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李 ‘흑묘백묘론’ 금융감독개편에도 필요하다

경제

이데일리,

2025년 7월 08일, 오후 07:13

[이데일리 김나경 기자]“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 아닌가.” 먹사니즘(먹고사는문제)을 주창한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주의를 집약한 말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흑묘백묘론이 금융당국 개편에서는 영 보이지 않는다. 금융산업 육성,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결과보다는 기관 쪼개기를 통한 견제와 균형 원리에 무게추를 두고 있어서다. 지금까지 논의를 종합하면 유력한 개편방안은 이렇다. 금융위원회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에 넘기고 금융감독정책 기획·집행을 담당하는 금융감독위원회를 만든다. 현재 금융감독원 산하 금융소비자보호처를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격상하고 검사·감독권을 가진 금감원 등 ‘두 개의 원’으로 금감위를 구성하는 것이다.

최근 만난 금융권 관계자들은 ‘상인의 현실감각’으로 개편 실익을 묻는다.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불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의 사태와 같은 큰 파도가 닥쳤을 때 오히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 최대현안인 가계부채 관리만 해도 그렇다. 기재부, 금융위, 금감원, 한은에 서울시, 국토부까지 합심해도 해답을 찾기 어려운데 조직이 쪼개지면 더 난제가 된다. 각 기관이 가진 정책 목표와 우선순위가 다른 만큼 주도권 다툼이 커질 수 있다. 고양이가 다투는 동안 쥐가 차분히 앉아 기다려주지 않는다.

대통령의 정책공약 달성이라는 목표지향적 관점에서도 금융당국 개편을 검토해봐야 한다. 장기 연체자 채무조정부터 금융계 인공지능(AI) 육성이 과연 새로운 체제에서 더 유리한 것인지 그 가능성과 시나리오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결정 전에 시장 참여자들의 목소리에도 충분히 귀 기울여야 한다. 국내 금융사의 가장 큰 리스크는 ‘규제 리스크’라고 한다. 규제기관이 더 늘수록 국내 금융사의 리스크는 커지고 기업가치제고(밸류업)는 속도가 늦춰질 수밖에 없다. 좋은 밥상 차리는 데 셰프의 수는 중요치 않다. 대통령의 먹사니즘이 금융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었으면 한다.

이형일 기재부 장관 직무대행 1차관이 지난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세훈 금융감독원장 대행,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 이형일 대행, 이형주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6.19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