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15일 금감원은 조직개편에 반대하는 집단행동을 닷새째 이어갔다. 윤태완 금감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시위에서 “초기 금융위 설치법안의 개탄스러운 버전을 일정 부분 막아내고 원상회복시켰다”며 “앞으로도 금융위의 장난질에 대해 똘똘 뭉쳐 막아낼 것이다”고 날을 세웠다.
윤 비대위원장이 언급한 ‘초기의 금융위 설치법’은 금감원의 제재심·분조위 기능을 신설 금융감독위원회로 이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윤 비대위원장에 따르면 금융위 설치법은 9일, 각 금융업법은 10일 저녁 금감원에 통보됐다.
금감원 노조는 금융위원회를 향해 “금융전문가로서 부끄럽지 않으냐”며 강하게 반발했고 정부·여당을 향했던 구호 역시 금융위를 겨눠 “조직확대 중단하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한 직원은 “모든 제재권한과 분쟁조정 권한이 금감위에 집중되는 것이 관치금융 해체인가”라고 따져 묻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여권은 추가 논의 과정에서 제재심과 분조위를 원래대로 금감원이 보유하는 쪽으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과 금감원 임원진이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금융사 기관과 임직원에 대한 ‘중징계’ 권한은 금감위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행 제도에서 금융사에 대한 제재 수준은 기관 주의, 기관경고, 시정명령·중지명령, 영업정지, 인허가 취소 등으로 이뤄져 있다. 제재 권한은 금융지주회사법, 은행법, 자본시장법, 보험업법 등 업권별로 달리 규정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이를 개정해 모든 금융사에 대한 중징계는 금감위가 하고 금감원은 경징계만 담당하는 것으로 변경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장은 현재 은행에 대한 기관 주의부터 중지명령을, 보험사와 여전사에 대해서는 기관 주의와 기관경고를 전결로 행사할 수 있다. 앞으로는 신설될 금융소비자보호원장이 기관 주의만 내릴 수 있고 그보다 상위 단계의 제재는 모두 금감위로 권한을 넘긴다. 금감원장의 임직원 제재 권한도 줄어든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해임 권고,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5단계로 이중 문책 경고 이상은 3~5년 금융사 취업을 제한하는 중징계다.
현재 금감원장은 금융사 임원에 대한 문책경고를 직접 내릴 수 있으나 앞으로 징계 권한은 금소원장으로 넘어가며 주의적 경고·주의 권한만 부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직원 제재도 기존의 면직·정직·감봉·견책·주의 권한 중 면직 권한이 금감위로 넘어간다. 금소원장은 상대적으로 경징계인 정직·감봉·견책·주의까지만 행사하는 등 약한 수준의 권한만 남겨두는 상황이다.
한편 기관 지키기 총력전에 나선 금감원은 이번 주 국회를 집중적으로 찾을 예정이다. 당장 이날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을 만나 금융감독체계 개편 우려 서한을 전달했다. 금감원 비대위는 서한을 통해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을 두고 소비자보호 강화 효과는 불확실하고 공공기관 지정으로 관치금융은 강화되며 감독정책과 집행 간 분리로 비효율성이 증대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감원을 정부가 아닌 국회의 직접 통제를 받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안을 내놨다. 금감원장은 인사청문 대상으로 하고 금감원 자체의 쇄신 노력을 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금감원 비대위는 이어 17일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과 국회에서 토론을 열 예정이며 18일에는 국회에서 1000여명이 모이는 집회도 예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