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發)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각국이 철강에 대한 관세 장벽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저가 물량 공세로 글로벌 철강 시장을 교란한 중국산 철강의 자국 유입을 막기 위한 조치다.
각국의 무역장벽이 높아지면서 갈 곳 잃은 중국산 철강이 인접국인 한국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철강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이 물러난 자리를 국내 업체가 채우는 반사이익은 제한적이다. 중국산 철강에 대해서만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산 철강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경우 중국산 철강 제품에 한해 관세를 부과하면서 'K-철강'이 파고들 여지가 생겼다.
"美 관세로 철강 수입될라"…EU·인도·말레이 등도 관세
18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지난 16일(현지 시간) 관세율 쿼터를 넘어서는 외국산 철강에 대해 50% 관세 부과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의 철강 관세율 쿼터도 전년도 수입 물량 기준 100%에서 50%로 절반가량 줄였다.
이번 관세 부과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철강 관세 장벽에 대한 대응 성격이 강하다. 특히 미국으로 가려던 중국산 철강이 인접국인 캐나다로 들어올 위험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로이터 통신은 "(캐나다) 업계에서 미국 관세로 인해 다른 나라들이 철강을 캐나다로 수출하고 있어 국내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카니 총리가 국내 업계에서 제기된 불만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에는 베트남 산업무역부가 중국산 열연코일 철강 등 제품에 5년간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 최대 철강 업체인 바오산강철은 27.83%의 높은 관세율이 매겨졌다. 4월에는 아연도금강판에 대해 최대 37.13%의 임시 관세도 부과한 바 있다.
이외 유럽연합(EU), 콜롬비아, 말레이시아, 인도 등도 올해 중국산 철강을 겨냥한 관세 부과에 나선 바 있다. 각국이 저가 중국산 철강이 자국으로 수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행동에 나선 것이다.
K-철강 "中 수입량 늘라" 노심초사…후판 반덤핑 관세에도 우회 수출
우리나라도 중국산 철강 유입을 막기 위한 조치에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지난 2월 중국산 후판에 대해 최대 38.02%, 6월 중국산 스테인리스스틸 후판에 대해 최대 21.62%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외에도 중국·일본산 열연강판의 덤핑 사실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르면 이달 중 결과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중국산 철강을 막으려는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중국산 철강이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접국인 만큼 우회 수출도 그만큼 용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정부가 관세를 부과한 중국산 후판의 경우에도 페인트나 플라스틱 도포를 발라 컬러강판으로 위장 수입하는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관세 부과 이후 공식 통계상 중국산 후판 수입 물량은 줄었지만 실제 수입량은 그보다 많을 것이란 게 업계 시각이다.
중국산 철강 수입이 줄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우려를 키운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철강 수출량은 5815만 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베트남의 경우에는 국내 철강업체들에게 일정 부분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은 거리상 멀지 않은 만큼 중국산이 들어가지 않으면 열연을 생산하는 국내 고로(용광로)사들의 판매량이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