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증권거래소가 ‘디지털 채권’을 발행한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증권거래소(ADX)는 최근 MENA 지역 최초로 분산원장기술(DLT)에 기반한 디지털 채권을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금융 기관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거래가 이뤄질 예정이라 앞으로 국내 기업·기관과의 협력 기회도 창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지 관계자들은 이럴 때일수록 충분한 규제 검토와 현지 법률 자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사진=ADX 홈페이지 갈무리)
이번 채권은 현지 퍼스트 아부다비 은행(FAB)이 발행한다. 채권 등록과 거래는 홍콩상하이은행(HSBC)의 분산 원장 기반 디지털 자산 플랫폼 오리온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HSBC는 오리온을 통해 2023년부터 유로화와 홍콩달러 표지 디지털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거래는 이외에도 다양한 경로로 이뤄진다. 글로벌 투자자는 △유로클리어 △클리어스트림 △홍콩 중앙청산시스템(CMU)에 개설된 계좌로도 디지털 채권에 접근할 수 있다.
압둘라 살렘 알누아이미 ADX CEO는 “이번 디지털 채권 발행으로 기관급 디지털 상품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했을 뿐 아니라 그린본드, 이슬람 채권(수쿠크), 부동산 연계 상품 등 보다 광범위하고 다양한 유형의 토큰화 자산을 출시할 기반이 마련됐다”며 “이는 아부다비가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 입지를 강화하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UAE는 그간 블록체인, 가상자산, 웹3 분야의 글로벌 허브 지위를 차지하고자 착실히 규제 환경을 구축해나갔다. 예컨대 세계 최초로 DLT 재단 설립을 위한 규제 틀을 마련하고 이를 활용해 혁신적인 웹3 프로젝트에 적용 중이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 관계자는 “UAE가 전통적인 석유 경제에서 기술 주도형 금융 허브로 전환하려는 국가 비전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금융 혁신의 선도적 위치를 계속 확보하고 선점해가는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디지털 채권 발행에서 주목할 부분으로 기존 결제 시스템을 통해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점을 꼽았다. 유로클리어, 클리어스트림, CMU와 같은 기존 금융 인프라와 호환성을 확보해 글로벌 결제 기준에도 맞는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외에도 현지 기관인 ADX·FAB와 글로벌 금융 기관인 HSBC의 파트너십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UAE 핀테크 시장은 올해 35억 6000만달러(약 4조 8704억원)에 달할 거라 예상된다. 2030년까지는 연평균 12.56%씩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게다가 ADX는 올해 상반기에만 외국인 순투자가 99.5%나 증가해 37억달러(약 5조 620억원)를 기록했을 만큼 급성장하고 있다. MENA 지역 대표 증권거래소로 자리매김해 가는 ADX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가 창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지 관계자들은 국내 업체들 역시 기술력을 바탕으로 ADX 뿐 아니라 현지 기관이 구축하는 파트너십 기회를 노릴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때 하지원 법무법인 알타미미 한국팀 팀장은 “UAE는 연방정부, 각 토호국, 프리존 등이 디지털 자산 규제 관련 규정을 경쟁적으로 마련하며 겉으로 보기엔 자유롭게 관련 활동을 장려하는 것으로 보이나 실질적 라이센스 취득·규제는 엄격하게 심사하고 적용하고 있다”며 “현지 진출과 사업 시작 전 충분한 규제 검토와 법률 자문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국내 기업이 주로 블록체인 인프라, 스마트 컨트랙트, 디지털 자산 관리 솔루션 등을 제공하는 기회를 잘 노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현지 규제 환경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