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한 대형마트 미국산 소고기 판매대. (사진=연합뉴스)
한국은 지난 2008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과정에서 소고기 수입을 허용하되, 광우병 발생 우려로 30개월령 미만만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후 미국산 소고기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사례가 없음에도, 과도기적 조치가 16년간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미국 측의 주장이다.
문제는 국내 농업계는 물론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이다. 현재 미국산 소고기 수입 위생조건을 보면 ‘우리 소비자들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30개월 미만 소고기 및 소고기 제품만 반입이 허용된다’고 명시돼 있다. 30개월 이상 소고기를 수입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신뢰 회복’이 전제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월령 제한 폐지에 따른 광우병 불안이 커 공감대를 형성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08년 당시에도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대규모 촛불 시위가 일어나며 사회적 혼란이 이어졌다. 축산협회에서는 “국회와 정부가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강행한다면 이를 막기 위해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미 한국이 미국산 소고기 최대 수입국인데, 월령 제한을 해제하면 오히려 수입이 위축돼 미국이 얻을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월령 제한으로 소비자들이 그간 소고기를 안심하고 먹었기 때문에, 소비가 위축될 것”이라고 했다.
◇ 쌀 관세화 개정 땐 다른 농축산물까지 ‘불똥’ 우려
쌀 시장 개방도 테이블에 올랐다. 한국은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을 제외한 수입산 쌀에 대해서는 513%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의 TRQ 물량은 13만 2340t으로 중국(15만 7195t)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쌀은 관세 조정이나 TRQ 재협상을 위해서는 미국 측과 협상이 아닌, 세계무역기구(WTO)의 양허표 협정문을 개정해야 한다. 양허는 WTO 회원국 수입 제품에 부과되는 관세율 범위 및 TRQ 물량을 규정한 것이다.
WTO는 현재 만장일치제를 따르고 있기 때문에, 이를 개정하기 위해서는 166개 전 회원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쌀 수입 물량이 대폭 늘어나거나, 다른 농축산물 품목까지 불똥이 튀는 등 국내 농업계가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서진교 GS&J 원장은 “미국 측에 국내 분위기와 우려를 전달해 불필요한 개방압력이 오히려 미국의 수출에 부작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관세 협상과 관련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농업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