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자율주행 기술로 바이두·엔비디아와 어깨 나란히"

경제

이데일리,

2025년 7월 18일, 오전 05:30

[안양=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국내 모빌리티 AI 기술뿐만 아니라 자동차 부품 제조업까지 부흥시키는 스타트업이 되겠습니다.”

자율주행차 제조 스타트업 ‘오토노머스에이투지(A2Z)’ 한지형 대표는 17일 경기 안양 연구소에서 이데일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스타트업이 왜 차까지 직접 만드느냐는 얘기도 들었지만 자율주행은 IT뿐만 아니라 자동차를 상용화하는 노하우도 중요하다”며 “한국의 작은 스타트업으로서 세계 시장에서 가능성을 본 만큼 앞으로 시장 선진화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사진=정병묵 기자)
현대차 엔지니어 출신인 한 대표는 동료 3명과 함께 지난 2018년 회사를 나와 A2Z를 창업했다. A2Z는 2024년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관 가이드하우스 인사이트의 ‘자율주행 기업 기술종합 평가’에서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순위권인 11위에 올라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중국 웨이모, 바이두를 비롯해 모빌아이(이스라엘), 엔비디아 등이 상위권에 포진해 있는 순위에서 기업가치 1조원 단위 이하 회사는 A2Z가 유일하다.

한 대표는 “저희 회사가 2018년부터 갑자기 튀어나온 것 같지만, 창업 멤버 모두 현대차에서 10년간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다 나왔다”며 “수백억원의 예산을 갖고 연구·개발한 노하우가 있었는데 그 시기는 잘 안 보이시겠더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CES 2017’서 탑승한 자율주행차 담당 프로젝트매니저(PM)이기도 하다.

2018년 2월 2일 문재인 대통령이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된 수소차 넥쏘에 탑승해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제공=청와대사진기자단)
A2Z는 창립 후 시리즈 C투자까지 유치하며 누적 투자액 820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액은 2020년 12억원에서 작년 107억원으로 급성장했다. A2Z의 기술을 탑재한 버스가 현재 서울 도봉산~영등포역 새벽 구간과 인천국제공항 장기주차장~제1여객터미널 구간을 비롯해 안양·세종·광주·등지에서 지자체 자율주행 시범 사업으로 도로를 달리고 있다.

해외 성과도 속속 내고 있다. 작년 아랍에미리트(UAE) AI 기업 스페이스42와 합작법인 A2D(아부다비오토노머스드라이빙)을 설립했고, 이달 8일에는 동남아시아 시장 75%를 독점한 슈퍼앱 ‘그랩(Grab)’과 함께 싱가포르 도심 공공도로 최초로 자율주행 셔틀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의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된 서울시 새벽동행버스 (사진=서울시)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의 첫 자율주행차 ‘로이’ (사진=오토노머스에이투지)
한 대표는 “자율주행차는 현재 노선 버스나 공단 내 차량 등 특정 영역에서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는 ‘레벨4’ 상용차 시장이 우선이라고 본다”며 “고속도로를 승용차로 자율주행하는 ‘레벨3’가 불가능한 건 아닌데, 앞 트럭에서 상자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까지 대처는 힘들다”고 진단했다. 이어 “레벨3에선 사고 발생 시 전부 제조사의 책임이기 때문에 모든 글로벌 업체에도 아직 승용 시장은 부담스럽다”고 설명했다.

A2Z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상용화 목표 레벨4 자율주행차 ‘로이(ROii)’를 출시했다. 글로벌 자율주행차 회사 대부분이 소프트웨어만 개발해 기존 차에 적용하는 방식이라면 A2Z는 직접 로이를 설계, 디자인해 제조하고 있다. 한 대표는 “창업 때부터 직접 자율주행차를 만들 구상을 갖고 있었다”며 “경북 경산에 본사를 둔 이유도 울산·경북 지역에 포진한 유수의 자동차 부품 업체들과 협력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가 경기 안양 연구소 내 통합 관제실에서 전국 각지에서 운영중인 자율주행버스를 체크하고 있다.(사진=정병묵 기자)
처음엔 지역 부품사들도 A2Z의 구상에 반신반의했다. 국산 자율주행차가 팔릴지도 미지수고, 기존과 다른 부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부품사 입장에서도 비용이 부담이다. 그러나 A2Z의 자율주행 완성차가 나오고 실제 판매로 이뤄지자 새로 열리는 시장에 열린 마음으로 협력 중이다. 최근 몇몇 미국 실리콘밸리 자율주행차 스타트업도 부품을 찾기 위해 울산·경북 지역을 찾고 있다고 한다.

한 대표는 “우리 부품업계에도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순수 IT 기반 스타트업과 달리 제조업을 동반한 스타트업이 성공하면 2~3차 벤더까지 낙수가 이어지며,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는…

△1981년 경남 함양생 △한양대 기계공학과 학사 △현대자동차 책임연구원 △국토교통부 모빌리티혁신위원회 자율주행분과 위원 △한국자동차공학회 선임직 부회장 △한국ITS학회 특임부회장 △경일대학교 산학협력중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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