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충남 태안 소재 현대자동차그룹(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 내 다목적 주행 코스에서 '아이오닉 6'를 타고 긴급 제동을 연습하는 모습. 2025.07.05/뉴스1 김성식 기자
면허 학원을 떠나는 순간 대부분의 운전자는 운전에 대해 전문적으로 배울 기회가 없다. 학원에서 가르치는 내용도 면허 취득을 위한 공식 암기에 불과하지 도로 위 실전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각종 돌발 상황에 대응하거나, 차량이 최대 성능을 발휘하는 극한의 상황에서 이를 통제하는 방법을 제대로 아는 운전자는 많지 않다.
서킷 체험도 하며 안전 운전 기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떨까. 이런 기대를 갖고 지난 5일 충남 태안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를 찾았다. 이날 오전과 오후 꼬박 7시간 동안 각각 '레벨1'과 '레벨2' 수업을 들었다. 운전면허증이 있는 성인이라면 누구나 소정의 수업료를 내고 들을 수 있다. 센터 내 50명의 강사(인스트럭터)는 전원 카 레이서 출신이다.
센터에 온다고 해서 바로 서킷을 타지는 못한다. 먼저 레벨1 수업을 이수해야 한다. 레벨 1에선 운전 기초부터 다시 배운다. 스티어링 휠 조작 방법과 시트 포지션 조절법 등 이론을 먼저 배운 뒤 다목적 주행코스로 이동해 차량 제동과 회피 기동 등을 연습했다.
이날 하루 스티어링 휠은 반드시 양손을 모두 써서 조작했다. 레벨1 수업을 맡은 김민주 인스트럭터는 "양손을 사용해야 스티어링 휠을 섬세하게 조작할 수 있고, 에어백이 터졌을 때 부상을 방지할 수 있다"며 "레이서들은 모두 양손 운전을 한다"고 말했다.

5일 충남 태안 소재 현대자동차그룹(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촬영한 '아이오닉 6'. 2025.07.05/뉴스1 김성식 기자
아이오닉 6 차량에서 스티어링 휠의 3시 방향에는 오른손을, 9시 방향에는 왼손을 올린 뒤 휠을 180도 돌리는 '베이직 스티어링' 연습을 했다. 좌회전할 때는 3시 방향의 오른손을 9시 방향으로 밀고 왼손은 3시 방향으로 당기는 형태다. 우회전할 때는 반대로 9시 방향의 왼손을 3시 방향으로 밀고 3시 방향의 오른손을 9시 방향으로 당기면 된다.
이렇게 하면 팔은 엑스(X)자 형태로 교차하게 된다. 차가 충분히 회전하면 양손을 서서히 원위치시키면 된다. 익숙해지자 1열로 정렬된 콘과 콘 사이를 S자로 피해 가는 슬라럼 주행을 했다. 베이직 스티어링으로 좌회전과 우회전을 번갈아 해야 하는데, 좌우 균형을 맞춰 콘 사이를 빠져나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양손의 힘을 풀고 부드럽게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라는 조언이 무전에서 나왔다.
그다음에는 긴급 제동하는 법을 연습했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아 100m 정도를 이동한 뒤 가로·세로 5m 길이의 박스 안에서 정차해야 했다. 정지 시점에 도달하자마자 발을 가속 페달에서 브레이크 페달로 신속히 옮긴 뒤 브레이크 페달이 부러질 듯 강하게 밟는 게 관건이다. 공도에서 이처럼 '풀 브레이킹'을 할 일은 거의 없지만, 전면에서 낙하물이 떨어지는 등 비상 상황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연습이 필요하다.
다만 뒤 따라오는 차량이 있는 경우 급정거 시 들이받힐 수 있기 때문에 옆 차로에 차량이 없다면 차로를 신속하게 변경하는 게 낫다. 이러한 회피 기동 훈련도 긴급 제동 이후 연달아 진행됐다. 가속 도중 인스트럭터의 지시가 떨어지면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뗀 뒤 베이직 스티어링으로 차량을 순식간에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움직인 뒤 다시 직진했다. 시속 70㎞로 주행하며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고 휠을 재빠르게 움직이는 데 상당한 용기가 뒤따랐다.

