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저조 실손 청구 간소화…보험사 "불참땐 과태료" vs 의료계 "정보 오남용"

경제

이데일리,

2025년 7월 07일, 오전 10:38

[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2단계 도입이 3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의료기관 참여를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보험업계는 참여율 저조를 지적하며 과태료 등 처벌 조항을 담은 법 개정을 요구 중이다. 의료계는 여전히 진행 과정이라며 데이터 독점과 개인정보 오남용 우려를 제기해 첨예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6일 보험업계 따르면 오는 10월 25일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2단계를 시행한다. 1단계가 병상 30개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했다면 2단계는 적용 대상을 의원급과 약국까지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관련 시스템인 실손24를 운영 중인 보험개발원은 이미 의원·약국과의 연계 시스템을 구축한 상태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보험업법에 따라 시행 3년 차에 접어들었음에도 참여가 저조하다며 과태료 등 강제 수단을 담은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의료기관이 진료비 계산서·영수증·세부산정내역 등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보험사에 전송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전국 의원은 약 7만곳, 약국은 3만 5000곳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지난달 15일 기준 실손24 참여율은 의원 0.1%(85곳), 약국 3%(1053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앞서 시행한 1단계 역시 시행 8개월이 지났지만 참여율은 59%(4602곳)에 그치고 있다. 보험개발원은 EMR(전자의무기록) 업체를 통한 간접 설득 전략도 펼치고 있다. 실손24와 의료기관을 연동하기 위해 EMR 업체가 필요한 개발을 하도록 개발·확산비를 지원하며 관련 공고를 매달 내고 있다. 해당 비용은 보험사가 부담하며 시스템 구축을 간접적으로 유도하는 구조다.

보험업계는 전산화가 본격적으로 시행해야 보험사기 방지와 업무 효율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지류 기반의 기존 청구 시스템에서는 일부 계약자가 영수증을 위조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보험사들은 심사 기간 단축 등 업무 효율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의료계와 환자단체는 다른 시각이다. 개발·확산비 규모가 미미하고 특정 중개기관(보험개발원)을 통한 정보 집중은 개인정보 침해와 보험사의 데이터 독점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계는 이미 일부 의원과 병원이 핀테크 기반 청구 간소화 앱을 활용하고 있으며 보험업계에 대응하기 위한 의학계 자체 중개기관 ‘의학정보원’(가칭) 설립도 검토 중이다.

실손24 기본 시스템 구축을 추진한 정근환 보험개발원 단장은 “이번 달부터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참여한 의료기관을 소개하는 등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다”며 “소비자 체감도가 높아지면 의원, 약국의 자발적 참여도 이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태료 등 처벌 조항을 신설하는 입법 필요하다”고 했다.

이태연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정보가 한 곳에 집중되면 개인정보 오남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공공의료정보가 민간기관에 집중되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보험사가 청구 간소화를 통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존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