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9일 일본 출장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CBAC)로 귀국하고 있다. 2025.4.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부당합병 의혹' 상고심에서 무죄가 확정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18일 평소와 같이 정상 출근해 업무를 보고 있다. 이 회장은 당분간 로우키(low-key)를 유지하면서 그룹의 미래 전략을 구상하는 데 몰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출근해 평상시와 다름없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전날(17일)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 합병 사건 상고심에서 무죄 판결한 원심을 확정함에 따라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장장 10년 동안 이어진 사법 족쇄를 벗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총수인 이 회장의 향후 행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경영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데 의의를 부여하면서 차분한 분위기다. 하지만 재계는 이 회장의 적극적인 리더십과 경영 활동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대법원판결을 환영하면서 "인공지능, 반도체 등 첨단기술의 글로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미국발 관세 문제, 저성장 고착화 등 수많은 난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한국기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이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을 중심으로 더 적극적인 투자와 기술혁신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과 더 많은 일자리 창출로 우리 경제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삼성전자가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4조 6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핵심 사업인 반도체 부문은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라 수요가 급증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 경쟁에 뒤처지고 엔비디아 5세대 HBM(HBM3E) 12단 공급이 늦어지면서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 1위를 처음으로 SK하이닉스에 내주기도 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분야에서도 1위 기업인 대만 TSMC와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TSMC가 초미세 공정 고객사를 사실상 독점하는 상황에서 연말 양산 예정인 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의 고객사 확보가 관건이다.
미국의 관세 정책은 전사적인 위험 요인이다. 한미 무역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내달 1일부터 한국에 25% 관세가 부과된다. 삼성전자는 한국뿐 아니라 동남아, 유럽, 북미 등 글로벌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의 상호관세는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이에 이 회장은 당분간 적극적인 대외 행보보다는 협력사·고객사 등과 협력을 강화하고 사업장 현안을 점검하는 등 내실을 다지며 전략을 짜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지난 14일 '억만장자의 여름 캠프'로 불리는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취재진과 만나 하반기 실적 개선 전망을 묻는 말에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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