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하반기에는 HBM 제품의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 2나노 첨단 공정 등으로 메모리와 비메모리(파운드리·시스템LSI)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반등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실적이 회복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기술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차세대 HBM4에서 10㎚(나노미터·10억분의 1m) 6세대(1c) D램의 기술력을 증명하고, 자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500’을 통해 파운드리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 부진에 대해 재고자산 평가손실 충당금 등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DS) 부문 재고평가 충당금을 1조원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재고평가 충당금은 재고 가치가 내려가면서 원래 시장가를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될 때 하락분을 반영해두는 비용 개념이다. 김형준 차세대 지능형반도체 사업단장(서울대 명예교수)은 “대중 제재로 판매가 어려워진 제품과 HBM3E 이전 제품 등을 충당금으로 반영했을 것”이라며 “충당금을 한 번 털어낸 만큼 하반기에는 실적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실적 반등 역시 HBM 기여도가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메모리 부문은) 하반기 엔비디아에 (HBM3E 12단 제품) 퀄(품질) 테스트 통과, 다른 고객사 물량 확대 등을 통해 실적 개선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방인권 기자)
경희권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서 늦긴 했지만 최근 구글, 아마존 등 기업들이 AI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며) 다변화 흐름이 있다”며 “시장에서 다변화가 일어나면 SK하이닉스의 독점 이윤 구간이 옅어지는 등 삼성에 좋은 상황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단장은 “첨단 제품일수록 수익성이 높은 만큼 HBM4 시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피 튀기는 경쟁을 할 것이다. 삼성전자도 SK하이닉스와 비슷한 시기에 HBM4를 공급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라며 “결국 삼성전자의 기술력에 (반등 여부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이영훈 기자)
파운드리는 수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이종환 교수는 “파운드리의 경우 돌파구가 뚜렷하지 않지만, 결국 수율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라며 “자사 AP는 반드시 해야 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TSMC와 격차가 너무 벌어졌지만, 양산성 확보를 최대한 해서 한걸음 한걸음 따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공개하는 ‘갤럭시Z 플립7’에 3나노 공정으로 양산한 엑시노스 2500을 탑재하는데, 이를 통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또 연말에는 2나노 공정을 적용한 ‘엑시노스 2600’을 생산할 계획이다.
김용석 가천대 석좌교수(반도체교육원장)는 “3나노 공정부터 시작해 서서히 수율을 끌어올려야 2나노 공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하반기에는 긍정적인 흐름이 보여진다”고 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3조9119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하면서 주주가치 제고를 내건 자사주 10조원어치 매입 계획을 마무리했다. 3조9000억원어치 자사주 중 2조8119억원을 주주가치 제고 목적으로, 나머지 1조1000억원은 임직원 상여 지급 등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