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롯데마트 서울역점에 제조사 브랜드(NB)보다 저렴한 자체 브랜드(PB) 상품이 진열돼 있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유통업계 내 일반 제조사 브랜드(NB)보다 저렴한 자체 브랜드(PB) 상품이 확대되고 있다. 2025.4.1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고물가와 소비심리 위축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상기후까지 이어지면서 소비 방식 변화가 초래되고 있다.
단순히 불황 소비 차원의 '가성비'를 넘어 '가치 소비'에 무게를 두면서 다양한 기능과 실용성을 겸비한 '최소 소비' 선호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이를 반영한 제품으로 수요 대응에 나서고 있다.
20일 앱 분석 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의 '불황 소비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소비 부담의 원인으로 검증된 품질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고가 소비'에서 '실속형 소비'로의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단적으로 최근 3년간 월간 카드 결제 금액 추이에서 주요 명품 브랜드(2022년 1분기→올해 1분기)의 하락세(-58.62%)가 두드러진 반면, 같은 기간 다이소(+56.25%) 등 가격경쟁력의 채널들이 성장했다. 낮은 가격에도 가심비를 충족시키면서 최소 소비처가 되고 있다는 시각이다.
모바일인덱스는 "경기침체 장기화로 소비자들의 판단 기준과 선택 방식이 변화하며 소비 트렌드가 실용성과 가격경쟁력 중시로 재편되는 전환기"라고 분석했다.
'다기능 in 1'도 실용성 강조…'성분'·'사용실기' 선호 확산
가격 측면에 이은 최소 소비의 또 다른 기준은 '다(多)기능'이다. 불황이 낳은 소비 패턴 중 하나가 바로 '멀티유즈'(multi-use)다. 하나의 아이템을 활용한 다양한 기능으로 가성비와 가심비를 충족시키는 마케팅 전략이다.
실용 소비 수요 증가에 따른 멀티유즈 기능이 탑재된 제품도 진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이상기후 대응이 업계 최대 난제로 부상한 가운데 올해에도 이른 무더위와 짧은 장마, 폭염, 기습 장마와 무더위가 교차하면서 이상기후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멀티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백화점과 패션업체의 주요 카테고리 순위에서 '양우산'(양산과 우산 기능)을 넘어 '하이브리드슈즈', '셔켓'(셔츠와 재킷의 합성어), '슬리브 점퍼/팬츠'(소매 탈부착) 등이 상위권에 랭크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멀티레인 상품군은 지난해와 비교해 25% 늘었으며, 신세계백화점도 코프코어(아웃도어+일상복)에 패커블(휴대성) 기능의 제품군(+10%)이 인기다.
패션도 '시즌리스'(계절 구별이 없는)가 강세다. 하이브리드 웨어(LF 리복)나 방수, 휴대성, 콤팩트 기능을 추가해 사용 기한을 늘린 방풍재킷(바네사브루노, 코오롱 에그라이트), 디테처블 슬리브 점퍼(스튜디오톰보이), 셔츠재킷(타임) 등 실용성과 스타일을 강조하는 제품들이 완판 행렬을 잇고 있다.

실용적 소비 확산에 따른 뷰티 수요가 브랜드 선호에서 성분 선호로 확대하고 있다. (CJ올리브영 제공)
뷰티 역시 실용 소비가 트렌드로 확산하고 있다. 단순히 브랜드로 선택하는 시대를 넘어 '성분 소비'로 진화하고 있다. 실제로 CJ 올리브영의 올 상반기(1~6월) 온라인몰 검색량 증감률 조사에서 '성분' 관련 키워드 검색이 가장 많았다.
PDRN(Polydeoxyribonucleotide의 약어) 성분의 경우 전년 대비 1050% 증가했으며, 200%의 매출고를 올린 ‘올리브영 서머 세일’에서는 특정 성분이 함유된 상품군이 전체 성장을 견인했다. 올영 측은 "이제는 동일한 가격 선상에서 브랜드가 아닌 성분을 강조한 제품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면서 실용적인 소비 트렌드를 짚었다.
한국콜마 측도 "멀티유즈 니즈가 강해지는 추세로, 한 예로 립스틱만 봐도 제품 본연의 발색 기능을 넘어 자외선 차단과 미백, 주름 개선까지 담은 제품으로 생산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세 가지 기능의 립스틱 선호가 높아지고 있는 반증"이라고 전했다.
생활 밀착형이자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편의점 역시 이러한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일례로 기존 PB(자체브랜드)가 단순히 '저가 제품'으로만 인식됐다면 이제는 제조사와 협업을 통한 성분이나 기능을 높이면서도 NB상품 대비 20~30% 저렴한 가격은 유지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부담에 여름이나 겨울이 길어지면서 짧은 계절을 타깃 하는 상품보다는 (사용실기가 긴)시즌리스나 다양한 기후에 대비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상품이 뜨고 있다"면서 "소위 롱런 제품의 판매가 증가하면서 업체마다 이에 대응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패션업계 멀티유즈 제품이 확대되고 있다. 긴소매 상/하의에서 반소매로 탈부착이 가능한 슬리브 제품은 다기능 활용도와 봄, 여름, 가을 긴 사용실기로 실용 소비족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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