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러플이 상하지 않도록 훈련된 개를 통해 수확한다(크로아티아관광청 제공)
이탈리아 파스타, 프랑스 와인만 알고 있었다면 유럽 미식의 세계를 아직 다 알지 못한 것이다.
동유럽 발칸반도의 인구 400만 소국, '크로아티아'가 세계 최고 수준의 식재료와 전통 음식으로 미식계의 신흥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아드리아해의 진주'로 불리는 이 나라는 트러플, 올리브 오일, 가공식품 등에서 세계적 권위의 상을 잇달아 수상하며, 관광 명소를 넘어선 '미식 여행지'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크로아티아관광청이 추천한 '크로아티아 미식 여행'을 소개한다.

칼리치(Karlić) 가문에서 재배되는 우수한 품질의 트러플(크로아티아관광청 제공)
명견과 함께 땅속의 다이아몬드 '트러플'찾기
트러플(truffle·송로버섯)은 땅속에서 자라는 특별한 버섯이다. 일반 버섯과 달리 나무뿌리와 공생하며 자라는데 강렬하고 독특한 향 때문에 '땅속의 다이아몬드'라고 불린다.
주로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트러플의 본고장으로 여겨져 왔지만, 크로아티아가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크로아티아 서북부 이스트리아(Istria) 반도의 모토분(Motovun) 숲에서 나는 트러플은 이탈리아 알바 지역 트러플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최고급품이다.
이곳의 참나무, 개암나무, 너도밤나무가 어우러진 울창한 숲과 특별한 토양이 만들어낸 완벽한 환경에서 흰 트러플과 검은 트러플 두 종류가 자란다.
흰 트러플은 더 희귀하고 비싸며, 10월부터 12월까지만 채취할 수 있다. 검은 트러플은 상대적으로 많이 나지만 여전히 고급 식재료로 인정받는다.
크로아티아 트러플의 특징은 강렬한 향과 함께 달콤하면서도 흙냄새가 나는 건초 같은 독특한 풍미다.
특히 칼리치(Karlić) 가문처럼 할아버지 대부터 이어온 트러플 사냥 전통이 품질의 비결이다. 이들은 훈련받은 개들을 이용해 트러플을 찾는데 이 방법이 트러플을 상하지 않게 채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스트리아 반도의 모토분 일대에서는 전문 가이드와 함께하는 트러플 사냥 투어가 인기다. 훈련받은 개들과 함께 숲속을 누비며 직접 트러플을 찾아보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투어 후에는 갓 찾은 트러플로 만든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가격은 1인당 50~100유로(약 7~14만원) 정도다.

크로아티아의 올리브 재배 모습(크로아티아관광청 제공)
각종 경연대회 휩쓴 올리브 농장 투어
올리브 오일은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가 최고로 여겨져 왔지만, 크로아티아가 놀라운 성과를 거두며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올해 4월 25일 막을 내린 '2025년 뉴욕국제올리브오일대회'(NYIOOC)에서 크로아티아는 무려 125개의 상을 수상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해당 대회는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고 규모가 큰 올리브 오일 경연대회로 올리브 오일계의 올림픽이라 불린다.
이는 일회성 성과가 아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116개 브랜드를 출품해 85개가 수상했으니, 평균 수상률이 74%에 달한다.
현재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대표 브랜드로는 나이 3.3(Nai 3.3), 오이오 비보(Oio Vivo), 키아발론(Chiavalon) 등이 있다. 특히 나이 3.3 코라티나는 이스라엘에서 열린 테라올리보 국제대회에서 세계 상위 10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이 같은 우수한 품질의 비결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아드리아해 연안의 바위가 많고 미네랄이 풍부한 특별한 토양이다. 둘째,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가 올리브 나무 성장에 최적 조건을 제공한다. 셋째, 부자(Buža)와 오블리카(Oblica) 같은 크로아티아 고유 올리브 품종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스트리아와 달마티아의 수상 경력 올리브 농장들에서는 테이스팅(시음)과 함께 전통 제조 과정을 견학할 수 있다. 특히 수확 시기인 10~11월에 방문하면 갓 짜낸 올리브 오일의 진짜 맛을 경험할 수 있다. 대부분 농장에서 직접 구매도 가능하다.

바삭하고 고소한 츠바르치라는 돼지기름 과자(크로아티아관광청 제공)
크로아티아 전통 음식 먹기
크로아티아의 미식력은 전통 음식에서도 빛을 발한다. 브뤼셀 국제미각품질연구소에서 주는 '슈페리어 테이스트 어워드'(Superior Taste Award)를 약 20여 개 크로아티아 식품이 수상했다.
이 상은 세계 최고 수준의 셰프와 소믈리에 200여 명이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선발하며 '미식 분야의 노벨상'이라고 불릴 만큼 권위 있는 상이다.
대표적인 수상작으로는 '리노 라다 골드'(Lino Lada Gold) 스프레드와 '지토'(Žito) 브랜드의 메밀빵이 있다. 이들은 3년 연속 수상으로 최고 등급인 '크리스털 상(Crystal Award)'까지 받았다.
특히 원래 시골에서 먹던 츠바르치(Čvarci)라는 돼지기름 과자마저 이 권위 있는 상을 받을 정도로 크로아티아 전통 음식의 품질은 뛰어나다.

순무와 채소로 건강하게 만든 파이인 소파르닉(크로아티아관광청 제공)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크로아티아 전통 음식으로는 프르슈트(Pršut)가 대표적이다. 달마티아와 이스트리아 지역에서 만드는 전통 건조 생햄으로 이탈리아 프로슈토와 견줄 만한 깊은 맛을 자랑한다.
파슈티차다(Pašticada)는 달마티아 지방의 대표 요리로 소고기를 와인과 향신료에 재워 오랫동안 끓인 전통 잔칫상 메뉴다.
흑리소토(Crni rižot)는 오징어 먹물로 만든 검은색 해산물 리소토, 이탈리아 리소토와는 또 다른 독특한 맛을 선사한다.
소파르닉(Soparnik)은 달마티아 지방의 전통 순무와 채소 파이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까지 등재됐다. 페카(Peka)는 고기와 채소를 특별한 철 뚜껑 아래에서 장시간 조리하는 전통 요리법으로 크로아티아만의 독특한 조리 문화를 보여준다.
이 밖에 달마티아산 꿀과 허브, 아드리아해의 신선한 해산물인 정어리, 굴, 성게 등이 크로아티아 요리의 근간을 이룬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