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가 택지를 민간에 매각하면 민간은 이를 확보해 주택 공급 등을 해왔는데 택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말라는 것은 LH가 공공주택을 직접 지어 분양하든지, 임대로 공급하라는 의미다. 공공주택 공급 강화라는 정책에 맞춰 LH 조직에 대한 구조개혁이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 “LH, 땅장사 못하게 하라”, 돈 벌지 말라
김 후보자는 15일 정부과천청사 첫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의 주문 사항에 대한 질문에 “LH 개혁을 구조적이고 판을 바꿀 수 있는 큰 규모의 개혁을 염두에 두고 능동적이고 공격적으로 임해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이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국무회의에서 “LH가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하는 구조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고 밝힌 것과 맥을 같이 한다.
LH는 2009년 택지 개발 사업이 주 업무인 한국토지공사와 임대 주택 등 공공주택을 건설하는 대한주택공사가 통합한 기관으로 민간 토지를 수용하고 택지를 조성해 이를 다시 민간 건설·시행사에 매각하는 역할과 주거 복지 차원에서 공공주택을 분양·임대하는 역할을 했다. LH가 공공주택을 분양·임대해도 취약계층에 저렴한 분양가·임대료로 공급하기 때문에 이익이 날 수 없는 구조라 이를 택지 조성 매각 차익을 통해 보전해왔다.
이에 따라 LH의 영업이익은 집값, 땅값 흐름에 연동됐다. 알리오에 따르면 집값 급등기였던 2020년과 2021년 LH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55.8%, 30.3% 급증했지만 2022년, 2023년 집값 상승세가 둔화하고 하락 전환하자 LH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7.9%, 97.6%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주문은 LH가 택지 매각 사업을 통해 돈을 벌지 말라는 것과 같다. LH가 직접 나서서 민간 토지를 수용했으면 해당 택지에 공공주택을 직접 지어 분양하거나 임대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2022년 이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부동산 공약 자문을 맡았던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LH는 개인 보유 토지를 공익 목적으로 강제 수용해 택지를 조성한 후 민간에 매각, 민간이 주택공급을 할 수 있도록 공익적 목적에서 사용한다고 하지만 그것을 분양받은 사람은 시세 차익 등 ‘로또 분양’을 누린다”며 “민간에 매각한다고 해서 공공성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공공이 개발해 다 분양하거나 임대하자고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이 분양하더라도 누군가는 시세차익을 누리게 된다면 지분적립형으로 시세차익을 지분 비율대로 나눠 갖게 하거나 토지 임대부 분양주택을 통해 환매조건부로 시세보다 싼 주택이 계속 재고로 남아 있도록 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땅장사 안 하라면 정부가 LH에 돈 줘야”
문제는 LH가 택지 조성 매각 차익을 통해 돈을 벌고 있는데 이를 멈출 경우 적자가 누더기처럼 쌓일 수 있다는 점이다. LH는 주거 복지사업을 통해선 연간 적자가 2조원씩 쌓이는 구조다. 이는 정부 재정이 메울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일부 건설사들이 LH 토지를 싸게 받아서 비싸게 분양, 현금이 엄청 쌓여 있다는 게 확인되면서 그것을 차라리 공공이 더 가져가면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이해되지만, LH가 택지 매각 사업을 못하면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며 “정부 재정이 메워줘야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도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를 합치는 현재의 구조는 애초에 잘못됐다. (LH가) 땅장사를 하면서 주거 복지 사업을 한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며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LH를 택지 개발·조성하는 디벨로버(Developer), 주택 및 입주민을 관리하는 주택관리, 주택 재고를 관리하는 토지은행 등 세 가지 역할로 나눌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디벨로퍼가 ‘L’이라면, 주택 재고를 쟁여두는 역할은 ‘H’, 주택 등을 관리하는 역할은 주택관리공단 등으로 나누고 디벨로퍼가 벌어들인 이익은 주택도시기금에 넣고 주택도시기금으로 운영하되 모자라면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LH가 민간에 택지 매각 사업을 중단할 경우 민간을 통한 주택공급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김형범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책본부장은 “아파트 정비사업 외에는 민간 건설사도 공공택지를 받아서 주택을 공급했는데 민간 주택 공급 기반이 많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LH의 택지 매각으로 민간 건설사가 돈을 벌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LH가 공공택지를 저렴하게 민간에 넘겨서 민간 건설사가 돈을 번다고 하는데 토지 매입 가격 그대로 분양가에 산정되기 때문에 분양을 받게 된 사람이 이익을 보는 것이지, 건설사가 가져가는 이익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편 LH는 2021년 전(前) 직원의 내부 정보 이용 토지매입 혐의(무죄 결론)가 불거지자 주거복지공단이라는 이름의 지주회사 아래 2~3개의 자회사를 두는 구조로 조직 개편안이 논의됐으나 3기 신도시 추진, 정권 교체 등으로 무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