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수영 애즈위메이크 대표 2025.6.25/ⓒ뉴스1 이정후 기자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라고 불리는 지난해와 올해 시리즈B(110억 원)와 시리즈C(100억 원) 투자 유치를 연달아 성공한 기업이 있다. 오프라인 중심의 식자재마트를 온라인으로 확장하고 매장 통합 관리 솔루션까지 제공하는 애즈위메이크의 이야기다.
대기업 유통사의 틈바구니에서 식자재마트를 공략해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애즈위메이크의 손수영 대표는 "경기가 불황일수록 식자재마트 매출은 증가한다"며 "지역 거점을 중심으로 몸집을 키우면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반경 3㎞ 내 소비자 연결…운영 효율화 SaaS까지 제공
애즈위메이크는 온라인 식료품 당일 배송 서비스 '큐마켓'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큐마켓은 식자재마트와 반경 3㎞ 이내 소비자를 온라인으로 이어주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로, 주문 후 3시간 이내 당일 배달을 제공한다.
애즈위메이크는 식자재마트가 목표로 하는 물리적인 서비스 거리와 소비자의 실제 활동 반경 사이에 괴리가 있는 점을 주목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오프라인에서 식료품을 살 때 도보 반경 700m 내의 식자재마트를 주로 찾는다. 반면 식자재마트는 매출을 늘리기 위해 최대 3㎞ 거리까지 배달 서비스를 자체 운영한다.
이 때문에 반경 온라인을 운영하지 않는 식자재마트 입장에서 700m와 3㎞ 사이에 있는 소비자를 공략하고 싶어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서비스가 O2O 서비스인 '큐마켓'이다.

애즈위메이크 사업 소개(애즈위메이크 홈페이지 갈무리)
애즈위메이크는 이와 함께 식자재마트 운영에 필요한 △인력 관리 △재고 관리 △정산 관리 등을 디지털로 전환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공급 사업도 동시에 하고 있다.
기존 식자재마트들이 자체 배달 인력을 고용하며 발생했던 인건비는 배달 대행 업체를 중개하는 서비스를 통해 운영 비용을 낮췄다.
애즈위메이크에 따르면 큐마켓과 제휴한 식자재마트는 이전 대비 매출이 최대 10% 증가했고 인건비는 최대 35%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손 대표는 "큐마켓은 식자재마트의 매출을 높여주는 매출 증진형 사업, SaaS는 비용 절감형 사업으로 투 트랙 전략"이라며 "토털 솔루션이기 때문에 진입 장벽을 계속해서 쌓고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손수영 애즈위메이크 대표가 대학생 시절 공동 창업자와 대학가에서 운영했던 생필품 배달 서비스(손수영 제공)
손수레 끌며 대학가 배달…마트 버전 배달의민족 꿈꾸다
지금은 IT 기술로 식자재마트의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애즈위메이크지만 시작은 작은 손수레 하나로 시작했던 청년 창업가들이었다.
손 대표는 대학교 4학년 졸업을 앞둔 2019년, 친구와 함께 작은 사업 하나를 시작했다. 대학교 주변에 사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물, 물티슈 등 생필품을 주문 후 2~3시간 이내에 배달하는 사업이었다. 아무리 빠른 쿠팡이나 컬리도 결국 다음 날 새벽에 배송된다는 점을 공략했다.
그는 친구와 함께 작은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직접 배달을 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주문량이 늘자 배달 거리는 1시간까지 늘어났다. 배달 요청이 들어오는 상품 종류도 다양해졌다.
충분한 수요를 확인한 손 대표와 친구는 165㎡ 규모의(약 50평) 마트를 직접 운영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수요를 모두 잡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바로 옆에 있던 식자재마트와의 경쟁에서 완패했다. 손 대표는 당시 사업을 두고 "깔끔하게 망했다"고 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이들은 첫 번째 사업 실패 이후 식자재마트의 경쟁력을 확인하고 '마트 버전 배달의민족'을 고민했다. 지금의 애즈위메이크가 운영하는 큐마켓이 탄생한 배경이다.

애즈위메이크 '원쿠폰' 인수(애즈위메이크 제공)
쉽지 않았던 창업 초기…공격적인 M&A로 사업 확장
애즈위메이크의 사업이 처음부터 잘 풀렸던 것은 아니다. 식자재마트들은 시스템구축(SI) 업체를 통해 자체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었고 비슷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들도 다수 있었다.
더구나 식자재마트 대표들은 대부분 도매업을 하다가 직접 점포 운영에 뛰어든 이른바 베테랑들이었기 때문에 대학을 막 졸업한 20대들이 협상력을 발휘하기란 어려웠다.
이 때문에 2020년 9월 큐마켓 서비스를 출시한 직후 확보한 제휴 식자재마트는 단 1곳. 이듬해 연말에도 전국 제휴사는 13개에 불과했다. 손 대표는 "모든 직원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영업했지만 제휴사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손 대표는 이와 같은 확장 정체를 인수·합병(M&A) 전략으로 타개했다. 충청권에서 비슷한 O2O 플랫폼을 운영하던 동실마켓을 인수해 거래처를 확대했고 밸류체인을 늘릴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해 시너지를 도모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전국 마트에 지류 할인쿠폰을 공급하는 비아코리아, 원쿠폰서비스, 쿠픽을 연달아 인수하며 5000여 곳을 영업망으로 확보했다. 이에 올해 상반기 기준 애즈위메이크의 제휴 식자재마트는 1500곳으로 빠르게 늘었다. 연말 목표는 2000곳 돌파다.

손수영 애즈위메이크 대표가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6.25/ⓒ뉴스1 이정후 기자
불황에 잘 되는 식자재마트…애즈위메이크에는 기회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는 대형 유통사와의 경쟁이 부담되지는 않을까. 손 대표는 "대형마트들이 온라인 사업 확장에 힘을 쓰는 사이 성장한 게 식자재마트"라며 "지역 거점에서는 식자재마트가 훨씬 잘 되기 때문에 오히려 기회"라고 말했다.
대형 유통사와 더불어 네이버나 쿠팡 등 플랫폼 기반 퀵커머스 서비스도 식자재마트를 제휴사로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미 영업망을 갖춘 애즈위메이크가 경쟁력이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대형마트보다 저렴한 식자재마트는 요즘과 같은 불황에 더욱 인기라는 점도 자신감의 근거가 됐다. 식자재마트가 잘 될수록 애즈위메이크에는 사업 확장의 길이 열린다.
이는 실제 영업 실적이 뒷받침하고 있다. 애즈위메이크의 올해 1분기 연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한 77억 원, 영업이익은 12억 원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을 돌파했다. 올해 전체 목표 매출액은 500억 원이다.
지난해 6월 시리즈B 투자 유치 이후 9개월 만에 시리즈C 투자를 추가 유치하고 기업가치는 두 배로 뛴 애즈위메이크는 추가 M&A도 물색 중이다. 밸류체인을 강화하기 위해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체나 부가가치통신망(VAN) 업체를 눈여겨 보고 있다.
손 대표는 "한국에서 잘 만든 솔루션을 바탕으로 일본과 베트남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예정"이라며 "아세안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lee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