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대는 '은행 대리업'…우체국 꼬이니 저축은행·상호금융 '기웃'

경제

뉴스1,

2025년 7월 17일, 오후 04:59

금융위원회 전경 © News1

우체국을 통해 은행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은행대리업' 시범 운영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참여 의지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우체국이 정권 교체기와 맞물리며 금융당국과의 논의가 지연되면서 사업 진행을 위한 '혁신금융서비스' 신청도 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차선책으로 기존 제도권인 저축은행·상호금융업계에 수요 조사에 나섰지만 참여 의사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다.

17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이번 주 초 금융위원회는 저축은행중앙회 및 상호금융업계에 '은행대리업 시범운영 실시에 따른 참여 의사 조사'를 요청했다.

은행대리업은 디지털 전환에 따른 은행 영업점 폐쇄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다. 예·적금, 대출, 이체 등 은행 업무를 제3자가 대신할 수 있다. 도서지역이나 농촌지역 등에서 수익성을 감안한 시중은행이 연이어 점포를 폐쇄하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우체국 등에서도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디지털 취약계층과 함께 인구 소멸 지역에서 금융 고립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예를 들어 지방의 A 저축은행이 B 은행과 은행대리업 계약을 맺으면, A 저축은행 지점에서 B 은행 대출 상담 업무를 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는 은행대리업을 제도화하기 위해 '은행법' 개정을 추진 중인데, 개정 전 미리 시범운영을 하기 위해 '혁신금융서비스' 형태로 사업에 나서려 했다. 우체국 또한 참여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당초 예고한 대로 '이달 시행'은 기정사실로 되는 분위기였다.

상황이 바뀐 건 금융당국과 우체국 간 이견이 생기면서다. 당초 우체국을 중심으로 은행대리업을 진행하려다, 금융당국이 다른 기관까지 확대 계획을 세우자 이견이 생긴 것으로 전해졌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정책 동력이 약해지기도 했다. 정권 교체 후 기존 정책을 수정하며 우선순위가 밀린 것이다. 이달부터 사업을 시행하려면 지난 2분기에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해야 하는데 우체국은 금융당국과의 추가 논의를 위해 신청을 보류했다.

혁신금융서비스는 금융위가 매 분기 말 신청을 받아 다음 분기 중 심사를 진행한다. 우체국이 3분기 중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하더라도 심사 일정을 고려하면 연내 시행도 어려워진 셈이다.

금융당국은 우선 혁신금융서비스와 별개로 저축은행 및 상호금융업계 등 기존 제도권을 중심으로 먼저 은행대리업 시범 운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대리업 자체가 은행 업무를 대행하는 것이라 기본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 중인 저축은행 및 상호금융 역시 은행대리업 대상이다. 지방의 저축은행 및 상호금융이 은행대리업을 시행할 경우, 방문 고객 증가에 따른 영업 기회 확대뿐만 아니라 신인도를 높일 기회기도 하다.

다만 참여가 활발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저축은행·상호금융업계의 경우 이미 기본적인 은행 금융서비스를 행하고 있는데, 대리업을 할 경우 업무가 더 가중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권 의견을 수렴 중"이라면서도 "도서지역, 농어촌 지역에서 이미 하는 업무라 중복돼, 참여 의사가 많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치권에서도 인구 소멸 지역의 금융 고립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입법 움직임이 활발하다. 여권은 은행대리업 자본 요건을 기존 안 대비 절반인 250억 원으로 완화하는 입법안을 발의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구 감소 지역'을 은행대리업 영업구역으로 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존 발의된 개정안 대비 은행대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자본금 요건을 완화(500억 원→250억 원)한 것이 골자다.

자본금 요건을 완화하면 은행대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지방 소규모 저축은행 및 단위 상호금융 조합이 많아진다. 저축은행 기준, 기존 25개 사에서 37개 사로 대상이 확대된다.

doye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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