5일 충남 태안 소재 현대자동차그룹(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 다목적 주행 코스에서 '아반떼 N'으로 스턴트 턴을 연습하는 모습. 2025.07.05/뉴스1 김성식 기자
오후에는 서킷 주행을 포함한 본격적인 스포츠 드라이빙을 배우는 레벨2 수업이 진행됐다. 급커브와 스턴트 턴도 습득했다. 이를 위해선 스티어링 휠을 360도 회전하는 '크로스 암 스티어링' 기술이 필요하다.
베이직 스티어링 마지막 단계에서 엑스(X)자로 교차했던 양팔 중 한 손을 풀어 휠을 추가로 180도 돌리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좌회전 상황에선 베이직 스티어링 마지막 단계에선 오른손이 9시, 왼손이 3시 방향에 놓이는데 오른팔이 왼팔에 걸려 더 이상 휠을 꺾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왼손을 풀어 오른팔 위로 올린 뒤 3시 방향에서 휠을 다시 잡고, 9시 방향으로 당겨주면 된다. 이 과정에서 오른손도 자연스럽게 3시 방향으로 밀 수 있도록 휠을 고쳐 잡으면 된다. 코너를 빠져 나올 때는 역순으로 스티어링 휠을 풀어준다.
크로스 암 스티어링에선 차량이 더 많이 회전하기 때문에 시야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레벨2 수업을 맡은 권봄이 인스트럭터는 "크로스 암 스티어링을 하면서 동시에 화각을 넓혀야 한다"며 "전면이 아니라 진행 방향으로 눈을 먼저 돌려야 급커브를 빠져나올 준비를 미리 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반떼 N에 올라 크로스 암 스티어링을 숙지한 뒤 다목적 주행 코스로 이동해 스턴트 턴을 훈련했다. 고속으로 후진하다가 순식간에 스티어링 휠을 360도 돌린 뒤 차량을 다시 전진하는 기술이다. 첩보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을 실행에 옮기니 전율이 느껴졌다. 이 외에도 다목적 주행 코스를 얼마나 빠르게 도는지 보는 '랩 타임' 대결 등을 통해 스티어링 휠 조작과 브레이크 작동을 충분히 익혔다.

5일 충남 태안 소재 현대자동차그룹(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촬영한 '아반떼 N'. 2025.07.05/뉴스1 김성식 기자
이날 대미는 역시나 서킷 주행이 장식했다. 인스트럭터의 안내를 받아 총길이 3.4㎞의 마른 노면 서킷을 아반떼 N을 타고 최대 시속 110㎞의 속력으로 여섯 바퀴 달렸다. 1바퀴당 총 16개의 코너 구간을 돌며 '아웃 인 아웃'을 연마했다. 이는 코너 바깥쪽에서 시작해 안쪽으로 파고든 뒤 다시 코너 바깥으로 탈출하는 기술이다.
이 과정에서 차량이 충분히 회전하지 못하거나(언더 스티어) 코너 각도보다 더 많이 회전하는 것(오버 스티어)을 방지하기 위해 코너 진입 전 차량의 속력을 충분히 줄이는 게 중요했다. 코너에 진입한 뒤 제아무리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봐야 차량이 헛도는 걸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이후 코너를 나올 때는 부드럽게 엑셀 페달을 밟아 속력을 높여줘야 한다. 선두에서 차량을 몰던 김민주 인스트럭터는 무전기에 대고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며 "안전하게 몰아야 그만큼 운전의 재미가 배가 된다"고 말했다.

5일 충남 태안 소재 현대자동차그룹(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아반떼 N'을 타고 마른 노면 서킷을 주행하는 모습 . 2025.07.05/뉴스1 김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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