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이 16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한경협 CEO 제주하계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경협 제공) © News1 최동현 기자
"고(故) 이병철 한국경제인협회 초대 회장이 강조했던 기업가정신을 되살리고 국가 경제 발전에 한경협이 앞장서 기여하겠다.(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
인공지능(AI) 혁명과 미국 관세폭탄이 한국 경제를 덮친 시점에 '기업가정신'을 북돋기 위한 재계 포럼이 열렸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16~19일 롯데호텔 제주에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기업가정신, 도전과 혁신'을 주제로 경영자 하계제주포럼을 진행했다.
올해 38번째 열린 포럼에서는 국내 기업인 500여명이 머리를 맞대고 미래 전략을 논의했다.
류진 "기업가정신은 국가엔진…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해야"
류진 한경협 회장은 한국 경제가 마주한 복합 위기를 두고 "규모나 성격이 매우 다른, 글로벌 차원의 시대 전환적 위기"라고 정의했다. 한국은 AI 산업 육성에도 벅찬 시점에 미중 무역전쟁과 관세 리스크, 내수침체, 중국발(發) 공급과잉 등 난제들에 동시다발적으로 둘러싸인 형국이다.
류 회장이 내놓은 해법은 '기업가정신' 회복이다. 류 회장은 "기업가정신은 국가경제의 엔진이자, 한강의 기적과 10대 경제강국을 만든 원동력이었다"며 "어려운 시기일수록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이 문제를 풀 열쇠"라고 강조했다.

이재상 하이브 대표가 16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한국경제인협회 CEO 제주하계포럼’에 참석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한국경제인협회 제공) © News1 최동현 기자
이번 포럼에선 기업가정신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꾼 혁신 사례들도 소개됐다.
이재상 하이브(352820) 대표이사는 "K-팝이 대호황을 누렸던 2023년 모든 사람들이 축배를 들었지만, 방시혁 의장은 가장 먼저 K-팝의 위기 징후를 포착하고 △멀티 홈과 멀티 장르 △멀티 레이블 △슈퍼 팬덤 플랫폼 등 3대 전략을 추진했다"며 "방 의장이 던졌던 '위기론'이 오늘날 하이브가 국내 1위, 세계 4위 초대형 엔터테인먼트사로 발돋움하는 토양이 됐다"고 말했다.
이은미 토스뱅크(456580) 대표는 업력 3년 9개월의 막내 은행인 토스뱅크가 포브스 선정 3년 연속 1위를 한 비결로 '고객 퍼스트 전략'을 꼽았다. 이 대표는 "버튼 위치, 클릭 수처럼 작은 차이까지도 집요하게 테스트했다"며 "기존 은행과 똑같이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차별화는 필수"라고 했다.
현동진 현대차(005380) 로보틱스랩장(상무)은 올 연말 첨단 로보틱스 기술을 적용한 소형 다목적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MobED)의 두 번째 양산 제품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지속 가능한 로보틱스 기술의 핵심에 대해선 "비싸지만 좋은 기술이 아니라, 쓸만하고 살 수 있는 기술이어야 한다"며 '가격 경쟁력'을 강조했다.

현동진 현대자동차 로보틱스랩장이 17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한경협 CEO 제주하계포럼’에서 '사람을 위한 공간과 Interactive 기술, Robotics'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한국경제인협회 제공) © News1 최동현 기자
김창범 "故이병철 강조한 기업가정신 살려 韓 경제에 기여"
최재원 SAMG엔터테인먼트 캐릭터 IP(지식재산권)의 타깃을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바꾼 '역발상'으로 잭폿을 터뜨린 성공기를 풀어냈다. 그는 "2000년대 포켓몬스터 시리즈를 보고 자란 세대가 부모가 돼 자녀에게 티니핑을 사준다"며 SAMG엔터테인먼트가 캐릭터 수집의 대중화를 끌어낸 비결을 소개했다.
송미선 하나투어(039130) 대표는 국내 여행업계 1위인 하나투어가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매출 0원'이라는 절체절명의 시기에 '초개인화'에 초점을 맞춘 전면적 리밸런싱(재조정)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꾼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했다. 이때 출시된 패키지·자유여행 융합 상품인 '하나팩 2.0'으로 하나투어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6% 성장하는 등 제2 전성기를 맞았다고 송 대표는 설명했다.

송미선 하나투어 대표가 18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한경협 CEO 제주하계포럼’에서 '500억 적자, 코로나 위기를 정면 돌파한 리더십'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한국경제인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2025.7.18/뉴스1 © News1 최동현 기자
소프트웨어·AI 설루션 업체인 센드버그의 김동신 대표는 AI 기술의 도입은 경영자(C레벨)의 결단과 명확한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AI 에이전트 기반의 초연결 디지털 경제인 'A2A 경제'(에이전트 투 에이전트 이코노미)가 도래할 것"이라며 "이미 주변의 수많은 기업이 도입에 성공하고 있고, 이제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이재명 정부의 'AI 고속도로' 정책을 키워드로 한국 경제의 현주소와 현 정부의 성장 중심 정책을 풀어냈다. 그는 "이재명 정부는 진보 정권이지만 성장을 우선시한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고착화의 대표적 샘플이기 때문"이라며 "이재명 정부가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구축하는 AI 고속도로 정책으로 반등 모멘텀을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가 18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한경협 CEO 제주하계포럼’에서 'AI 에이전트 솔루션으로 실리콘밸리를 장악하다'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한국경제인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2025.7.18/뉴스1 © News1 최동현 기자
김창범 부회장은 19일 폐회사에서 "포럼 기간에 했던 강연 내용의 대부분은 도전과 혁신"이었다며 "현재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든 원동력이 기업가정신, 도전, 그리고 변화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 부회장은 1961년 8월 '시장경제와 자유경쟁이 작동하는 선진 자본주의국가 건설'을 목표로 한경협(옛 전국경제인연합회) 초대 회장을 맡은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을 언급하면서 "기업가 정신을 되살리고 국가 경제 발전에 더욱 한경협이 앞장서서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이 19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한경협 CEO 제주하계포럼’에서 폐회사를 하고 있다.(한경협 제공) © News1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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