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20 中 수출 재개 이어 美 920억 달러 투자…삼성전자 '겹호재'

경제

뉴스1,

2025년 7월 16일, 오후 01:56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용 인공지능(AI) 칩 'H20' 공급 재개를 허가하면서 삼성전자(005930)의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 확대에 따른 하반기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졌다. 특히 미국이 중국과 AI 기술 경쟁에서 자신감을 보이면서 대규모 데이터 센터 투자 계획을 밝힌 점도 HBM 시장 확장에 긍정적인 요소다.

16일 외신 등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1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H20 칩을 다시 판매하기 위한 허가 신청서를 제출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에 라이선스를 부여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엔비디아는 곧 공급을 시작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제3회 중국국제공급망촉진박람회 참석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H20 칩의 중국 판매를 승인함에 따라 해당 제품의 출하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H20 中서 분기 조단위 매출…삼성 HBM3 판로 활짝

H20은 미국이 대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 제한을 강화한 이후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만든 제품으로, 합법적으로 중국 수출이 가능한 최고 사양 AI 칩이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공개한 추론 AI 모델도 H20을 사용했다.

하지만 지난 4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견제 수위를 높이면서 엔비디아의 H20 수출까지 막았다. 엔비디아는 H20 수출 통제에 따른 손실을 55억 달러(약 7조 6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불똥은 삼성전자에도 튀었다. H20은 최신 제품인 5세대 HBM(HBM3E)이 아니라 4세대 HBM(HBM3)이 탑재되는데,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HBM3E 품질 인증을 진행 중이지만, HBM3는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보다 저조한 4조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하면서 "메모리 사업은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과 같은 일회성 비용 등으로 실적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디바이스솔루션(DS, 반도체) 부문의 재고 평가 충당금을 약 1조원으로 추산한다.

삼성전자가 설명한 재고는 엔비디아 품질 인증을 위해 설계를 변경하기 전 생산된 HBM3E와 H20 탑재용 HBM3로 보인다.

엔비디아가 중국에 H20 공급을 재개하면 HBM3 판로가 열리면서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2분기 재고 손실로 인식한 제품이 하반기 판매되면 이익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개선 효과는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중국에 앞설 것" 트럼프의 자신감…韓 메모리에 희소식

트럼프 행정부는 H20 대중 수출 규제를 해제하면서도 중국보다 AI 분야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우리는 중국에 최고 상품도, 두 번째로 좋은 상품도, 심지어 세 번째로 좋은 상품도 팔지 않는다"며 "네 번째로 좋은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우리가 멋지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자체 칩을 개발할 능력이 충분하다는 게 핵심"이라며 "중국이 개발할 수 있는 칩보다 한발 앞서 나가서 우리 칩을 계속 구매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AI 칩 개발을 원천 봉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중국이 낮은 사양의 미국 AI 칩을 구매하도록 허용해 최대한 이익을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펜실베이니아 카네기멜런대학(CMU)에서 열린 제1회 '펜실베이니아 에너지·혁신 서밋'에서 AI와 에너지 분야에 총 920억 달러(약 126조 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여러 기업이 참여하는 이번 투자에는 데이터센터 건립, 발전소 건설, 전력망 인프라 확충, AI 교육 및 견습 프로그램 등이 포함된다. 투자회사 블랙스톤은 데이터센터 및 에너지 인프라 확충에 250억 달러 이상을, AI 클라우드 업체 코어위브는 데이터센터 설립에 6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미국 기업들의 이런 투자 확대는 HBM을 공급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주 AI에 대한 중대 연설을 통해 행정부가 준비 중인 AI 발전 로드맵을 발표하고 이후 이를 실행하기 위한 행정명령에도 서명할 계획이라고 외신은 보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르면 이달 말 의약품과 함께 반도체 관세 부과를 예고한 것은 위험 요인이다. 반도체 관세 부과 시기나 관세율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반도체 관세로 빅테크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증가하면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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