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한 대형 마트에서 배추 품절 안내를 하고 있다. 2024.11.1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이른 무더위와 폭염, 뒤늦은 장마 등 이상기후에 따른 농산물 생육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김치업계도 하반기 수급 대응을 확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여름철엔 농산물 가격이 강세지만 올해는 장마에 앞서 무더위가 시작된 데다, 예년보다 폭염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배추 산지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매년 기온이 상승하면서 여름 배추 생산은 사실상 강원도 홍천, 횡성 등 북부 지역으로 집중되고 있어 업체들은 현지 생산량 변동성에 따른 하반기 판매 여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해 폭염으로 가을배추 출하 전후 보릿고개와 김치 대란을 겪은 바 있어 올해는 전년 대비 비축 물량을 보다 늘리는 등 사전 준비에 나서고 있다.
16일 업계와 가락시장 주간 거래 동향에 따르면 배추(10kg) 가격은 7월 1주차(6월 28일~7월 4일) 평균 6397원에서 2주차(5일~11일)엔 8608원으로 35.56% 올랐다.
문제는 김치업체들은 상급 이상 배추를 취급한다는 점이다. 특상(+31.50%), 상(+41.14%) 모두 상승세다.
무엇보다 '김치 대란'이 있었던 지난해와 비교해 보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가격 동향에서 지난해 포기당 4764원 대비 98%(4663원) 수준으로, 비슷한 추이라는 점이다. 지난해의 경우 여름 폭염으로 7월(4824원)에서 가을배추가 본격적으로 출하되기 전까지 크게 오름세를 보이며 10월(8240원)엔 70.81%나 급등한 바 있다.
배추뿐만 아니라 대파(+7%)나 무(+56%), 양파(+6%) 등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품목들의 변동성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반기 가격 인상 압박도 예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6월 중순까지는 현지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는데 하순과 7월 상순 지나 현재 강원도 등 생산지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면서 "업체들은 재배계약이나 수매계약 등을 통해 비축하는 물량을 평시 대비 늘리고 있는 추세로, 문제는 배추 생산에서 가장 민감한8월 날씨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김치 매대에 배추 수급 문제로 인한 배추김치 소량 입점을 알리는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2024.9.2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국내 시장 점유율 40% 이상으로, 올해 수출 1억 불 돌파가 가시화되고 있는 대상(001680)의 경우 비축 물량을 전년 대비 약 15%가량 늘리고 있다. 올 상반기 내수와 수출 매출이 10% 증가한 데다, 추가로 하반기 보릿고개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특히 대상과 CJ제일제당(097950)은 내수/수출 점유율 80%~90%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수급 변동성 대응이 관건이다. 100% 국내산 배추를 주원료로 하기 때문에 정부의 한시적 공급량 조절이나 중국산 수입 등 단발성 대응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연간 대응 차원이지만 가격 변동 추이와 이상기후에 따른 현지 생산 환경 변화 등 비상 대응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대비 올해 농산물 가격 등락폭이 확대하면서 원재료 가격 압박에 따른 하반기 가격 인상 요인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정부의 가격 안정화에 주력하면서 가격 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다. 지난해 김치 대란 당시에는 폭염으로 포기 작황이 타격을 입으면서 맛김치(자른 김치)나 무 등을 활용한 별미김치로 대응하거나 할인행사 조기 종료 등으로 가격 인상 대신 원재료 부담을 완화해 대응했다.
대상 관계자는 "늘어나는 국내외 수요와 불안정한 여름철 배추 수급 상황에 대비해 지난해보다 배추 비축량을 늘려 대응하고 있다"면서 "포장김치 성수기가 시작되는 시기인 만큼 산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 측도 "폭염 등 환경 변화로 인해 현재 배추 작황은 좋지 않으나, 사전 비축을 통해 증가하는 수요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풀무원 역시 "가을배추(10월)와 김장배추(11월) 수확 시점에 실제 수확량이 달라질 수 있어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 중"이라면서 "계약 농가 생산량에 따라 김치 생산량 조절 등 검토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배추밭 문제는 매년 8월(폭염, 태풍, 병충해 등)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데 이로 인해 업체마다 비축량이 소진(1~2개월 후)되면서 가을배추 출하 전까지 보릿고개(10월 전후)를 넘는다"면서 "올해도 이를 대비해 비축량을 늘리고 있지만 폭염이 장기화하면 대응이 불가능하다. 김치 수출이나 내수 수요가 증가세인데 하반기 물량 변동성이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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