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에 기술 전수 원해"…美 투자 재점검 나선 기업들

경제

이데일리,

2025년 9월 15일, 오후 07:28

[이데일리 공지유 김윤지 기자] 미국 조지아주 한국인 구금 사태 여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대미(對美) 투자를 진행하고 있거나 계획 중인 국내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전문 인력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비자 문제 합의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만큼 기업들은 국내 인력 재투입, 현지 고용을 위한 비용 절감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따져 보며 미국 공장 운영 계획을 재점검하고 있다.
석방된 구금 한국인 근로자들.(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해외 기업의 미국 투자를 겁주거나 위축시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들이 일정 기간 자국의 전문 인력을 미국으로 데려와 자국으로 철수할 때까지 독특하고 복잡한 제품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고 훈련시켜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같은 발언은 최근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공장(HL-GA) 무더기 구금 사태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이민당국은 지난 4일(현지시간) HL-GA 건설 현장에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면서 한국인 300여명을 포함해 475명을 체포했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미국 비자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이번 구금 사태 재발 방지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것이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 현지 인력의 경우 배터리 제조시설에 대한 경험이 없어 한국에서 전문인력이 일정 기간 나가 훈련을 시킬 필요가 있다”며 “이같은 입장을 트럼프 대통령이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산업의 경우 초기 장비 설치 등 공장 건설 과정에서 난이도가 높아 숙련도가 높은 전문 인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미국 공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현지 파견 계획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B1 비자의 경우 현지 장비 설치 및 시운전이 합법적으로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번 사태에서는 B1 비자에 대한 한미 간 해석이 엇갈리면서 B1 비자를 소지한 출장자도 구금되는 등 혼란이 있었다. 이 때문에 이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SK온의 미국 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사진=SKBA)
미국 정부의 기류가 유화적으로 바뀌면서 출장자들을 다시 업무에 복귀시키려는 기류도 있다. SK온은 이번 구금 사태 이후 숙소에 대기 중인 단기 상용 B1 비자 소지자들에게 미국 국무부의 외교업무매뉴얼에 따라 정상 근무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공지한 뒤, 이들의 업무 현장 복귀를 검토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단기 상용 비자 등에 대한 업무 범위가 명확하게 명문화돼야 앞으로 해석 차이로 인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근본적으로는 미국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에 대해 한시적으로 특별 비자를 발급해서 원천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제조업 부흥을 위해 현지 고용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기업들은 향후 미국 공장 투자 및 운영 계획 재점검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현지 인력 양성 프로그램과 현지 고용 비용 등을 따져보고 있는 기업도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미국 현지 인력 비용이 우리나라에 비해 통상 세 배 이상 비싼데, 현지 인력을 더 고용하게 될 경우 그만큼 인건비가 올라가는 것”이라며 “인건비를 상쇄시키기 위해 협력사를 현지 업체로 바꿔 조달 비용을 줄이는 등 원가 절감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미 관세협상 후속 협의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점도 대미 투자 변수다.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30일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지만, 투자 방식과 비관세 장벽 해소 등 문제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반도체에 대한 품목관세마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비자 문제와 한미 관세협상 논의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불확실성이 워낙 커서 투자 계획을 정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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