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심각한데 해외 나가면 돈 깎아주는 나라…관광기금 '적신호'

경제

뉴스1,

2025년 7월 16일, 오전 08:00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이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2025.6.6/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출국만 하면 깎아준다.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출국납부금을 1인당 3000원 줄였다. 해외여행객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이었지만, 한국관광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출국납부금은 외래객 유치, 관광콘텐츠 개발, 지역 관광 활성화 등에 쓰이는 관광진흥기금의 주요 재원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 기금을 줄이는 한편, 관광수지 적자와 외래객 정체라는 구조적 문제엔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관광 살리겠다"며 실탄부터 줄인 정부
정부는 관광산업을 수출산업으로 키우겠다며 2027년까지 외래관광객 3000만 명 유치와 콘텐츠 수출 250억 달러 달성을 공언했다.

하지만, 정작 그 목표를 뒷받침할 관광재원부터 줄이는 모순적 결정이 내려졌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한 출국납부금 인하 조치로 1인당 납부금은 1만 원에서 7000원으로 낮아졌고 면제 대상도 만 2세 미만에서 만 12세 미만으로 대폭 확대했다.

출국납부금은 매년 관광진흥개발기금의 30~40%를 책임지는 핵심 법정부담금이다. 줄어든 납부금만큼 기금 수입이 감소하면 관광공사 예산도 줄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25년 한국관광공사의 정부 지원 예산은 전년 대비 9.7% 감소(4077억→3680억 원)했고 외래객 유치·내수 관광·관광산업 활성화 예산은 일제히 줄었다.

국회에서도 출국납부금 인하로 인한 관광기금 악화 문제를 공식 지적했다. 조계원 국회의원은 지난달 25일 "출국납부금 인하로 관광산업 투자 기반이 무너졌다"며 원상 복구 검토를 촉구했다.

특히 관광진흥기금은 업계 대상의 융자·대출 등 직접 재정지원에도 활용돼 왔기 때문에 예산 축소는 중소 여행사·숙박업체·스타트업의 자금 조달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업 공모나 해외 홍보 지원도 줄고 운영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관광세 올리는 세계…왜 한국만 깎나
관광세는 세계 각국이 관광 수요를 유치하고 그에 따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널리 도입하고 있는 정책 수단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관광 회복 국면에서 기초 인프라 확충과 환경 보호, 과잉관광 대응 재원 확보를 위해 관광세를 올리는 추세가 뚜렷하다.

일본은 현재 1000엔(약 1만 원)인 출국세를 최대 5000엔(약 5만 원)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태국도 외국인 관광객에게 입국 시 1인당 약 1만 3000원의 관광세를 도입했다.

발리·팔라완 등 아시아 주요 관광지는 환경보호 명목의 관광세를 신설하거나 인상했다.

유럽은 대부분 국가가 이미 숙박세와 관광세를 동시에 부과 중이며 일본도 오사카·후쿠오카·나가사키 등에서 지자체 주도의 숙박세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출국 여객이 납부하는 공항세(PSSF)를 단계적으로 매년 인상할 계획이다.

항공 인프라 개발과 공항 운영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환승객에게 부과되는 이용료 역시 지속적으로 인상되며 이용 행태에 따라 점진적인 부담을 유도하는 구조다.

단순한 납부금 조정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재원 구조 개편과 전략적 운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훈 한양대 교수는 "출국납부금은 위기 상황에서 관광산업을 지탱할 기초 재원인데, 이를 줄이면 재정적 방파제가 약해질 수 있다"며 "앞으로는 단순한 재원 축적을 넘어,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이펙티브 인덱스'와 같은 지표를 마련해 기금을 전략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관광 R&D도 기술 중심이 아닌 콘텐츠·서비스·매니지먼트 중심의 시각으로 전환돼야 하며, 재원이 창업과 한국형 호스피탈리티 확산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관광수지 적자 여전한데 해외여행만 늘어난다
출국납부금 인하 시점은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기와 정확히 겹쳤다.

한국은행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한국인의 해외 출국자는 총 1203만 4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5% 급증했다. 같은 기간 관광수지는 43억 7580만 달러 적자로 전년 동기(46억 8000만 달러)보다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막대한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는 한국인이 해외에서 쓰는 돈이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쓰는 돈보다 압도적으로 많다는 뜻이다. 외화는 계속 빠져나가는데 국내 관광 소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 시점에 출국자 1인당 3000원의 감면 혜택을 주는 출국납부금 인하 정책을 시행했다. 외래객 유치 확대보다 내국인의 해외여행을 상대적으로 더 장려하는 구조적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주목할 점은 해외 주요국과의 정책 방향 차이다. 일본은 올해부터 외국인 출국세 인상을 검토하며 지방 도시들은 숙박세도 올리고 있음에도 한국인은 일본을 가장 많이 찾는 국가이다. 올 상반기 방일 한국인 수는 402만 명으로 전체 1위를 기록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지난해 전 정부에서 18개 부담금을 일괄 감축할 때 출국납부금도 함께 조정됐지만, 재원 문제나 세계적인 추세를 고려할 때 회복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1999년 도입 당시 1만 원이던 출국납부금은 현재 물가 기준으로 보면 실질 가치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가 약 2배 오른 만큼 인상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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