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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인협회는 14일 ‘PPA 제도 활성화를 위한 정책 과제’ 보고서를 통해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4대 산업의 무탄소전력 충당률은 올해 기준 53.4%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기업이 소비할 수 있는 무탄소전력이 재생에너지로 한정된 탓에 기업들이 전력 수요를 무탄소전력으로 충당하기 어려운 것이다.
최근 에너지 소비가 많은 4대 산업을 중심으로 무탄소전력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의 점유율이 높아지는 범용제품 대신 고부가가치 저탄소제품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도 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의 넷제로(탄소배출량 0) 목표에 따라 탄소 감축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2038년까지 연평균 8.7% 증가한다. 4대 산업의 전력소비량 연평균 증가율(5.2%)을 상회하는 수준이지만, 2038년 4대 산업의 무탄소전력 충당률은 81.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생에너지 수급을 개선해도 무탄소전력에 대한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 전망이다.

(사진=한경협)
보고서는 전력구매계약(PPA) 제도 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PPA는 기업과 발전사업자가 계약을 맺어 전력을 공급받는 방식이다. 기업이 사용한 전력의 에너지원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녹색프리미엄 등과 함께 대표적인 무탄소전력 조달 수단으로 활용된다. 한경협은 “재생에너지 구매 시 지불하는 전력거래대금 중 망 이용료, 전력기반기금 등 부대비용을 한시적으로 면제 또는 경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해외는 PPA 확산을 위한 지원정책을 시행 중이다. 일본 경산성은 2020년부터 기업의 PPA 비용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 정부가 PPA에 참여하는 발전설비 투자비에 대해서도 3분의 1을 지원한다. 대만은 2023년부터 PPA 망 이용료의 80%를 경감해주고 있다. 망 이용료 할인율은 매년 20%포인트씩 인하해 2027년 망 이용료 할인이 일몰되는 방식이다.
전력배출계수의 공개주기를 최소 연 단위로 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력배출계수는 전력을 한 단위 사용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말한다. 현재 기업들은 비주기적인 공고로 부담이 크다. 무탄소전력에 대한 공급이 점차 증가할수록 전력배출계수가 낮아지는데, 전력배출계수에 대한 공고가 늦어지면서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과대계상될 수 있다.
한경협은 재생에너지로 한정된 무탄소전력원을 현재 가동 중인 원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5개년 평균 79.4% 수준인 원전의 이용률을 10%포인트 높이고 PPA에 포함시키면 2042년까지 4대 산업의 무탄소전력 초과수요를 해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무탄소전력을 재생에너지로만 조달할 경우 2042년 무탄소전력의 전력수요 충당률은 93.0%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기존 원전을 포함시키고 동시에 원전의 이용률을 상향하면 충당률이 101.8%로 8.8%포인트 증가한다.
미국, 프랑스 등 주요국들은 PPA에 기존 원전을 포함하고 있다. 한경협은 “기업들이 경영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전력원을 선택할 수 있어 무탄소전력의 초과수요를 완화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