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일 울산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울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출범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SNS. 재판매 및 DB 금지) 2025.6.21/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생성성 인공지능(AI)의 등장 이후 전 세계 데이터센터 투자액 성장률은 8배 넘게 수직으로 상승했지만, 우리나라의 데이터센터 수와 투자액은 중 20위권에 그쳐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국에 크게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14일 발표한 'AI가 촉발한 데이터센터 산업의 수출 경쟁력 강화 방안과 시사점'을 통해 우리나라 데이터센터 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하면서 "AI 반도체, 전력인프라, 냉각 시스템 중심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3~2021년까지 주요 글로벌 기업의 데이터센터 투자의 연평균 성장률은 21.1% 수준이었지만, 생성형 AI가 등장한 2022년 이후에는 연평균 성장률이 169.4%로 8배 이상 증가했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2023년 3728억 달러에서 2029년 6241억 달러로 67.4% 증가할 전망이다.
대다수 국가들은 앞다퉈 데이터센터 투자 인센티브 정책을 내놓으면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국에 비해선 데이터센터의 규모나 투자가 미미한 수준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데이터센터 개수는 84개로 22위(6월 기준), 2020~2024년 누적 국내 투자 유치는 85억 달러로 10위, 누적 해외 데이터센터 투자는 4억 달러로 29위를 각각 기록했다.
전체 조사 대상국(168개국)에서 보면 상위권처럼 보이지만,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국들이 상위 10위를 싹쓸이한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갈 길이 아직 멀다. 특히 해외 투자액(29위)은 보고서가 유의미한 국가만 선별해 정리한 30개국 중 사실상 꼴지 수준이다. 2.2
미국은 데이터센터 개수 3811개, 해외 투자 3291억 달러, 국내 투자 유치 1426억 달러로 전 부문에서 압도적 1위다. 중국은 데이터센터 개수 362개(4위), 해외 투자 60억6000만 달러(5위), 국내 투자 유치 32억8000만 달러(20위)를 기록했다. 일본은 데이터센터 개수가 한국보다 2배 이상 많은 186개로 10위를 차지했다.

AI가 촉발한 데이터센터 산업의 수출 경쟁력 강화 방안과 시사점 보고서 발췌(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제공)
주요국들은 데이터센터 육성 정책도 앞서있다.
미국은 데이터센터를 국가 안보 시설로 지정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소형모듈원자로(SMR) 활용 등 차세대 에너지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일본은 경제산업성 주도로 '녹색전환(GX) 디지털 클러스터 전략'을 수립하고 데이터센터 입지·전력·기술실증을 통합·조정하는 패스트트랙을 운영하고 있다. 베트남과 중국은 외국 자본의 100% 사업 소유 허용과 같은 규제 완화를 통해 데이터센터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보고서는 "반면 한국은 데이터센터의 개수와 국내외 투자 유치가 적고,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집중으로 전력망 부담이 심화하고 있는 점, 에너지 효율성과 국산 장비 활용이 낮은 점, 데이터센터가 전략 인프라로 인정받지 못해 세제·입지 등 제도적 지원도 미흡한 점 등도 약점으로 평가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데이터센터 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우리 기업의 강점 분야인 AI 반도체, 전력인프라, 냉각 시스템 중심의 전략적 접근을 제안했다.
특히 고전력 연산용 친환경 하이퍼스케일(초거대형) 데이터센터와 국내 스타트업의 핵심기술인 저전력 AI칩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기반으로 한 엣지(소형) 데이터센터에 대한 틈새시장 공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하드웨어 인프라 수출에서 설계·운영·유지보수를 아우르는 통합 서비스형 수출구조로의 전환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정책으로는 △데이터센터의 '디지털 수출 전략산업 및 인프라' 지정 및 범정부 컨트롤 타워 구축 △'국가 전략기술 사업화 시설' 지정 및 세액 공제율 상향 △국산 기술 내재화를 위한 전주기(R&D-실증-조달-수출) 연계 지원 확대 △K-수출형 표준 모델 구축 △비수도권 친환경 클러스터 조성 등을 제안했다.
진실 무협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중국 등이 데이터센터를 국가 전략시설로 적극 육성하는 만큼 우리도 데이터센터를 국가 디지털 역량의 핵심 기반이자 전략적 안보 자산으로 인식하고 수출 경쟁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