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상호관세 25%를 부과하겠다면서도, 발효 시점을 본래 예고한 이달 9일에서 다음 달 1일로 3주간 연기한 것은 상대방(국)을 압박하는 동시에 협상 타결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양국 간 정상회담이 더욱 시급해졌다고 강조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통상 문제뿐만 아니라 방위비, 망 사용료 등의 다양한 문제를 포함하는 '패키지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백악관은 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 유예 기간을 8월 1일로 연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공개한 관세 통보 서한에 따르면 한국은 일본·말레이시아·카자흐스탄·튀니지 등과 함께 25%의 관세를 부과받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미국은 당신의 위대한 나라를 상대로 심각한 무역 적자를 보고 있다"며 "그럼에도 당신들과 진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좀 더 균형 잡히고 공정한 무역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상호 간 무역 관계를 논의할 수년의 시간이 있었고 한국의 관세, 비관세적 무역 장벽으로 인한 지속적인 무역 적자로부터 이행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다음 달 1일까지 관세 부과가 연장된 것으로 보고 "불확실성을 조속히 해소하기 위해 남은 기간 상호 호혜적인 협상 결과 도출을 위해 협상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상 타결 근접국에 마무리 의지 드러낸 것…정치적 압박 카드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타결에 근접한 국가들에 협상 마무리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장은 "미국이 한국, 일본과 같은 나라와 빨리 협상을 마무리 짓고 싶은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동시에 8월 1일 전까지 협상을 마무리하라는 압박의 의미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 단장은 "편지를 보낸 후 협상에 나서면 상대국은 시한에 쫓기게 되며, 시한이 지나면 관세가 부과되니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윤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가 주요 무역 상대국인 한국·일본 등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체면을 세워주고, 성공적인 협상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의 파격적인 제안을 해보라는 취지로 시간을 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통상 뿐만 아니라 비관세 장벽에 대한 압박 수위를 올리는 의도도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장상식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이번 서한은 실질적 관세 부과라기보다, 협상을 유도하기 위한 정치적 압박 카드"라며 "단순히 상품 관세율만 언급한 것이 아니라 비관세 장벽, 무역 불균형, 제3국 경유 우회 수출까지 문제 삼으며 한국의 통상·투자 환경 전반을 겨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장 원장은 "특히 '제3국 경유 물품에는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문구는 중국산 부품을 사용한 한국산 제품이나 중국계 기업의 한국 투자 제품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와 고율 관세 부과가 가능함을 시사한다"고 부연했다.
결국 패키지딜…정상회담서 큰 틀의 합의 먼저 이룰 필요
무역 협상 타결을 위해서는 8월 1일 이전 조속한 시기에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허 교수는 "우리에게는 정상회담이 상당히 필요해진 것이며, 8월 1일 이전 빠른 시일 내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통해 원칙에 대한 큰 틀의 합의를 이루고, 이후 세부적인 협상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앞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방미 중인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조속한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또한 허 교수는 "방위비 분담금이나 국방비, 환율이나 미국 국채에 대한 안정적인 수요, 망 사용료와 온라인 플랫폼법 등 포괄적인 주제가 다 반영돼 결국 패키지딜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러니 대통령이 전면적으로 나서서 큰 가르마를 타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현재 정부가 택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현재처럼 풀스케일 통상 협상을 하면서 그 사이에 정상회담을 하거나, 영국처럼 일반 원칙에 두 나라가 합의하고 일반 원칙에 포함된 것들을 적용해 세부 협상을 또 이어가는 방식도 정부가 고려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한 발 더 양보해야 할 수도…비관세 장벽 개선 등 '트럼프 홍보용 치적' 필요
기존 협상안보다 한발 더 나아간 양보가 필요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비관세 장벽 개선 등을 통해 내줄 것은 내주되, 협상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장은 "8월 1일부터 상호관세 25%가 시행되는 상황이라면, 우리로서는 남은 기간 어떻게든 합의해야 하므로 초조한 면이 생긴 것"이라며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지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합의를 이루려면 지금보다 조금은 더 양보해야 할 수도 있으며, 이를 통해 최대한 얻을 것은 얻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장상식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7월 말까지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베트남 사례를 벤치마킹해 가시적인 무역 흑자 축소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정부가 주도하는 에너지·방산 수입 확대와 함께, 농산물·소비재·기계류 등 수입 확대가 가능한 품목을 중심으로 구체적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 원장은 이어 "트럼프의 치적 홍보에 필요한 한국 내 비관세 장벽 개선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플랫폼·디지털 규제 완화, 의약품·농축산물 검역·인증 절차 간소화를 통해 미국 기업의 실질적 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조치가 요구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