(SFF)·세이프(SAFE)포럼 한국 행사를 비공개로 열었다. SFF는 고객·협력사에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최신 공정과 기술 로드맵을 공유하는 자리다. 세이프 포럼은 파트너사들과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포럼 외형을 예년보다 대폭 축소했다. 지난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었던 것과 달리, 올해는 비교적 작은 삼성 관계사 건물로 변경했다. 지난달 3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연 포럼도 비공개로 진행했다. 행사장에는 협력사 관계자 수백명이 찾았지만, 지난해 1000명 이상의 인파가 북적였던 것과는 확연히 차이가 났다.

온종일 열리던 SAFE포럼 행사 시간도 올해는 오전 9시30분부터 12시55분까지 절반으로 단축했다. SFF 역시 핵심 고객사(VIP)들을 대상으로 만찬을 겸해 비공개로 진행할 예정이다. 만찬에는 DS부문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장(사장), 남석우 파운드리사업부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이 참석해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파운드리포럼(SFF)·세이프(SAFE)포럼 한국 행사가 열린 1일 서울 서초동 삼성금융캠퍼스에서 협력사 관계자들이 북적이고 있다. 2025.7.1/뉴스1 © News1 최동현 기자


삼성전자가 SFF·SAFE 포럼을 축소한 것은 거듭된 파운드리 사업 실적 부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당초 내년에 1.4나노미터(㎚) 공정 양산을 시작한다는 로드맵을 공개했지만, 2나노와 4나노 수율 개선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파운드리 시장 1위인 대만 TSMC와의 격차가 더 확대되고, 3위 중국 SMIC와의 격차는 좁혀지는 위기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포럼장을 찾은 정규동 가온칩스 대표이사는 뉴스1과 만나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지난달 미국 포럼에서 2나노에 주력하고, 1.4나노는 조금 천천히 하겠다고 했으니 (오늘 포럼에서도) 그 기조가 유지될 것 같다"면서 "요즘 파운드리가 어려워서 조심스럽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SAFE 포럼에서 사업 현황 소개를 맡은 신종신 삼성전자 파운드리 디자인 플랫폼 개발실장도 이날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 침묵을 지켰다. 협력사 발표에 나서는 이장규 텔레칩스 대표이사,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이사도 취재진의 질문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행사장으로 향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1일 서울 서초동 삼성금융캠퍼스에서 삼성파운드리포럼(SFF)·세이프(SAFE)포럼 한국 행사를 열었다.사진은 삼성금융캠퍼스 전경. 2025.7.1/뉴스1 © News1 최동현 기자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 역량 강화에 전사적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 미국 반도체 법인(SSI)은 최근 연봉 최대 32만 달러(약 4억5000만 원)를 내걸고 파운드리 사업부 부장(디렉터)·팀장(매니저)급 경력직 채용에 나섰다.

앞서 세계 1위 파운드리인 대만 TSMC 출신 영업·전략 전문가를 미국 파운드리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한 데 이어 파운드리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한 영업 기반 구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성과를 포장하기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와신상담' 행보로 보인다"며 "조금 늦어진 부분이 있지만 저력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