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둘로 쪼개야만 소비자보호 되나요"

경제

이데일리,

2025년 7월 08일, 오후 07:00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금소처(금융소비자보호처)를 분리해야만 소비자 보호가 되나요”. 이재명 정부에서 금융감독원을 금감원(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보호원(소비자보호)으로 나눌 가능성이 커지자 금감원 내부 직원들이 술렁이고 있다. 최근 금감원 내부 게시판, 블라인드 등에는 금감원 분리와 관련된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대다수 금감원 직원은 분리에 반발하는 분위기다. ‘소보처를 분리해야 소비자 보호가 강화된다’는 논리는 현실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한 금감원 직원은 “금융소비자법 범위 밖에 있는 민원에 대해선 결국 감독 권한이 있는 금감원에 이첩하겠다는 답변만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따로 만들어봐야 무용론만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 한 임원도 “사실 지금도 소보처와 감독·검사국 간 협업이 잘 안 되는데 잘라서 별개 기관으로 만들어 놓으면 협조가 더 안 될 수 있다”고 했다. 금감원 노조는 지난 4일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 강화는 감독과 검사 기능이 함께 있어야 가능하다”는 취지의 성명을 냈다.

특히 현재 금소처에서 근무 중인 직원 사이에서는 순환 근무 도중 갑자기 ‘소속’이 바뀔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금감원에서 금소처는 민원을 해결하는 ‘험지’로 통한다. 직원들 사이에선 “순환 근무로 금소처에 와서 고생은 고생대로 했는데 갑자기 회사가 쪼개지면 낙동강 오리 알 신세 되는 게 아니냐”는 하소연마저 나온다. 금감원 분리를 주장하며 현 정부의 핵심 인사 중 한 명으로 통하는 모 대학 교수에 대해서도 직원들은 “금감원에서 3년 일한 ‘수박 겉핥기’ 식 경험을 갖고 다 아는 듯이 전문가 행세를 하는데 현실을 모르는 소리다”며 반감 어린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 와중에 금융위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금융위 사무처장이 최근 부동산 대출 규제를 내놓은 뒤 이재명 대통령에게서 칭찬을 듣는 등 우호적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 대통령의 공약인 ‘배드뱅크’와 관련해서도 발 빠르게 정책을 내놓으며 코드 맞추기에 나선 모양새다. 금감원 직원은 “‘이러다 금감원만 쪼개지는 최악의 상황이 오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며 자조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