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6억 규제'로도 집값 못 잡으면…한은이 내놓은 대책은

경제

이데일리,

2025년 7월 01일, 오전 11:40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고강도 대출 규제에 나선 가운데, 한국은행이 국정기획위원회(국정위)에 추가 규제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가 6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초고강도 대출 규제를 시행하며 서울 아파트의 74%, 18개 구의 아파트가 대출 감소 영향을 받게 됐다. (사진= 연합뉴스)


◇ 한은, 국정위에 부동산 추가 규제방안 보고

1일 한은과 국정위 등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달 27일 국정위 업무보고에서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현 대출 규제로도 수도권 부동산 과열이 가라앉지 않을 경우 도입할 수 있는 고강도 추가 규제안을 보고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넷째 주(23일 기준)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21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며 전주보다 0.43% 올랐다. 상승폭은 지난주(0.36%)보다 커져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9월 둘째 주(0.45%) 이후 6년 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집값과 연동해 증가하는 가계부채 증가세 역시 심상치 않다. 지난달(6월) 전월대비 가계대출 증가액은 7조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 증가액은 약 5조 8000억원으로, 월말까지 기간과 규제 시행 전 ‘막차 수요’ 등을 고려하면 월간 증가액은 7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수도권과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대책을 내놨다. 서울 25개 구 중 18개 구가 해당되며, 28일부터 즉각 규제가 적용됐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도 이날부터 예정대로 시행된다. 대출 심사 시 스트레스 금리 1.5%를 100% 반영하게 돼 실제 대출 가능 금액은 줄어들게 된다.

‘무리한 빚을 내서 집을 살 수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고강도 규제안이 나오면서 서울 주요 지역에서 매수 거래 문의가 끊기는 등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풍선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은은 이번 대출 규제가 집값 급등세를 잡지 못할 경우 △조정대상지역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등을 확대 지정하거나 서울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국정위에 보고했다.

아울러 현재 DSR 규제 적용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정책대출이나 수도권 유(有)주택자 전세대출 등을 포함시키는 방안도 언급했다.

한은은 지난달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가계대출에서 정책대출의 비중이 2015년 말 9.0%에서 2024년 말 16.4%로, 주택 관련 대출에서는 정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6.9%에서 28.1%로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정책대출이 DSR 규제에 포함될 경우 전체 가계대출 잔액 중 DSR 규제가 적용되는 비중이 5.6%포인트 상승할 것이란 게 한은측 추산이다. 그만큼 은행들이 대출을 더 내주기 힘들어진다는 의미다.

지난달 30일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 시민이 오가고 있다. 업계는 한동안 급매물 위주로만 간간이 거래가 성사되며 전체 거래도 크게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李 “주택마저 투자·투기 수단…주거 불안정 초래”

집값과 가계부채를 안정시키기 위한 정부와 여당의 의지는 필요 시 추가 대책도 불사할 수 있을 만큼 강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대한민국 투자 수단이 부동산에만 집중되면서 주택마저 투자 수단 또는 투기 수단이 되면서 주거 불안정을 초래해왔다”고 지적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고강도 대출 규제에 대한 비판과 관련, “빚 부담 능력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 빚내서 집을 사라는 게 바람직한 정책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7월 초 종합 부동산대책 발표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동산 시장 상황이 굉장히 심각하면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정책을 복합적으로 구사해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한편, 한은은 최근 주택 가격과 거래량이 급등하는 등 주택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가계대출 급증세가 올해 3분기 말까지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자칫 주택 시장 과열에 기름을 부을 수 있는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나타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