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5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5.5.30/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14일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올해 들어 외부에 공개된 해외 일정만 네 차례 소화했다. 대부분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을 추진하거나 신성장 동력 발굴에 초점을 맞춘 행보다.
이 회장이 해외 방문 때마다 성과를 거뒀던 만큼 재계에선 이번 방문에서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귀국 직후 공항을 빠져나오며 "피곤하다"고 말할 만큼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오는 17일 예정된 부당 합병 사건 대법원 상고심에서 무죄가 확정될 경우 추후 글로벌 행보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선밸리 콘퍼런스 참석 후 "여러 일정 하느라 피곤하네요"
이 회장은 이날 오전 6시30분쯤 서울시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했다. 노타이에 짙은 색 정장을 입은 이 회장은 기자들이 출장 소감을 묻자 "여러 일정을 (소화)하느라 피곤하네요"라고 답했다. 이 회장은 또 삼성전자의 하반기 실적 개선 여부를 묻는 말에는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말한 후 차를 타고 떠났다.
이 회장은 지난 9~13일(현지시간) '억만장자의 여름 캠프'로 불리는 '앨런&코 미디어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미국 아이다호주 휴양지에서 열린 이 콘퍼런스는 미국 투자은행인 앨런앤컴퍼니가 1983년부터 매년 7월 비공개로 개최해 초청받은 인물만 참석할 수 있다. '선밸리 콘퍼런스'로도 불리는데 국내에선 이 회장이 유일하게 초청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선밸리 콘퍼런스는 글로벌 기업 간 굵직한 협력과 인수·합병(M&A)을 논의는 자리로도 유명하다. 2011년 컴캐스트의 NBC유니버설 인수, 2013년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워싱턴 포스트 인수 등이 대표 사례다. 이 회장의 이번 방문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특히 선밸리 콘퍼런스에는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장이기도 하다. 올해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메리 바라 제너럴 모터스(GM) 회장 겸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밥 아이거 월트 디즈니 컴퍼니 CEO,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 등이 콘퍼런스에 참석한 모습이 포착됐다. 이 회장이 이들 기업 주요 인사와 만나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했을 가능성이 크다.
해외 방문 '성과'로 이어져…이번에도 '이재용 세일즈' 에 대형 공급 계약 분석도
이 회장은 이번 미국 방문에 앞서 중국과 일본을 찾았다. 첫 방문지는 중국이었다. 이 회장은 지난 3월 6박 7일간의 중국 방문 일정을 소화했다.
고위급 중국발전포럼(CDF) 참석차 중국을 찾았던 이 회장은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해 글로벌 기업 CEO들과 잇달아 만났다. 이 회장은 또 아몬 퀄컴 CEO와 함께 샤오미의 자동차 공장을 찾아 레이쥔 샤오미 회장과 회동했다.
삼성전자는 자회사 하만을 통해 디지털 콕핏(운전석 및 조수석의 전방 영역) 플랫폼 등의 다양한 전장 설루션을 완성차 제조사에 공급하고 있기에 샤오미는 잠재 고객사로 꼽힌다. 이 회장은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인 비야디(BYD)의 광둥성 선전 본사도 찾아 왕촨푸 회장과도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중국 방문 이후 삼성전기는 BYD로부터 전장용(자동차 전자·전자 장비)용 MLCC 공급에 대한 최종 승인을 받고 납품을 시작했다. 공급 규모·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선 계약 규모가 수천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선 이 회장의 BYD 중국 본사 방문 직후에 이뤄졌기에 '이재용 세일즈'가 통했다고도 분석한다.
중국을 다녀온 이 회장은 이후 일본만 연달아 두 차례 방문했다. 이 회장은 지난 4월 2일 일본으로 출국, 일주일 동안 머무르며 소재·부품 협력사, 선대 회장 시절부터 교류했던 일본 재계 원로들과도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은 5월에도 일본을 찾았다. 이 회장은 '2025 오사카·간사이 세계 엑스포'에서 열리는 '한국의 날' 행사 참석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일정 변경으로 불참하기도 했다. 이 회장이 연달아 일본을 찾은 배경을 두고 현지 기업과의 협력 강화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17일 대법원 선고 예정…향후 글로벌 행보 '주목'
이 회장은 오는 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 합병 사건 관련 대법원 확정판결을 앞두고 있다. 이 회장이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 일정만 소화한 채 이날 귀국한 것 역시 상고심 선고 기일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선 이 회장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1·2심에서 모두 무죄가 나온 만큼 대법원 역시 무죄를 선고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모두 털어내면 삼성전자의 위기를 돌파할 해법 마련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행보는 더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있는 기간에도 직접 해외를 찾아 세일즈에 나서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이달 말 열리는 글로벌 CEO 사교 모임인 구글 캠프 참석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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