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 외래 관광객 3000만 유치의 그늘

경제

이데일리,

2025년 8월 11일, 오후 06:29

[이데일리 이선우 The BeLT 센터장 / 관광·MICE 전문기자] 2년 전 한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전 세계 여행객을 한국으로 끌어모으겠다고 나섰다. ‘비전 선포’라는 거창한 타이틀에 “2028년까지 인바운드(외국인의 한국여행) 관광객 5000만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도 걸었다. 코로나19 사태로 2000만 명 목전에서 발목이 잡혀 성장보다 회복이 더 절실했던 당시 호기로운 목표를 내건 주인공은 ‘인터파크트리플’. 지난달 31일 취임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끌던 바로 그 회사다.

◇외래 관광객 늘어도 국내 소비는 줄어

인터파크트리플의 발칙한 목표에 ‘이슈 몰이’라는 따가운 눈총이 쏟아지기도 했지만 동시에 긍정 평가도 이어졌다. 따지고 보면 외래 관광객 유치라는 목표가 그다지 새로운 건 아니다. 정부가 때마다 내세우는 관광 분야 목표이기 때문이다. 새로 출범한 국민주권 정부도 ‘방한 외래 관광객 3000만’을 정책 목표로 내걸었다.

관광 분야에서 이보다 더 적확한 어젠다가 있을까 싶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화려한 수사와 꿈의 수치에 가려진 이슈가 상존하고 있다. 바로 갈수록 불어나는 ‘관광수지 적자’ 문제다.

지난해 6년 만에 적자 폭이 100억달러(약 14조원)까지 커진 관광수지는 1994년 이후 누적 적자 규모가 200조원에 육박한다. 올해 정부 전체 예산 677조원의 3분의 1에 버금가고, 7조원 안팎 문체부 올해 전체 예산의 29배에 가까운 규모다.

어제오늘 일이 아닌 만성 적자라 두둔할 수도 있겠지만 최근 추이를 보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외래 관광객이 늘어난 만큼 관광수입이 늘지 않고 있어서다. 외견상 관광수입 총액은 늘어났지만 객단가인 1인당 지출액(1877.40달러)은 2022년 이후 절반에 가까운 46%가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체재 기간(6.7일)도 5.1일이 짧아졌다.

올 상반기엔 외래 관광객이 15% 가까이 늘고도 소비액은 9.5% 증가에 그쳤다. 이전과 달라진 산출 기준에 환율, 물가 탓만 할 수 없는 이유다. 이대로면 외래 관광객 3000만 명 목표를 달성한들 수지 적자는 간극이 더 벌어질 게 불 보듯 뻔하다.

◇관광수지 적자 심화…대책 마련 시급

관광수지 적자는 그동안 시급성, 심각성을 알면서도 원인이 복합적이라는 이유로 쉬쉬해온 ‘역린’같은 이슈다. 매년 정책의 목표를 문제의 본질에서 한 발 떨어진 인바운드 관광객 유치에 두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계속 물이 새는 바가지에 물 붓기만 반복할 수는 없는 일이다. 국민주권 정부의 핵심 기조이자 목표인 ‘실용주의’, ‘국익 우선’ 측면에서 보면 더더욱 그렇다.

수지 적자를 줄이려면 지출은 줄이고 수입은 늘려야 한다. 인바운드 관광객을 늘려 수입을 늘리는 동시에 해외로 향한 국민의 발길을 국내로 돌리는 양면 작전을 펴야 한다. 인바운드 관광객 유치만큼이나 국내여행 활성화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정책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내국인조차 선호하지 않는 지방 도시여행을 외국인이 즐길 리도 만무하지만, 그것을 바라는 것 자체가 심각한 ‘자가당착’일뿐이다. 공항, 숙박 등 인프라 수준과 서비스 역량이 다국적, 다문화, 다언어의 외래 관광객 3000만 명을 감당해 낼 수 있을지도 냉철하게 따져봐야 한다. 인바운드에 집중된 ‘몰방식 정책’, 숙박·여행 할인 쿠폰 등 온갖 달콤한 명분으로 포장한 단기 처방식 ‘금전 지원’, 50년이 넘어 누더기가 된 ‘관광기본법’, ‘관광진흥법’도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에만 집중해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 지금 K관광에 필요한 건 단기 표증 치료가 아닌 병의 근원을 찾는 본증 치료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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