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기업·사회·정부가 함께 만드는 기업가 정신의 미래'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7.8/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8일 "돈을 집어넣어도 사회 문제를 해결하지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어 기존 자본주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저출생 등 사회적 문제를 정부가 혼자서 해결하기보다,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 개인이나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우리 사회를 위한 새로운 모색'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지금의 자본주의 시스템이 사회를 잘 작동시킬지에 대해 의구심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저출생·고령화, 주거 불안, 청년 실업 등 사회적 문제는 정부가 해법(정책)을 수립하고 세금을 투입해 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정부는 과거에 비해 기능과 역할이 비대해졌고, 사회적 문제는 단일 주체가 혼자서 해결하기에는 난해하고 복잡해졌다는 것이 최 회장의 문제의식이다.
최 회장이 사회 문제 해결에도 '자본주의 방식'을 채택할 것을 제안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혁신 아이디어와 추진력을 가진 개인 또는 기업이 있다면, 선의에 기댈 것이 아닌 '인센티브'를 줘서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돈과 정책을 엄청나게 들여서 대응했지만, 작동을 하지 않았다. 그러면 대응 방식을 바꿔야 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라며 "기업한테 '좋은 마음을 갖고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해봐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해봐라' 이야기하지만 솔직히 그렇게 잘 작동된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기업이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할 때마다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사업화'가 된다. 최 회장은 "(기업이) 돈을 버는 만큼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같이 생각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와 시스템을 바꾼다면 꽤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SK그룹은 비영리재단 사회적가치연구원을 설립하고 2015년부터 사회성과인센티브(SPC)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10년간 사업에 참여한 사회적 기업은 500여 개로, 이 기업들이 창출한 사회문제 해결 성과는 약 5000억 원, SK가 보상으로 지급한 인센티브는 약 700억 원이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기업·사회·정부가 함께 만드는 기업가 정신의 미래'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7.8/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대한상의 신기업가정신협의회(ERT)와 한국사회과학협의회가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최 회장을 비롯해 경제, 사회, 행정, 정치 등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 학회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대한변호사협회 등이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한국의 현재 상황을 AI(인공지능) 대전환, 저성장, 통상환경 재편 등 급변하는 경제환경에 더해 인구소멸, 지역 불균형, 기후 위기 등 사회문제가 급속도로 심화하는 복합 위기라고 진단했다. ‘신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정부와 기업, 사회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김재구 한국경영학회 전 회장(명지대 교수)은 "위기 상황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며 우리 사회의 모든 이해관계자가 혁신 생태계를 공동 설계하고 참여하며 함께 책임지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 신기업가정신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영상축사에서 "기업, 정부, 학계, 시민사회가 협력해 지속가능한 성장과 포용의 가치를 함께 만들어갈 시점”이라며 “국회도 기업의 혁신을 응원하고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는 제도적 기반을 함께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RT는 대한상의가 지난 2022년 발족시킨 기업 협의체로 현재 약 1850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기술과 문화를 바탕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발전을 끌어나가는 '신기업가정신'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