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은퇴 시즌2] 무엇을 놓고 무엇을 붙잡을 것인가?

경제

뉴스1,

2025년 7월 21일, 오전 07:00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노년심리학자인 발테스 부부(Paul Baltes & Margaret Baltes)는 노년의 성공적인 적응을 위해 '보완을 수반한 선택적 최적화'(Selective Optimization with Compensation)라는 SOC 모델을 제시했다. 핵심은 노년으로의 성공적 연착륙을 위해 필요한 세 가지가 '선택, 최적화, 보완'이라는 것이다. 이 중 선택은 노년이라는 환경 변화에서 성취 가능한 현실적인 목표와 행동을 선별적으로 택하는 것이다.

개인은 자원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자신의 목표와 우선순위를 선택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서 개인이 가진 자원에 변화가 생긴다. 민첩함이라는 자원은 적어지지만 종합적 판단이란 자원은 많아진다. 젊을 때 시간은 부족하지만 나이가 들면 시간이 많아진다. 축구 선수는 나이가 들면 민첩함과 체력이라는 자원은 줄어들지만 종합적 판단이라는 자원이 많아진다. 인간은 시간에 따른 자원의 변화에 대해 선택을 해야 한다. 이러한 선택의 과정에는 '선별적 선택'(elective selection)과 '손실 기반 선택'(loss-based selection)이 있다.

선별적 선택은 여러 목표 중 하나를 선별하는 것으로, 자신의 관심사나 가치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마치 백화점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고르듯이 자신의 욕구와 자원에 따라 목표를 선택한다. 선별적 선택은 연령과 관계없이 이뤄지지만, 주로 젊었을 때 이뤄진다. 젊을 때는 건강, 시간, 에너지라는 자원이 있기에 자신의 목표를 능동적으로 설정하고 이를 얻으려 노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별적 선택은 나이가 들면서 지속되기 쉽지 않다. 나이가 들면 선택의 집합이 줄어들다 보니 기존 목표를 조정하거나 좁히거나 몇 개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축구 국가대표 선수로 활동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현실적으로 체력과 민첩성이 떨어지면 코치나 감독으로 목표를 조정하게 된다. 5000m를 뛰던 선수가 2000m로 전환할 수 있다.

발테스는 나이가 들어 일어나는 능력이나 자원의 손실에 특히 주목했다. 주변 지인 중 글을 보면 눈이 아파 책을 못 보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유한한 시간, 에너지,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려놓아야 하는 때가 온다. 이 경우 기존의 목표를 조정하거나 기존 목표를 포기하고 새로운 활동에 집중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이를 손실 기반 선택이라 부른다. 이는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 또는 '무엇에 집중하기 위해 다른 것을 줄일 것인가'를 결정하는 현실적인 선택이다. 포기하는 것도 선택인 셈이다.

루빈스타인은 손가락의 민첩성이 떨어지고, 악보를 외우는 기억력이 저하되고, 오랜 시간 집중할 수 있는 체력이 약화하며, 젊을 때의 감성이 퇴색되는 상황에서, 만일 화려한 기교의 다양한 곡들을 연주하려 했다면 젊은 연주자들에게 밀려났을 것이다. 그는 나이 들어 진행되는 자원의 손실을 인지하고(loss-based) 몇 가지 곡을 반복적으로 연주하는 선택을 함으로써 90세가 넘어서도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삶에서 선별적 선택과 손실 기반 선택 과정이 매끄럽지는 않다. 포기와 적응이 쉬운 일이 아니다. 성공적으로 변화가 이뤄지려면 다음과 같은 태도가 필요하다. 우선, 제한된 자원을 인식해야 한다. '뭐든 할 수 있다'는 대책 없는 낙관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이 한계를 인식하는 것이 지혜로운 선택의 첫걸음이다.

둘째,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한다. 무엇이 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인지, 어떤 목표가 가장 큰 만족을 줄 것인지 명확히 알아야 한다. 셋째, 포기의 용기가 필요하다. 손실 기반 선택은 아픔을 동반한다. 하지만 무언가를 포기하는 용기가 있어야만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 남은 자원을 최적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유연한 태도가 요구된다. 한 번의 선택이 영원한 건 아니다. 삶의 단계마다, 그리고 상황마다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 노후의 자원에 어떤 변화가 올지 모르기 때문에 유연한 사고를 통해 목표와 활동을 조정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발테스의 SOC 이론에서 '선택'은 단순히 무엇을 고르는 행위를 넘어선다. 자신의 유한성을 인정하고, 가장 중요한 것에 집중하며, 삶의 목적과 의미를 재정의하는 과정이다. 경제학적 개념을 빌리자면, '자원의 변화라는 제약 조건에서 선택의 동적 재조정 과정'이라고 할까. 이 과정은 개인이 보다 만족스럽고 의미 있는 삶을 살도록 도와준다.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으면 다른 것을 잡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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