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요구 '방위비 100억 달러'…현실화 땐 국방예산 5분의 1 차지

경제

뉴스1,

2025년 7월 13일, 오전 06:5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 정부를 향해 압박하고 있는 '방위비 분담금 100억 달러'(약 13조 7000억 원)가 현실화할 경우, 재정에 미치는 파장은 결코 작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만약 방위비 분담금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대폭 늘어날 경우 전체 국방예산에서 방위비 분담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기준으로 2.3% 수준에서 21.2%로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국가재정 전체로 보면 나라살림 적자가 10%가량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1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올해 국방예산(본예산안 기준)은 61조 2469억 원으로 편성됐다. 올해 기준 방위비 분담금은 1조 4000억 원으로, 전체 국방예산 대비 약 2.3%를 차지한다.

한미가 지난해 11월 체결한 12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 따라 내년에는 11억 2100만 달러(1조 5200억 원)를 지급할 예정이며, 이후 2030년까지는 물가상승률에 연동돼 5% 한도 내에서 증액된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되는 특별협정의 첫해에 한국은 1조 5192억 원(약 11억 2100만 달러)을 부담하기로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에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너무 적게 지불하고 있다. 자국의 방위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며 100억 달러 규모의 방위비 분담금을 언급했는데, 만일 이 요구가 현실화될 경우 방위비 분담금만으로 국방예산의 21.2%가 소요된다. 국방비 5분의1 이상이 단일 항목으로 쓰이게 되는 셈이다.

연간 13조 원이 넘는 비용은 국방 예산 내에서 단일 항목으로는 전례 없는 수준이다. 이는 올해 국방예산 내 방위력개선비(18조 712억 원)의 76%에 해당하는 규모다. 군의 한 해 인건비 총액(22조 8000억 원)과 비교해도 약 60% 규모에 이른다.

경기 평택시 팽성읍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에 군용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모습. 2025.7.9/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세수결손 등 어려운 재정에…100억 달러, 한해 나라살림 적자의 10% 이상 수준
국방 예산 내에서뿐만 아니라 국가재정 전체로 봐도 부담이 작지 않은 규모다. 100억 달러는 지난해 기준 관리재정수지 적자(110조 4000억 원)의 약 11%에 해당한다.

한국은 2023년과 2024년 연속으로 수십조 원에 달하는 세수 결손을 겪었으며, 경기 둔화와 감세 기조까지 맞물려 세입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매년 10조 원대의 상시적 지출이 새로 발생한다면,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방위비 증액이 단발성 지출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 번 규모가 커지면 이후 줄어들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정부는 10조~20조 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량지출을 관리해 왔다. 하지만 이미 감축 가능한 사업 상당수가 정리된 상황이어서 추가 구조조정은 '마른 수건 쥐어짜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올해 두차례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의 재원을 적자국채 발행에 상당 부분 의존한 것도 같은 이유다.

한편 방위비 문제는 미 정부가 요구하고 있는 관세, 농산물·디지털 분야 비관세장벽 등과 함께 협상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압박을 재개한 것은 통상 협상에서 미국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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