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상환 이자도 DSR적용 검토…하반기 대출 총량 절반으로

경제

이데일리,

2025년 7월 08일, 오후 06:10

[이데일리 최정훈 이수빈 기자]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한 고강도 대책에도 정작 가계대출의 절반 이상은 여전히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서 벗어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세자금대출과 중도금·이주비 대출 등 정책·시장 구조상 예외로 분류된 대출이 사실상 ‘풍선효과의 통로’가 돼 주담대 규제를 뚫고 가계부채 증가세를 다시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하반기부터 가계대출 총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전세대출 이자부터 단계적으로 DSR에 포함하겠다고 했는데 이 같은 구조적 빈틈을 메우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은행권 신규 가계대출 66%는 DSR 규제 밖

8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은행권 신규 가계대출 가운데 DSR을 적용한 비중은 33.8%에 그쳤다. 반면 DSR을 미적용한 대출은 66.2%로 신규 대출 3건 중 2건이 사실상 DSR 규제를 벗어나 있었다. DSR 미적용 대출의 절반 이상은 전세자금대출과 중도금·이주비 대출이었다.

상호금융권,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사(여전업권), 보험업권 등 비은행권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기간 상호금융권의 DSR 적용 비중은 52.0%로 전년 대비 17%포인트가량 상승했지만 여전히 신규 대출의 절반가량(48.0%)은 규제 밖에 있다. 저축은행권의 DSR 적용 비중은 24.5%로 4건 중 3건이 여전히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여전업권은 할부·리스 대출 등을 포함하면서 DSR 적용 비중이 7.9%에 그쳤다. 신규 대출의 90% 이상이 사실상 규제 대상이 아니다.

보험업권은 보험계약대출 등 소액·단기 대출이 많아 DSR 적용에서 제외돼왔다. 올해 3월 기준 보험권 신규 가계대출 중 DSR 적용 비중은 29.8%로 집계됐다. 보험계약대출을 제외하면 비율은 더 높지만 실제로는 소액 대출 중심이어서 DSR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문제는 전세자금대출 등 일부 예외 대출이 사실상 가계대출 풍선효과의 통로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세대출은 정부 보증 덕분에 은행이 차주 상환능력을 깊게 심사하지 않아도 대출을 내줄 수 있는 구조다. 전세대출뿐 아니라 중도금·이주비 대출도 비슷한 취약성을 안고 있다. 특히 선분양제도 아래에서 건설사 신용으로 나가는 중도금·이주비 대출은 주택시장의 필수 자금줄이지만 이 역시 규제에서 예외로 분류된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 보증 덕분에 은행이 손실 부담 없이 대출을 내주면서 전셋값과 집값을 동시에 끌어올렸다”며 “보증이 80%로 낮아진 만큼 남은 20%와 이자는 반드시 DSR에 포함하고 집주인에게도 전세보증금을 부채로 보고 DSR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신 연구위원은 “후분양제로 바꾸지 않는 한 중도금·이주비까지 DSR에 포함하면 재건축·재개발 현장이 멈출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일단 6·27 대책과 스트레스DSR 강화 효과를 모니터링한 뒤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으면 전세대출 DSR 편입 시점과 강도를 결정할 계획이다.

전세대출 원금까지 한꺼번에 포함하면 무주택 세입자 부담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어 우선 이자 상환분부터 DSR에 포함하고 단계적으로 규제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전세대출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도입을 검토했던 ‘1주택 이상 보유자 전세대출 제한’도 다시 검토 대상에 올랐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정부가 6·27 대책을 통해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낮추면서 서울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서울 용산구의 한 공인중개사에 아파트 매물 시세표가 붙어 있다.
◇전세대출 DSR 포함 검토…“서민 피해 없도록 해야”

금융당국이 하반기부터 가계대출 공급 자체를 절반으로 줄이기로 한 것도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보완하려는 목적이 크다. 금감원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전 금융권에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를 다시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연초에 세운 목표치보다 최소 50% 줄여야 한다는 게 당국의 기본 가이드라인이다. 명목 경제성장률(3~4%) 이내에서 가계부채 증가율을 묶겠다는게 원칙이지만 최근 성장률 전망이 1%포인트가량 하향하면서 총량 계획도 함께 줄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가계대출 규모가 1800조원인데 애초엔 연간 75조원 정도 증가를 예상했지만 지금은 최소 20조원은 더 줄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상반기 목표치를 초과한 금융사엔 하반기 목표에서 페널티를 적용할 예정이다.

총량 감축과 별개로 주담대 규제 설계도 다시 손본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은행이 주담대를 상대적으로 선호하지 않도록 주담대 위험가중치를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위험가중치가 올라가면 은행의 자본비율 계산이 불리해져 대출을 늘리기 어렵다. 윤석열 정부에서 완화했던 규제지역 LTV 기준도 이재명 정부 들어 다시 낮출 가능성이 크다. 생애 최초 LTV는 이미 80%에서 70%로 조정됐다.

전문가들은 전세대출 규제 등 과도한 규제가 서민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를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실수요자 수요가 많은 전세대출에 DSR을 적용하면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지역별·금액별로 나눠 순차 적용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실거주 목적 대출까지 일률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