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금융권 관계자들은 ‘상인의 현실감각’으로 개편 실익을 묻는다.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불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의 사태와 같은 큰 파도가 닥쳤을 때 오히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 최대현안인 가계부채 관리만 해도 그렇다. 기재부, 금융위, 금감원, 한은에 서울시, 국토부까지 합심해도 해답을 찾기 어려운데 조직이 쪼개지면 더 난제가 된다. 각 기관이 가진 정책 목표와 우선순위가 다른 만큼 주도권 다툼이 커질 수 있다. 고양이가 다투는 동안 쥐가 차분히 앉아 기다려주지 않는다.
대통령의 정책공약 달성이라는 목표지향적 관점에서도 금융당국 개편을 검토해봐야 한다. 장기 연체자 채무조정부터 금융계 인공지능(AI) 육성이 과연 새로운 체제에서 더 유리한 것인지 그 가능성과 시나리오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결정 전에 시장 참여자들의 목소리에도 충분히 귀 기울여야 한다. 국내 금융사의 가장 큰 리스크는 ‘규제 리스크’라고 한다. 규제기관이 더 늘수록 국내 금융사의 리스크는 커지고 기업가치제고(밸류업)는 속도가 늦춰질 수밖에 없다. 좋은 밥상 차리는 데 셰프의 수는 중요치 않다. 대통령의 먹사니즘이 금융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었으면 한다.

이형일 기재부 장관 직무대행 1차관이 지난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세훈 금융감독원장 대행,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 이형일 대행, 이형주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6.19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