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이후 최대 위기 모멘텀 삼은 한일-현대시멘트 합병

경제

이데일리,

2025년 7월 18일, 오후 04:00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국내 시멘트 산업의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한일시멘트(300720)가 자회사 한일현대시멘트(006390)를 흡수합병하면서 경영 효율 극대화에 나선다. 5년간 인적 교류를 진행해온 양사는 오히려 시멘트 업황 부진을 모멘텀으로 삼았다는 평가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일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흡수합병을 결의했다. 지난 2017년 LK투자파트너스와 함께 투자목적회사 HLK홀딩스를 설립해 현대시멘트를 인수한 한일시멘트는 이후 HLK홀딩스 지분을 인수하고 2020년 현대시멘트를 한일현대시멘트로 사명 변환해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완전 흡수합병까지 5년 가량이 소요된 셈이다.

(사진=한일시멘트)
양사의 합병 배경에는 국내 시멘트 시장의 구조적 침체가 자리잡고 있다. 올 1분기 국내 시멘트 출하량은 812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8%나 급감했다. 1분기 출하량으로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 시절인 1998년 이후 최저치다. 2분기 출하량도 18% 가량 줄어든 것으로 전망된다.

출하량이 급감하다보니 주요 시멘트 업체들의 영업이익도 곤두박질쳤다. 쌍용C&E(003410), 성신양회(004980), 한일시멘트, 삼표시멘트(038500), 아세아시멘트(183190), 한일현대시멘트 등 6개사의 올 1분기 영업손실은 40억5439만원으로 전년 동기 영업이익 1018억8313만원 대비 적자전환했다.

출하량 급감은 시멘트 업체들의 소성로(킬른) 가동 중단으로도 이어졌다. 시멘트 업계는 국내 소성로 35기 중 8~10기 가량 가동을 중단하는 등 생산량 조절에 나섰다. 소성로는 시멘트 반제품인 클링커를 생산하는 핵심 설비로 재가동할 경우 예열까지 에너지 소비가 높아 가급적 중단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킬른 3분의 1이 가동을 멈추는 등 업계 전반이 위축되는 가운데 사실상 한 몸인 현대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가 합병을 통해 탄력적 운영이 가능한 적기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시멘트가 한일현대시멘트를 품은 뒤 양사간 꾸준히 인적 교류를 해온 것도 흡수합병의 문턱을 낮추는 데 주효했다. 현대시멘트의 사명을 한일현대시멘트로 지은 것도 향후 합병을 염두에 뒀던 조치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일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의 통합은 전혀 새롭거나 놀랍지 않을 만큼 업계에서는 당연히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며 “3~4년간 꾸준히 인적 교류를 해오면서 양사 직원들간 조직 문화가 형성된 데가 최근 업황 악화로 관리 차원에서 절감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면서 합병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재탄생하는 한일시멘트의 매출은 2024년 기준 약 1조7000억원에 육박한다. 국내 포트랜드 시멘트 점유율은 20%대를 넘어서면서 시멘트 업계 1위 기업으로 발돋움한다. 양사의 1분기 영업이익은 234억7028만원으로 전반적인 시멘트 업계 부진 속에 선방했다는 평가다.

합병은 한일현대시멘트 주주들에게 존속회사인 한일시멘트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합병 비율에 따라 한일현대시멘트 보통주 1주당 한일시멘트 보통주 1.0028211주가 배정된다.

한일홀딩스는 한일시멘트의 최대주주로 지분 63.5%를 보유하고 있고 한일현대시멘트의 최대주주는 지분 77.8%를 보유하고 있는 한일시멘트다. 합병 완료 이후 한일홀딩스의 한일시멘트 지분은 59.8%로 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근식 한일시멘트 사장은 “이번 합병으로 시멘트 생산을 위한 중복 투자 및 외부 비용을 절감해 경영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경영효율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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