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가 18일 경주에서 열린 대한상의 하계포럼의 경영 토크쇼에서 대화를 주고 받고 있다. (사진제공 = 대한상의)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18일 제조 인공지능(AI)에 있어서 우리나라의 가장 큰 위협은 중국이라면서 일본과 손을 잡고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이날 오전 경주 라한셀렉트에서 열린 대한상의 하계포럼의 '모두의 AI, 우리의 AI' 주제의 AI 토크쇼에서 "중국보다 우수해야 우리 제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회장은 "데이터의 중요도는 엄청나다. 건강한 AI를 만들기 위해선 좋은 영양이 있는 밥(데이터)을 먹어야 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제조 AI 데이터가 풍부한 곳"이라고 했다.
이어 "문제는 경쟁인데 중국은 데이터가 저희보다 더 많다"면서 "그들의 학습 능력이 빨라지고 크다면 우리 제조업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일본도 상당히 많은 제조 AI 데이터를 갖고 있어서 서로 교환하고 학습시키면 훨씬 더 좋은 AI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최 회장 역시 AI를 업무 중에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 회장은 "제가 아는 지식을 확인하는 것도 있고 스피치를 써보라고 하면 제가 생각하지 못한 것을 (AI가) 주기에 많이 이용한다"고 전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저 역시 회사에서 다양한 고민을 할 때 AI를 통해 리서치하고 복잡한 내용을 시키고 정리해서 활용하고 있다"며 "AI가 동료로서 자리를 잡는 느낌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AI를 자주 활용할수록 '내가 사용 중인 AI 모델이 내가 원하는 방향의 지식 데이터를 충분히, 올바르게 학습하고 있는 것이 맞나' '회사의 내부 데이터나 외부의 실시간 데이터를 연결하면서 더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을까' '회사 데이터가 (외부에) 나가지는 않을까'라는 불안과 궁금증이 생긴다"고 고민도 털어놨다.
정 대표는 메타가 데이터 처리 스타트업에 대규모 투자를 한 사례를 언급하며 "데이터가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이자 자원임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토크쇼에선 다양한 AI 체험기와 지역 제조기업의 AI 전환 경험을 선보였다.
한 지방 기업인은 "사천 공장에 인공지능(AI) 공장장을 들였다"며 "처음엔 반신반의했는데 지금은 박사급 직원 2명 몫 이상을 해내고 있다. 수십 킬로 떨어진 공장 제어하는 디지털 트윈도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역에서의 제조 AI 사례 공유에 나선 박만헌 CFA 부사장은 생산성 제고를 위해 공장 생산 공정에 로봇을 도입했지만 많은 비용이들었다고 전하면서 AI 설루션을 도입하면서 소프트웨어와 전문가 없이도 로봇 배치와 운영을 할 수 있게 됐고 매년 수억 원의 비용 절감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장영재 카이스트 교수는 제조 AI에 대해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AI가 공장의 두뇌 역할을 맡아 공정을 분석함으로써 공장 가동을 유연하게 조절하고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남 사천의 한 공장에 로봇을 최적 배치하고 공정 효율화하는 시뮬레이션을 적용하려면 최소 박사급 연구원 2명을 한 달간 투입해야 하는데, AI 기술을 접목하면 30분 만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활용해 사업을 전개 중인 스타트업 대표들의 이야기도 나왔다. AI 세탁 애플리케이션 세탁특공대를 운영하는 예상욱 워시스왓 대표는 "고객의 옷에 부착된 케어라벨을 매일 3만개씩 AI가 학습하면서 고객의 옷장 속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며 "의류업체들도 보유하지 못한 이 데이터를 활용해 향후 패션 트렌드 예측과 같은 신규 사업 모델을 발굴할 계획"이라고 했다.
AI 검색 서비스 '라이너'의 김진우 대표는 "일반 데이터에 사용자의 피드백을 입히면 AI가 더욱 똑똑해지는 것은 물론 오류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며 "데이터를 어떻게 축적하고 활용할지 결정하는 것만으로도 AI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 AI 개발 및 서비스를 운영 중인 뷰노의 이예하 대표는 무대에서 손가락 크기의 심전도 측정기기를 직접 선보였고, 의료진이 없는 외딴섬에서도 이 키트를 활용해 노약자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사례를 소개하며 사람을 살리는 AI의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AI 토크쇼에 청중으로 참석한 한 제조기업 대표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AI 도입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 인력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만큼 정부가 빨리 지원책을 마련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 참석한 한 서비스기업 대표는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는 AI에 대한 정보도 많고 관련 인력도 많아서 AI를 비즈니스에 접목하는 게 용이하지만, 그 외 지역에서는 인력은 물론이고 사람 하나도 구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했다. 또 다른 제조기업 대표는 "우리 회사도 AI 전환을 고민 중이긴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그 과정에서 내부 정보나 기밀이 노출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제도적 틀 마련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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