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위기에 지역경제 붕괴 조짐…특별법 미룰 시간 없다”

경제

이데일리,

2025년 7월 21일, 오후 02:07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이재명 정부는 석유화학 산업을 살리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신속히 이행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 이번 특별법 핵심입니다.”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이데일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지난달 11일 대표발의한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의 의미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주 의원은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구조적 위기에 처한 국내 석유화학 산업에 대한 세액공제 등 각종 지원책을 담은 특별법을 발의했다.

주 의원은 “현행법상으로는 기업들의 눈치 보기로 사업 재편이 늦어져도 정부는 손 놓은 채 시간을 허비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생산량 조정 등 사업 재편에 나서더라도 공정거래법이 신속한 사업 재편을 가로막는 장애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여수시 1호 공약으로 ‘석유화학산업 지원 특별법’을 제정하고 집중 지원해 정부 주도의 구조 재편을 추진하고 연구개발(R&D)과 친환경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는 “지난 정부에서는 석유화학 기업이 자발적으로 사업 재편을 추진하면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방식만 고집하면서 위기 극복을 위한 골든타임을 낭비했다”며 “특별법 신속히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는 일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다음은 주철현 의원과의 일문일답.

-이번 특별법 핵심은.

△석유화학 기업들의 사업 재편을 위한 시설 투자나 R&D를 지원하고 합병·분할 등을 진행하는 기업에 세액공제나 과세 이연 등 세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산업구조 전환을 위한 환경·건축·에너지 분야 등의 인허가 절차를 통합해 간소화하고 산업구조 전환 과정에서는 관련 환경 규제나 기술 기준을 완화할 수 있는 특례도 규정했다.

-2023년 발의한 ‘석유화학단지 주변 지역 지원 특별법’과의 차별점은

△불과 2년 사이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당시 석화 산업이 이렇게까지 구조적 위기에 내몰릴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당시 법안은 지역 주민으로부터 제기되는 환경 오염, 폭발 사고와 같은 불만과 갈등을 해소하고 업계와 지역사회가 상생할 수 있도록 국가, 지자체, 산단 입주업체가 협력해 주변 지역을 지원하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지금은 여수국가산단 입주기업을 포함해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생존이 걸린 상황이다. 지금은 우선 산업을 다시 이전의 궤도로 돌려놓은 뒤 상생을 이야기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고 본다.

-법안 발의에 나선 배경은.

△국내 최대 규모 석유화학산업 집적지인 여수국가산단은 전남 전체 국세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전남 지역경제의 핵심 기반인 석유화학이 무너지면 여수가 무너지고 전남도 존재하기 어려워진다. 현행 제도와 정책만으로는 석유화학이 직면한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기업들의 사업 재편에 대한 근거법인 ‘기업활력법’은 기업들의 자발적인 사업 재편을 전제로 하고 있고 정부는 이를 촉진하기 위해 지원하는 방식으로만 규정하고 있다.

-여수산단의 최근 상황은 어떤가.

△중국의 에틸렌 생산설비 증설 여파가 국내 에틸렌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수국가산단을 강타하면서 산단 내 석유화학 생산업체 가동률이 80% 미만으로 떨어졌다. 주요 업체인 LG화학이 7개, 롯데케미칼은 2개 공정의 가동을 중단했다. 국내 최대 나프타분해설비(NCC) 생산 기업인 여천NCC도 가동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고 있다.

여수산단 위기는 곧바로 수지역 고용 상황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여수산단 석유화학산업 플랜트 건설 발주액은 불과 1년 사이에 78.4%나 감소했고 이에 따라 플랜트 건설업 종사자도 전년 대비 26.1% 줄었다. 정부에 여수시를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구해 왔으나 일부 정량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위기지역 지정이 미뤄지고 있다.

-석유화학 업체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요청한 것은.

△적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하해 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실제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2년 1분기 kWh(킬로와트시)당 105.5원에서 3년 만인 올해 1분기 192원으로 82% 올랐다. 같은 기간 주택용과 일반용 전기요금이 각각 37%, 31% 인상됐던 것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상승하면서 산업계에 부담이 됐다. 이에 특별법은 ‘정부는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석유화학사업자에 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전기요금을 감면하거나 보조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다만 지난해 말 기준 205조원에 달하는 한국전력의 막대한 부채로 정부와 한전 모두 전기요금 감면에 부정적이다. 모든 석유화학 사업자에 대한 전기요금 지원이 어렵다면 국회 심사 과정에서 산업 위기 선제 대응 지역이나, 사업 재편을 적극 추진하는 기업으로 한정해서라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대기업도 세제 혜택 범위에 포함하나.

△석유화학기업이 사업 재편을 위해 시설 투자나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경우, 노후 또는 과잉설비의 폐쇄·감축으로 자산 손실이 발생한 경우, 승인받은 사업 재편 계획에 따라 합병, 분할 또는 양도·양수하는 경우 등에 세액공제나 과세이연 등의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와 같은 지원에는 기업 규모에 따른 차등을 두지 않았다. 오히려 세제 지원 목적이 사업 재편을 촉진하기 위한 것인 만큼, 대기업이 세제 지원의 주요 대상인 셈이다.

-기업들은 어떤 자발적인 노력을 해야 하나.

△마냥 정부 지원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기업 스스로 자발적인 사업재편 노력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국회와 정부가 당연히 석유화학산업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여러 쟁점으로 특별법 처리가 상당 기간 늦춰지는 상황까지 가정해 현행법 체제에서도 생존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아울러 석유화학산업 대기업들이 투자액 대비 수십 배의 이익을 거두면서도 이익금을 R&D 투자나 사내 유보를 통해 위기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아닌, 배당으로 대주주 이익 챙기기에만 여념이 없었던 점은 반성하고 지금이라도 달라져야 한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의 ‘2024년 업종별 매출액 대비 R&D 투자 현황’에 따르면 석유화학산업의 R&D 투자 비율은 2.34%로, 전자 11.47%, 의료·의약품 9.24%는 물론, 업종평균인 4.41%에 비해서도 매우 저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지원에 상응해 기업들도 뼈를 깎는 심정의 자구 노력을 보여줘야 국민들도 재정 지원에 대해 동의하고 지지를 보낼 것이다.

◇주철현 의원은… △1959년생 △성균관대 법학과 △민선 6기 여수시장 △더불어민주당 인권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위원장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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