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다시 쌀·소고기 꺼내나…여한구 방미에 농업계 '긴장'

경제

뉴스1,

2025년 9월 15일, 오후 07:48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워싱턴 DC로 출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미국 출장길에 오른 여 본부장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을 만나 한미 관세협상 후속 협의를 진행한다. 2025.9.15/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귀국 직후 이뤄진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의 미국행을 둘러싸고 '농산물 시장 개방' 의제가 한미 관세 협상 후속 협의의 쟁점으로 부상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김 장관이 방미 기간 뉴욕에서 만난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관세 협상에서 투자와 구매 분야를 담당한 반면, 여 본부장이 이번 방미 기간 면담할 예정인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농산물 시장 개방과 비관세 장벽 분야를 주로 담당해왔기 때문이다.

USTR은 그간 관세 협상 과정에서 줄곧 한국의 쌀·소고기 시장 개방과 사과 등 과채류 검역 완화 문제를 집요하게 요구해왔다. 이달 초 먼저 미국을 찾은산업부·기획재정부 실무대표단 역시 미국 측으로부터 농산물 분야의 비관세 장벽 해소 요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통상당국에 따르면 여한구 통상본부장은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논의를 위해 이날 오전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했다. 전날(14일)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뉴욕에서 러트닉 상무장관과 면담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곧바로 바통을 이어받아 미국과의 협상을 이어가는 셈이다.

여 본부장은 이번 방미 기간 중 그리어 USTR 대표와 면담을 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에서 상무장관은 산업 육성과 투자 전반, 무역으로 인한 국내 산업 피해 방지(무역구제)를 관장하고 있다. 반면 여 본부장이 만날 그리어 USTR 대표는 품목별·산업별 무역 장벽 관련 협상을 주로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USTR은 그동안한미 간 관세 협상 과정에서 쌀·소고기 개방, 사과 등 과채류 검역 완화, 유전자 변형 작물(LMO) 수입 허용 등 농산물 관련 민감 사안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관세 협상 후 농축산물 시장의 추가 개방 논의는 없다"며 선을 긋고 있으나, 사과·배 등 과채류 수입 검역 및 승인 절차 개선을 위한 전담 데스크 설치 등에는 미국 측과 합의한 상태다. 이는 시장 개방보다는 검역 절차 지연 해소에 중점을 둔 조치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농업계는 이에 대해 검역 절차 개선이 실제 무역 장벽 완화 및 수입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국내 과수 농가 사이에서 동식물위생·검역(SPS) 완화는 결국 사과 수입을 앞당기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며 "농업의 지속성 확보를 위한 정부의 노력을 모르는 바 아니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인 대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일각에서는 국내 과일 가격이 높은 현실을 고려해 소비자 후생 차원에서 일정 수준의 개방은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 단장은 "사과 등 일부 과수는 국내 가격이 너무 높은 상황이어서, 소비자 후생을 고려한다면 일부 개방 정도는 수용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우리나라 물가수준의 특징과 시사점: 주요국 비교를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국내 과일·채소가격은 주요국과 비교할 때 크게 높은 수준"이라며 "과일·채소의 경우 변동성이 높고 선택범위가 제한적인 만큼 비축역량 확충, 수입선 확보, 소비품종 다양성 제고 등을 통해 공급과 수요의 양 측면에서 탄력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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