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트럼프 리스크’에 신음하고 있다. 당장 16일부터 일본의 대미 자동차 관세가 27.5%에서 15.0%로 내려가면서 우리 완성차 및 부품업계에 절체절명의 위기가 닥쳤다. 미국 공장 신·증설을 추진하고 있는 다수 기업들도 비자 불확실성에 봉착하면서 미국 투자 재점검에 나섰다.

현대글로비스가 지난해 도입한 LNG 이중연료 추진 엔진 탑재 자동차운반선 ‘글로비스 솔라’. 평택항 자동차 전용 부두에서 차량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현대글로비스)
더 문제는 부품업계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미국 생산을 확대하면서 현지 부품 조달처를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현대차(005380)그룹이 현지 조달을 늘릴수록 국내 중소 부품업체들은 판로를 잃는 셈이다. 특히 기아(000270) 생산공장이 있는 멕시코가 수입품에 50%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중소 부품사들의 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멕시코는 국내 기업들이 미국 수출 물량을 대거 생산하는 거점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본사와 함께 진출하는 1차 협력사와 달리 미국에 직수출을 해야 하는 2, 3차 협력사들이 가장 고통스러운 상황”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부품 생태계 고사를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비자 불확실성 역시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해외 기업 전문 인력들의 미국 근로자 기술 이전을 거론했다. 미국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줄테니, 첨단산업 기술을 미국에 전수하라는 의미로 읽힌다. 최근 무더기 구금 사태를 겪은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삼성전자, 삼성SDI, SK하이닉스, SK온, CJ제일제당, LS전선 등은 미국 공장 신·증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비자 리스크가 워낙 크다 보니 그만큼 고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 투자를 진행 중인 한 대기업 관계자는 “비자 문제가 대미 사업에 미칠 영향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며 “기존 투자 계획에 대한 점검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