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화학 전남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전경.(사진=LG화학)
15일 신영증권이 발간한 ‘에너지·화학 산업 리포트’에 따르면 일본은 2028년까지 240만 톤(t) 규모의 NCC 추가 감축에 나선다. 일본의 구조조정은 이미 2014년부터 시작됐다. 수출 침체와 시황 악화로 경쟁력이 약화하자 일본 정부는 산업경쟁력강화법을 근거로 NCC 통합을 추진했다. 그 결과 일본 전체 에틸렌 생산 규모는 2010년 802만t에서 2015년 743만t으로, 2020년 682만t으로 줄었다. 일본은 오는 2028년까지 이를 430만t으로 줄인다는 목표다. 연간 에틸렌 내수 수요가 약 460만t 수준임을 고려하면 3년 뒤에는 잉여 생산 없이 내수 수요만 충당하는 적정 규모의 설비 구조를 갖추게 된다.
중국의 경우 올해 하반기부터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강도 높은 개혁을 시행, 최소 742만t에서 최대 1133만t까지 에틸렌 설비를 퇴출할 것으로 추산된다. 일본과 중국을 합산하면 2027년까지 동북아에서만 1743만t 규모의 에틸렌 설비가 사라지게 된다. 이는 글로벌 전체 에틸렌 크래커 설비의 약 8~10%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난 십여 년간 중국은 저가 범용 제품을 무기로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을 잠식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처음으로 ‘내권식’(內卷式·제 살 깎아 먹기 식) 악성 경쟁이라는 표현이 공식화하며 기조를 급격히 선회했다. 중국 정부는 20년 이상 가동된 노후 설비와 연간 30만t 미만의 소규모 에틸렌 설비를 집중 퇴출 대상으로 정하고 법에 따라 무질서한 가격 경쟁을 억제하겠다고 천명했다.
◇벼랑 끝 석화 ‘숨통’…고부가 업체부터 회복
국내에서는 정부와 석유화학업계가 만성적인 공급 과잉에 처한 에틸렌 생산량을 최대 370만t 줄이기로 했다. 내년 완공을 앞둔 샤힌 프로젝트를 합친 국내 전체 NCC 용량 1470만t의 18~25%(270만~370만t)를 기업이 자율 감축안을 업계가 올해 연말까지 정부에 제출키로 했다.
유럽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등한 전력비와 경기 둔화로 경쟁력이 악화하며 구조조정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쉘, 사빅, 다우 등 글로벌 메이저 업체들은 지난해부터 2027년까지 약 687만t 규모의 에틸렌 생산설비를 가동 중단하거나 폐쇄하기로 했다.
동북아와 유럽의 동시 구조조정은 그동안 범용 제품 과잉으로 벼랑 끝에 몰렸던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한국 NCC 업체들은 중국의 저가 공세와 미국 에탄분해설비(ECC)의 원가 우위에 밀려 극심한 채산성 악화를 겪어왔다.
하지만 이번 감산으로 글로벌 공급량 자체가 줄어들면 가동률 회복과 마진 개선의 기회가 열린다. 특히 국내의 경우 정부가 주도하는 NCC 통폐합이 이뤄지면 남은 기초유분이 자체 다운스트림 공장이나 인근 업체에서 대부분 소진되면서 설비 가동률을 높일 수 있다. 이는 단위당 고정비를 낮추고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질 전망이다. 신영증권은 2027년 글로벌 에틸렌 크래커 가동률이 현재 대비 5%포인트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홍주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부터 글로벌 석유화학 업체들은 투자 억제기에 진입했다”며 “2026년부터는 그 효과를 체감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과거 대비 높아진 중국의 자급률로 인해 NCC와 범용 폴리올레핀 시황 개선 폭은 제한적이며 고부가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의 회복 속도가 빠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