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TRS 투자인 척 계열사 '부당지원'…CJ 과징금 65억

경제

이데일리,

2025년 7월 16일, 오후 05:03

[세종=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증권사 파생상품 투자 형태로 채무보증규제를 피해 부실한 계열사를 ‘부당지원’ 한 CJ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65억원 상당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위는 16일 CJ그룹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총 과징금 65억 4100만원(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과징금은 각각 CJ(001040) 15억 7700만원, CJ대한통운(000120)(구 CJ건설) 28억 4000만원, CJ CGV 10억 6200만원, CJ 4DX(구 시뮬라인) 10억 6200만원이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CJ 소속 CJ(주)와 CJ CGV는 2015년 각각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신용보강지급보증 수단으로 이용해 계열사인 CJ건설과 시뮬라인이 영구전환사채를 저금리로 발행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TRS는 거래 당사자가 주식, 채권 등에서 나오는 수익을 교환하는 파생상품으로 부실 계열사가 발행한 사채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이를 우량 계열사가 보상하는 형태로 채무보증과 유사한 효과가 발생한다.

당시 CJ건설과 시뮬라인은 자본잠식 상태에 있었다. CJ건설은 2010~2014년 기간 당기순손실 980억원, 시뮬라인은 2012~2014년 당기순손실 78억원을 기록하는 등 유동성 경색에 빠졌었다. CJ건설과 시뮬라인은 영구전환사채를 발행해 자본을 확충하려 했지만 이를 인수할 금융사를 찾기 어려웠고, 만약 찾는다 해도 금리가 대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CJ와 CGV는 금융사가 CJ건설과 시뮬라인이 발행한 영구전환사채(각 500억원, 150억원)를 인수하는 전제조건으로 같은 날 TRS 계약을 체결했다. 금융사는 재무적 위기에 처한 CJ건설과 시뮬라인의 영구전환사채를 인수함에 따른 위험을 TRS 계약으로 CJ와 CGV에 이전했으므로, TRS 계약이 사실상 신용보강·지급보증 수단으로 이용된 셈이다. 공정위는 영구전환사채 이자비용도 CJ건설이 31억 5600만원, 시뮬라인이 21억 2500만원 절감했다고 봤다.

공정거래법 24조는 금융·보험사를 제외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회사의 계열사 채무보증을 금지한다. 대기업집단의 동반 부실화, 여신편중 등 과도한 경제력 집중 억제가 목적이다.

공정위는 CJ그룹의 부당지원으로 CJ건설은 신용등급 강등 위기를 모면해 외부 수주기회가 확대돼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상승했고, 시뮬라인은 시장 퇴출위기를 모면했을 뿐만 아니라 경쟁사업자가 배제돼 관련 시장에서 유일한 유력 사업자로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최장관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TRS 계약 외형상으로는 지원주체가 지원객체 발행 영구전환사채의 미래 가치상승에 따른 이익 실현 가능성도 인수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이 사건 영구전환사채 계약조건상 TRS 계약 기간엔 전환권 행사가 봉쇄돼 있었다”며 “지원주체 이익 실현 의사와 가능성도 전혀 없었는바, 지원주체는 신용상 위험만 인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조치는 그룹 내 우량한 계열사가 자체적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운 부실 계열사를 지원해 시장 경쟁을 제한하고 공정한 거래질서를 훼손한 행위를 적발·제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형식적으로는 정상적인 금융상품이라도 특정 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경우 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향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TRS를 통한 채무보증행위가 있는지 살펴보고, 탈법행위 적발 시 제재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공정위는 CJ가 영구전환사채에 대한 TRS 계약을 체결한 CJ푸드빌에 대해선 심의절차 종료했다. 최 국장은 “당시 CJ푸드빌 신용등급이 A0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실제 발생금리가 정상금리에 비해 상당히 유리한 조건인지, 자금조달이 불가능해 시장 퇴출 가능성이 컸는지 등에 대한 판단이 곤란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CJ그룹 관계자는 “해당 자회사는 일시적으로 유동성 어려움을 겪었으나 공정위가 지적한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 아니었고, 이로 인해 공정거래를 저해한 사실도 없다”며 “TRS는 유상증자 대안으로 다수의 기업들이 선택한 적법한 금융상품으로, 이에 대한 제재는 자본시장과 기업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의결서 수령 후 향후 대응 방안을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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