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기능성표시식품 제도 도입한 日…2023년 시장규모 22배↑
한국보다 일찍 인구 고령화가 시작된 일본에서는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능성표시식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수요가 늘면서 관련 시장규모도 나날이 커지는 추세다.
일본 시장조사 분석기관 후지경제에 따르면 2023년 일본 기능성표시식품 시장규모는 6865억엔 수준일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5000억엔 후반대를 기록했던 2022년에 비해 19.3% 증가한 규모다. 제도가 처음 도입된 2015년(313억엔)과 비교하면 22배 가까이 성장했다.
일본에서 '기능성표시식품'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검증된 기능성을 표시한 식품을 뜻한다. 식품 건강기능성에 관한 과학적 근거를 상품 출시 전에 일본 소비자청에 '신고'하면 상품 겉면에 '기억력 향상 효과가 있음', '수험생 피로 해소에 탁월' 같은 문구를 포장재에 기재할 수 있다.
노령 인구가 전체의 30%에 달하는 일본에서 식품으로 간편하게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기능성표시식품은 소비자들로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기존 특정보건용식품(토쿠호)과 다르게 간소화한 허가 절차도 시장규모 확대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이전까지 일본에서 식품의 기능성을 명시하려면 소비자청의 '허가'를 받아 '특정보건용식품'으로 등록해야 했다. 이는 국가가 기능성을 승인함으로써 기능성에 대한 책임을 국가가 지는 제도다. 하지만 특정보건용식품으로 인정받으려면 제품별로 별도의 임상시험 결과가 필요해 중소 식품기업은 이 제도를 활용하기 어려웠다.
이에 일본 정부는 최종 제품에 대한 임상시험 없이 기존 연구결과를 활용해 소비자청에 '신고'만 해도 식품에 기능성 표시가 가능하도록 기준을 완화한 제도를 만들었다. 그렇게 등장한 것이 기능성표시식품 제도다.

일본에서 시판 중인 기능성표시식품.
일본의 대표적인 기능성 표시식품 종류는…소비자 니즈 공략
'장활(腸活)', 즉 장 건강을 위한 습관은 일본 소비자 사이에서 확고한 건강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일본 구루나비가 지난 3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1.7%가 장 건강 개선 활동에 관심을 보였고, 요구르트·낫토·된장·김치 등 발효식품에 대한 선호가 높게 나타났다.
후생노동성은 올해 개정한 '일본인의 식사섭취기준'에서 1일 식이섬유 권장량을 25g으로 상향했지만, 실제 평균 섭취량은 13.3g에 불과하다. 이에 유산균 음료·젤리·요거트 등에서 식이섬유 강화 제품 출시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닛폰햄' 산하 '일본루나'는 이눌린과 GABA를 함유한 유산균 음료 '장활습관 치어풀', 기능성 식품 전문브랜드 라나벨은 '라나클레르 젤리' 등을 출시하며 장내 환경 개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들 유산균 음료들은 기존의 장 건강 이외에 면역력 증진, 콜레스테롤 개선, 체지방 감소 등의 추가 기능성을 강조, 소비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했다.
건강한 디저트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 아사이볼, 그릭요거트, 두부 바 등은 건강과 맛, 비주얼을 모두 만족시키며 SNS에서 MZ세대의 관심을 끌고 있다.
'프룻타프룻타'의 냉동 아사이 믹스는 전년 동기 대비 출하량이 900% 이상 급증, '세븐프리미엄 두부 스위츠바'는 누적 판매량 1300만 개를 돌파했다.
ZENB Japan은 야채와 대두·아몬드를 넣은 'ZENB 바통'을 출시해 저당·무가당·글루텐프리 식품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여성 소비층을 대상으로 한 고단백 식품 시장도 나날이 규모가 확대하고 있다.
단백질 보충식품은 2023년 2687억 엔에서 2024년 2768억 엔으로 약 2.8% 성장하며, 일상 식품으로 안착하고 있다. 과거 운동·보디빌딩 중심이던 시장은 미용·다이어트 목적의 여성 소비자층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일본루나'는 스키르 요거트 2종을, '울토라'는 패션모델 후지타 니콜과 협업한 디저트풍 고단백 쉐이크를 선보이며, 달콤하면서도 고단백이라는 소비자 니즈를 공략하고 있다.

기능성표시식품 종류.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제공)
韓, 규제 완화-소비자 니즈-기업 진입장벽 완화로 기능성식품시장 저변 확대
일본의 기능성표시식품 성공 배경에는 제도적 기반, 소비자 수요, 기업 전략이 맞물린 선순환 생태계 구축이 있었다. 한국에서도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기능성표시식품의 자율 신고제를 강화하고, 기업이 과학적 근거를 충분히 제시하면 시장에 출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유연성을 제공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런 신속한 승인 시스템이 도입되면 기업들이 시장에서 보다 빠르게 반응할 수 있어 자연스러운 선순환 생태계 구축이 가능해진다.
정부는 건강한 식생활 트렌드에 따른 수요 증대에 발맞추는 한편, 관련 산업을 농업 산업과 연계한 확실한 먹거리산업으로 구축하기 위해 시장 진입장벽 완화와 기술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은 농림축산식품부 지원을 받아 2024년 '기능성 표시식품 개발 지원사업'을 추진, 총 10개 기업을 선정해 원료 매칭부터 시제품 제작, 기능성분 분석, 표시 문구 검토까지 전 과정을 지원했다.
대표 상품을 보면 ㈜웰케이에서는 '우리가족건강채수'를 출시했다. 혈압조절 및 혈중 콜레스테롤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진 마늘을 함유한 친환경제품이다.
유익한컴퍼니에서는 제주 유기농 구아바잎 추출액 100%로 만든 건강 탄산음료 '유이크 구아바잎 스파클링'을, ㈜바이오 360은 혈행 개선과 건조한 눈을 개선해 눈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스틱형 젤리 '기능성표시식품 오메가 3 젤리'를 출시했다.
농업회사법인 이반촌농원㈜에서는 국내산 산돌배와 국내산 홍삼이 담긴 맛있는 기능성표시식품 젤리스틱 '단돌이지 홍삼'을, 에이치앤파이㈜는 식후 혈당상승 억제에 도움이 되는 기능성원료인 당조고추건조분말을 사용한 기능성표시식품 '애프터다운 당조고추 플러스/클린, 분말효소'를, 농업회사법인 ㈜천우당은 '식물성 오메가3 젤리스틱 홍삼'을 내놨다.
농식품부는 이 외에도 기능성표시식품 산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6월부터는 기능성원료은행을 구축·운영에 들어갔다. 기능성원료은행은 국산 농산물에서 유래한 기능성 식품소재를 생산·보관·표준화하고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 시설이다. 시설은 기능성원료를 생산·가공하고, 원료를 표준화할 수 있는 고해상도질량분석기 등 200여개의 장비로 구축했다.
기능성표시식품 산업 관련 국내 기능성 소재 수요 및 사용 실태, 시장 규모 등을 보다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통계 수립 작업도 시작했다. 해당 통계를 활용해 기능성표시식품 시장의 산업동향 및 정밀한 전망을 측정하는 도구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기능성표시식품 산업 육성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사업도 추가 발굴 중이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산학연관 협의체를 구성, 정책 수립 용역을 추진할 예정이다.
* 이 기사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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