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털옷 파는 속사정'…반년 농사 망친 패션업계, 하반기도 난망

경제

뉴스1,

2025년 7월 14일, 오전 06:45

서울 명동거리의 한 의류매장에 반팔셔츠와 패딩점퍼가 나란히 걸려 있다. 2024.8.2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이상기후와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으로 패션업계가 올해에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른 더위에 이어 긴 폭염이 예상되면서 가을·겨울(FW) 시즌 대응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정부의 소비 활성화 정책에 따른 내수 경기 회복으로 하반기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부문(30일)을 시작으로 LF(093050), 코오롱인더스트리(120110)FnC, 한섬, F&F(383220),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국내 주요 패션 업체들이 2분기 실적을 내놓는다.

증권가 실적 전망치에 따르면 영업이익 기준 신세계인터내셔날(-14.8%), 코오롱인더스트리FnC(-27.3%), F&F(-12.9%), 한섬(-14.8%) 등 부진한 성적표가 예상된다.

앞서 지난 1분기에서도 삼성물산(-37.0%), 한섬(-32.9%), 신세계인터내셔날(-58.3%), 코오롱 FnC(적자전환) 등 지난해에 이어 역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이달 말부터 줄줄이 실적 발표를 앞두고 업체마다 분위기가 좋지 않다"면서 "패션은 5~6월이 최대 비수기인 데다 대선 전까지는 잠재적 폐업 수준이었다. 짧은 장마와 폭염으로 7월 이후도 회의적이다"라고 전했다.

불황의 최전선에 있는 패션 소비가 줄면서 암울한 상반기를 보낸 가운데 본격적인 휴가철과 늦더위 등 하반기 전망도 녹록지 않다. 더위가 길수록 패션 수요는 전반적으로 감소 시기로 판단한다.

특히 무더위 시즌은 판매 단가가 낮은 상품 위주인 데다 내수 침체로 소비 양극화(프리미엄 vs 초저가)가 극단적으로 확산하면서 중간 포지션 브랜드가 대부분인 패션업체들의 타격이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대내외 시장 불확실성과 이상기후로 인한 재고 소진도 부담이다. 패션업체들이 이른바 '역시즌' 판매에 나서고 있는 배경이다.

공장 가동이 몰리는 FW시즌을 피해 판매 단가가 높은 겨울 상품을 판매함으로써 이를 통한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이면에는 재고 물류비 부담에 따른 악성 재고 해소 차원이다.

그러나 올해는 이마저도 신통치 않은 분위기다. 최근 홈쇼핑 등 채널을 통해 모피코트, 패딩 등 역시즌 판매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 홈쇼핑 관계자는 "이상기후 여파로 긴 더위, 짧은 추위에 대한 수요 예측 불확실성과 소비 심리 회복이 더디면서 단가가 높은 역시즌 판매가 예전 같지 않다"고 전했다.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한 점포. 2025.7.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하반기 실적 반등이 절실한 가운데 정부의 소비 활성화 정책 일환인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만 패션업계 사정은 다르다.

국내 주요 패션업체들은 대부분 백화점, 대형마트, 복합쇼핑몰, 아울렛 등이 판매처로 소비쿠폰 용처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운영 중인 가맹점이 아예 없거나 비중이 매우 낮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반면 패션그룹형지, 세정 등 가맹점 중심의 업체들은 소비쿠폰 수혜가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1월~5월 고비를 지나 대선(6월) 이후 소비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하반기에는 소비쿠폰의 직접적 수혜는 아니더라도 내수 반등에 따른 여파는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이상기후 대응이 최대 관건으로, 생산량과 판매 실기(실제 판매 시기) 조정 등 전략적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lil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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